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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1)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인문학] (노명우) 본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노명우 저, 사계절, 255쪽.
이 책을 읽고, 내 밑바닥과 잠재의식속에 있던 여러가지 기제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가치관과 직업의식의 기원이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막스 베버의 이론도 흥미롭고 좋았지만, 당시의 상황 뿐 아니라,
현재의 시민들이 노동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가치관들에 대해 설명한
저자의 통찰력에 큰 공감을 하고, 박수를 보낸다.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합리성과 결합한 자연과학은 오직 서양 문화의 산물이다. 자연과학은 모든 문화권마다 있었지만, 실험과 관찰을 통한 합리적 증명의 절차를 우선시하는 합리적 방법은 서양 자연과학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다.
서양에서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도 베버가 가장 먼저 해명해야 할 대상으로 삼은 건 근대적 자본주의다. "근대에 서양에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는 매우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가 발전했다. 즉 자유로운 노동의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조직화가 그것이다."
베버는 "엄밀히 경제적인 것, 경제적으로 결정되는 것 및 단순히 경제적으로 관련되는 것들을 냉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에서 한계를 발견했다. 마르크스는 유물론적 해석을 한데 반해, 베버는 유물론적 해석에 관념론적 해석을 더하여 보완했다.
자연현상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설명의 대상인데 반해, 인간행동은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의 행동은 주관적인 의미와 내적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베버는 개개인의 주관적 이해 내용을 통찰하고 사회적 행동을 야기한 개개인의 동기를 밝히는데 관심이 있었다. 설명과 이해에 대한 구별에 기초해서 보면, 프로테스탄트 특유의 노동윤리는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노동을 저주받은 행동으로 격하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고대 그리스가 노예제 사회였기 때문이다. 노예제 사회에서 노동은 전적으로 노예의 몫이다. 노예가 아닌 사람은 노동을 하지 않으며 나태함은 귀족의 속성이었다.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노동은 노예의 활동에서 갑자기 인간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떠올랐다. 노동의 지위가 격상되면서 동시에 '근면'은 가장 중요한 인간의 덕목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근대적 대전환이 일어난다.
베버는 투기적 자본주의와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부르주아 자본주의를 구분한다. 투기적 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을 위해 정복과 폭력을 사용하는 자본주의를 말하고, 합리적 자본주의는 폭력이 아니라 합리적 행위에 기반을 두고 이윤을 추구한다. 베버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합리적 자본주의의 독특한 특징인 자본주의 정신을 분석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전통주의와의 급진적인 단절을 통해 형성된"윤리적 색채를 띤 생활 관리의 격률"이다. 이 윤리는 인간이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 자체로 여기는 것이다.
신은 기독교도의 사회적 실행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신은 삶의 사회적 형성이 자신의 율법에 맞게 이루어져 그 형성이 자신의 목적에 일치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칼뱅 교도들의 사회적 노동은 오직 신의 영광을 더하기 위한 노동일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의 현세적 삶에 봉사하는 직업 노동도 역시 그러한 성격을 갖는다.
프로테스탄트 이후 천직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일의 종류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태도를 일컫는다. 과거에는 자신의 필요를 넘어서는 물질적 이익의 추구는 은총을 받지 못한 징후로 여겨졌고, 그것이 더군다나 타인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루터는 세속적 노동을 옹호하고 세속적 직업에서의 성공을 그 사람이 선택받은 자들 중 하나라는 표지로 해석했다. 부는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부는 착실하고 근면한 노동의 산물이 한 도덕적으로 인정받았다.
세속적 금욕주의에서 오락은 합리적 목적, 즉 육체적 활동력을 위해 필요한 기분풀이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베버가 생각했던 '자본주의 정신'의 이념형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자기 관리에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13가지 덕목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절제된 삶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내가 이토록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또 아직도 훌륭한 체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다 절제 덕분이다. 일찍부터 형편이 펴고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 유능한 시민이 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학식 있는 사람들 속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절약과 근면 덕분이었다." 프랭클린은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시간 관리를 통해 사람들은 한정적 자원인 시간을 빈틈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버는 방법은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는 것 뿐이다. 시간이 빠듯하다고 느끼는 것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태함은 매사를 어렵게 만들지만 근면함은 매사를 수월하게 만든다." 프랭클린은 근면을 행운의 어머니라 생각했다. 프랭클린에게 여가 시간은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이 아니라 유용한 일을 하는 시간이다. 여가는 부지런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게으른 사람은 결코 여가를 얻을 수 없다. "여가 생활과 게으른 생활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을 숭상하는 금욕주의는 노동 이외의 다른 목적을 위해 소비되는 시간을 '낭비'로 취급했다.
프랭클린으로 대표되는 세속화된 자본주의 정신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면, 프랭클린 이후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세속화된 윤리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 정신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프로테스탄트 금욕주의는 특정 종교를 믿는 집단에서 통용되는 세계관이었지만, 자본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프로테스탄트 금욕주의에 기반한 노동윤리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무리 이론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 이론이 설명하는 사회 자체가 변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그 이론의 설명력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 이론의 '역사성'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러한 것을 말한다. 반면, '현재성'이라는 개념은 이론이 출현한 시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매우 오랜 시기까지 설명력을 갖는 경우를 의미한다. 역사성에 의해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한계를 보이는 것과 현재성 때문에 우리가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구별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본주의적 노동윤리는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특정 종교와의 관련성을 급격하게 상실해 갔다. 노동윤리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숨겨진 힘이다. 현대인은 종교와 관게없이 노동윤리를 내재화하고 있다. 테일러주의(과학적 노동관리방식)의 노동윤리는 새로운 신을 이용한다. 그 신은 바로 '돈'이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신인 '돈'을 더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그들에게 은총이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호손은 노동생산성이 향상된 실험 집단에서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킨 원인은 노동 조건의 개선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배려받고 있다는 심리적 느낌 때문임을 알았다. 노동 의욕에는 심리적 요인이 상당히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함을 지칭할 때 흔히 호손 효과(Hawthorn effec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층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지므로 새로운 노동윤리가 필요하다(근면과 성실로 계층이동이 힘들어졌다). 새로운 노동에 대한 동기는 도태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은 경주에서의 승리라기보다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는 거다. 경주에 남아있단는 사실 그 자체가 자신이 은총 받았음을 입증하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경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주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공급한다.
현재에 와서는 기존의 노동에 대한 동기가 희미해지고 새로운 동기, 소비주의가 생겨났다. 소비를 낭비이자 죄악으로 취급하는 시대가 끝나고, 오히려 소비를 찬양하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이 생겼다. 이러한 흐름을 프로테스탄트적 금욕주의와 대비되는 소비주의의 도래라 명명할 수 있다. 헤도니즘이 지배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으면 사람들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에서, 금욕이 아니라 순간적인 기쁨에서, 정신 아니라 외양에 가치를 부여한다. 유행은 제품의 내구성과 관계없이 한 상품을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신세대들은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 생존이라는 그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며, 더 즐거운 일을 원한다. 그들이 일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경제적 보수가 아니라 얼마만큼 그 일이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다. 기존 '회사형 인간'은 자신의 개성을 말살하고 스스로를 회사가 원하는 표준적인 인간으로 개조한 대가로 안정된 직장과 높은 보수를 받는다. 구세대는 군소리 없이 자신을 '회사형 인간'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출현한 신세대들은 이전에 필연이라고 여겼던 '회사형 인간'을 선택 사항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 9장 벤저민 프랭클린 파트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매우 빡빡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때, 나도 나름 충분히 체계화되고 성실하게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랭클린의 삶은 장난이 아니다. 자신이 갖춰야 할 13가지 덕목을 정하고, 주 단위로 자신이 익히고 싶은 덕목을 하나 선정해서 그것이 잘 지켜지는지를 체크하고, 하루를 다섯개의 시간단위로 나누어 각각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기록하는 것은 정말 경탄할만하다.
★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절제 : 우둔할 정도로 먹지 말고,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
침묵 : 타인이나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을 하지 말라. 필요없는 말도 삼가라.
질서 :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게 하라. 모든 일은 때를 잃지 말고 하라.
결심 : 해야 할 일을 다 하겠다고 결심하고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라.
절약 : 타인이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을 쓰지 말라. 즉 낭비를 말라.
근면 :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라. 항상 유익한 일을 하라. 불필요한 일을 끊어 버려라.
진실 : 속임수로 남을 해치지 말라. 깨끗하고 공정하게 사고하라. 말할 때도 그렇게 하라.
정의 : 해로운 일을 하거나 당연히 베풀어야 할 은혜를 베풀지 않음으로써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
중용 : 극단을 피하라.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라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면 참으라.
청결 : 몸이나 옷이나 주택에 불결한 것이 있으면 그대로 두지 말라.
침착 : 사소한 일, 일상사나 불가피한 일이 있을 때 마음이 들뜨지 말라.
순결 :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성생활을 하라. 우둔하고 쇠약해질 정도로 문란하지 말라.
겸손 :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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