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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8) 바가바드 기타 [인문학] (한혜정) ★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21-18) 바가바드 기타 [인문학] (한혜정) ★

재도담 2021. 3. 30. 00:50

바가바드 기타 

한혜정 저, 풀빛, 168쪽. 

아르주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부당하게 빼앗긴 형의 나라를 되찾기 위한 명분 있는 전쟁임에도 싸움의 상대가 남이 아닌 친척, 스승, 친구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전쟁에 참여하면 이들을 죽이는 죄를 범하게 되고, 전쟁에서 발을 빼면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죄를 범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르주나는 활을 내던지고 주저앉아 크리슈나에게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는 누구나 주어진 삶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슬퍼하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주어진 삶이나 전쟁)을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태어남과 죽음에 종속된 존재이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슬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태어나면 반드시 죽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 죽음 때문에 슬퍼할 필요가 있는가? 아르주나여, 슬퍼하지 말고 모든 존재의 몸속에 존재하는 아트만을 깨닫도록 하라. 아트만은 영원하며 결코 죽일 수 없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그대의 의무를 흔들림 없이 행하라.

아트만을 깨닫기 위해서는 무언가 얻고자 하는 마음이나 얻은 것을 쌓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살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집착은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성공과 실패를 동등하게 여기며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의무를 행해야 한다. 마음의 평등, 이것이 요가다.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세계의 지배를 받는 감각을 붙들어 매서 어떤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 마음이 곧 아트만이고,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세계가 곧 브라흐만이다.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요가'인데, 이는 "성공과 실패를 동등하게 여기며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린" 마음의 평정 상태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삶 속에서 주어진 의무는 최선을 다하여 수행하되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바라보며 괴로워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나의 의무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요가 수행자는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적게 먹어서도 안되고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적게 자서도 안된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휴식하며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자는 사람만이 부단한 요가 수행을 통하여 번뇌의 불길을 잡을 수 있다.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의 신적인 본성을 깨닫고 그 본성이 곧 자신의 아트만(참자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크리슈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마디' 상태로 들어간다. 사마디는 일종의 집중 상태로서 의식의 흐름이 끊어진, 요가가 목표로 하는 초월적인 의식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크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하는 말 : 흔들리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만 나와 하나가 될 수 있고 나를 알고 나를 볼 수 있다. 나를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하는 자, 그리고 모든 존재에 대해 원한이 없는 자는 나의 존재 속으로 들어와 나와 하나가 된다. 

크리슈나는 삶 전체가 수행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적 삶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마음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카르마 요가).
▶마음이나 인식에 홀연히 일어나는 모든 잡념, 구별, 차별 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마임이 지어낸 허상에 불과하므로 그 자체를 중요시하지 말아야 한다(즈나나 요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삶의 장면들은 가짜이며, 진짜가 아님을 굳게 믿으면서 그러한 믿음에 헌신하며 살아야 한다(박티 요가). 

세 가지 기운. 
삿트바 : 밝고 순수하며 평화로운 기운 → 선한 행위, 지혜
라자스 : 욕망과 집착에서 생기는 격정적인 기운 → 고통, 탐욕
타마스 : 무지에서 비롯되는 어두운 기운 → 무지, 혼란 
물질 차원의 세 기운을 초월한 사람은 어떤 상태를 싫어하거나 갈구하지 않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 


※ 인도 철학사 
베다 시대 (BC1500~BC600) : 《베다》-인도 최초의 종교적 문헌. 《우파니샤드》도 베다의 맨 끝에 수록. 
서사시 시대 (BC600~AD200) :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같은 대서사시 등장. 불교, 자이나교 등장. 
경전 성립 시대 (AD200~ ) : 다양한 철학적 학파의 사상 체계가 다양한 경전으로 나타남. 
주석서 시대 : 다양한 경전들의 설명서인 주석서들이 출현. 


이번 《바가바드 기타》를 읽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

1. 기존 나의 생각과 같은 점 :
1) 카르마 요가. 나는 원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뒤에는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그것이 내가 인생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요령이다. 인생의 목표나 단기적인 목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지, 그외 환경이나 남의 영향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2) 범아일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되뇌이면서 자연스레 범아일체를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고 있는 것들의 집합체다. 고로 나는 나의 뇌와 그에 연결된 모든 신경가닥들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들의 합이다. 나의 뇌와 신경가닥들은 내가 먹는 모든 것들과 들이쉬는 숨으로 구성되며,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들을 신호로 받아들인다. 고로, 결국 내가 경험하는 우주가 나 자신이다. 

2. 새롭게 깨닫게 된 것 : 예전부터 '선善'에 대한 정의는 나의 큰 관심사였다. 이제까지 완벽한 선, 또는 완벽한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내릴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르주나와 두료다나의 전쟁을 보면서 어차피 인생은 완벽한 선을 선택할 수 없는 전쟁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의무가 무엇인지 깨우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것을 고르는 것, 그것이 선이고 옳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자면, '살생하지 말라'는 내가 평생 지킬 수 있는 계율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에서 생명을 가장 적게 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평생 지키며 살 수 있는 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