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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8)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인문학/예술·대중문화]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18-48)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인문학/예술·대중문화]

재도담 2018. 9. 6. 22:00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391쪽. 

읽으면서 예전 건축가의 꿈이 다시 떠올라 두근거렸다. 

건축은 종합예술이고, 통섭의 학문이다. 인문학이 뒷받침 되지 않은 건축은 예술이 아닌 기술에 불과하다.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휴먼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벤트 밀도(단위 거리당 상점의 출입구 갯수)가 높을수록 보행자에게 다양한 체험과 삶의 주도권을 제공한다.
공간 속도(단위 면적당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의 평균값)가 사람의 보행 속도와 비슷할수록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감시자의 눈이 있다는 것은 공공 공간에서 사생활에 침해를 받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장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공간(넓이가 아닌 체적(부피))은 그 공간 주인의 권력을 나타낸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죽음이 생명의 일부이듯이 도시가 오래되면 일부분이 슬럼화되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죽은 부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소호와 할렘은 이러한 도시 재생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 시스템은 세포를 끊임없이 없애고 새로운 물질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여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오래된 세포를 교체시키면서 성장한다. 생명체에 이러한 성장, 발전, 진화가 있듯이 도시에도 성장, 발전, 진화가 있다. 어떠한 시스템이 살아 있는 유기체냐 죽어 있는 무기체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조직체의 패턴이 스스로 만들어지는(self-marking) 네트워크냐 아니면 외부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생명의 진화 속에서, 과거의 경험들은 DNA 안에 유전적인 메시지 코드로 압축 저장 되어있다"고 하는데, 이 같은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면, 오랜 역사를 통해서 구축된 과거 경험의 흔적이 우리가 사는 도시의 주거 형태, 도로, 광장, 학교, 대중교통 체계, 상하수도 시설 같은 인프라 구조라는 우리 도시의 DNA 속에 유전적 메시지 코드로 압축 저장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도시의 패턴은 인류 사회의 초기부터 진화되어져 왔따. 현대 도시의 패턴은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이루어 낸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구성 요소들은 우리 도시의 DNA이며 과거 역사가 압축된 형태의 유전자 코드인 것이다. 더 재미난 사실은 역사를 통해서 보이는 도시 진화의 특성이 생명의 진화와 그 과정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건축가는 먼저 사람의 행위를 디자인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작가가 시나리오를 먼저 쓰는 것과도 같다. 연극 시나리오 없이 무대 세트가 디자인될 수 없듯이, 건축가는 사회와 삶의 모습을 그리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는 건축물으 디자인해서는 안된다. 
물질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건축'물'이 궁극적인 목표여서는 안된다. 그 이후에 만들어져야 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 우리 건축가가 궁극적으로 바라보고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향점이다. 
훌륭한 건축은 대지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 건축이고, 더 훌륭한 건축은 좋지 못한 에너지까지도 좋게 이용할 줄 아는 건축이다. 

혼란의 세상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을 원하는 것은 선사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안전을 추구하는 본능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집보다 차를 먼저 사는 이유는 이 사회에서 자동차가 개인적인 공간을 소유하기에 아주 좋은 가성비가 뛰어난 공간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빗한 공간을 얻는 다른 방식은 익명성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해외 여행을 가는 이유에는 거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디자인 방법적으로 좋은 사무 공간은 어디를 열고 어디를 닫아야 하는가가 결정한다. 좋은 사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무질서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설정된 목표와 시간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건축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것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공간의 해석이 달라진다는 관점은 건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큰 변화를 준다. 
사람 간의 소통의 기본은 문장이다. 그리고 문장은 단어와 문장 구성이라는 두 가지로 완성된다. 어려운 말로 시맨틱(semantic)과 신택스(syntax)라고 한다. 시맨틱은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신택스는 우리가 영어 문법 시간에 배운 1형식부터 5형식까지 있는 문장 형식 같은 것을 말한다. 건축 공간은 세 가지 종류의 관계에 세 가지 종류의 정보가 담겨서 전달된다. 세 종류의 관계들은 실제적(physical), 시각적(visual), 심리적(psycological)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한 도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도시의 도로망을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인식이 안 되면 길을 잃기 쉽고 공포감을 느끼게 되며 그러면 주변을 즐길 여유가 없이 경계만 하기 때문이다. 

좋은 거리는 어떤 곳인가? 자연과 대중교통, 이 두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가로수길이다.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