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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가기 싫어

재도담 2016. 9. 11. 23:12

며칠전부터 유은이가 아침에 눈만 뜨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른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열흘 가까이 된 것 같다. 

이유를 물어보니 유치원 선생님이 무섭단다. 

담임 선생님이 무서운 건 아니고, 

특활을 하는데, 체육, 음악, 발레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 

체육 선생님은 아이들이 말을 안들으면 사진을 찍어서 그걸 도깨비나 마녀에게 보내겠다고 한단다. 

음악 선생님은 노래를 잘 따라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불러서 앞으로 나오게 한 다음 그 아이만 따로 노래를 시킨다고 한다. 

발레 선생님은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면 소리를 지르면서 '니네 교실로 돌아가!' 라고 말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무서울 만하고,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경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1. 아이를 돕는 차원에서 유치원에 이야기를 해야할까? 그런데, 내가 유치원에 얘기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무섭지 않게 아이를 대한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또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무서운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 본인이 겪어야 할 일이다. 내가 평생을 감싸안고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2. 아이가 그것을 극복하도록 돕는 게 나의 일이라면 어떻게 용기를 줘야할까?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그냥 유치원에 강제로 보내는 것은 뭔가 제대로 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3. 만약 유치원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선생님들의 교권을 침해하지 않고 무례히 하지 않으면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일까? 어떻게 이야기해도 기분 나쁜 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참, 쉽지 않은 문제다. 


아이의 고통과 '유치원 가기 싫다'는 노래를 매일 같이 들으면서, 

유아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유아교육의 목표나 목적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서 노래나 체육이나 발레를 '잘 하는 것'이 목적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아교육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에는 참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 찬 곳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재밌다!'라고 느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시간에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으며 계이름을 외우거나 높은 미까지 음을 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 음악은 정말 지겹고 다시는 보기 싫다'가 되어버리면 그것은 완전히 실패한 교육이 아닐까. 

발레를 배우는데 다리도 하나 못찢고 허리가 뒤로 꺾이지 않아도, '발레 시간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라고 생각하면 

그건 성공한 발레 수업이 아닐까. 

물론,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혼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교육이나 어릴 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엄격하게 가르친다고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은, 

소탐대실, 밥 팔아서 똥 사먹는 격이 아닐까 한다. 


하... 내일 아침에도 눈을 뜨기가 무섭게 침대에서 울면서 '유치원 가기 싫어~'를 외칠 유은이를 생각하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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