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8-52) 행복의 기원 [인문학] 본문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 21세기북스, 208쪽.
얇지만 아주 알차게 읽은 책이다.
좋은 내용이 많고 평소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아주 간단하게 내 뇌리에 박힌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모든 감정과 행동은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것이다. 행복이라는 감정도 그것을 유인하기 위한 것.
2. 행복은 저장해 둘 수 없고 유통기한이 있다. 아무리 큰 행복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것은 '적응'이라는 메커니즘 때문인데, 이 또한 생존을 위한 것이다. 행복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생존을 위한 유인책으로서의 효과가 떨어진다.
3. 사람은 '사회성'에서 행복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외향성', 집단으로 볼 때는 '문화'가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다.
특히, '생존에 관계된 것들이 아닌 것들에 인간이 왜 관심을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이 늘 내 속에 있었는데, 저자는 나름대로 그것에 답하고 있다.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공작의 날개가 화려한 것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천적의 눈에 잘 띄어서 생존에 불리)한데, 왜 날개깃이 발달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암공작의 선택을 받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예술적 재능도 먹고 사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임으로써 후대에 DNA를 남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드는 의문. 왜 배우자를 고를 때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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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이 책은 행복의 이성적인 면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된다. 우리의 머리에 떠다니는 생각은 쉽게 보이는 부분이지만, 그것이 우리 행동의 주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모습도 아니고, 그 역할이 생각만큼 절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의식만이 우리의 눈에 보이기 때문에 생각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항상 좌우한다고 착각한다.
과거 우리에게 긴요했던 생존 장치가 이제 약보다 병이 된 것은 우리 뇌(몸)가 문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를 어떤 원인이나 목적, 계획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관점을 철학에서는 '목적론'이라고 한다. 이 목적론적 사고의 원조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또한 다분히 목적론적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는 기초 위에 현재의 행복 연구는 세워졌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든 행위는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는 우주'에서 살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도구다. 밀러에 의하면, 신체적 특성 뿐 아니라 고차원의 정신적인 특성도 이 '생존 도구'의 역할을 한다.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쾌와 불쾌의 감정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려주는 '생존 신호등'이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뇌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가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 과정에서 사회적 인간의 유전자를 통해 '사회적 생존 비법'을 물려받았는데, 그것은 '고통'과 '쾌감'이다.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만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 집단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것이었다. 이때 뇌는 '사회적 고통'이라는 기제를 사용해 그 위협을 우리에게 알렸다. 신체적·사회적 고통은 동일한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 고통과 같은 부정적 경험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긍정적 정서의 기능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추구하도록 한다. 행복감(쾌감)은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다. 빈곤을 벗어난 사회에서 돈은 더 이상 행복의 키워드가 아니다.
시간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각보다 빨리 지운다. 극단적인 경험을 한 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어떤 변화가 생기는 순간과 그 변화가 자리 잡은 뒤의 구체적인 경험은 차이가 있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를 통해 생기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생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무한 반복의 생존 사이클이 지속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쾌감의 소멸이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행복의 원인 중 가장 과대평가 되는 것은 "돈"과 같은 외적 조건이고, 가장 과소평가 되는 것은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연구된 그 어떤 다른 특성도 외향성만큼 행복과 관련 깊은 것이 없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행복값 상위 10%와 하위 10%의 차이는 오로지 두 가지 영역, 성격(상위 그룹이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감이 높음)과 대인관계(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높음)에서만 나타났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만큼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회적 스트레스를 더 예민하게,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험한다.
행복한 사람들의 또다른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자원을 사람과 관련된 것에 많이 쓴다는 점이다.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행복과 관련된 개인적인 특성을 '외향성'이라고 한다면, 집단의 특성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의 뜻이 정면충돌할 때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의 핵심적인 차이다. 행복감을 에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집단주의 문화의 부족한 점은 '심리적 자유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사는 '자유로움'이 있어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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