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Report of Book/문학 (166)
redGen's story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저, 김민정 역, 문학세계사, 259쪽. 재미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이를 인터뷰하는 기자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 서너명의 기자들이 작가에게 혼쭐이 나고 쫓겨나고, 마지막 인터뷰어에 의해 작가의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꼭 소피스트들간의 대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말로 치고 받는 모습이 아주 일품이다. 이 소설은 노통브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무명작가의 데뷔작 치고는 너무 뛰어나서인지, 처음에 출판사가 그녀의 소설이라고 믿어주지 않아 출판을 계속 거절당했다고 한다. 작품의 주제가 표면적인 것 이외에 무언가를 은유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와닿지 않아서 다소 안타..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저, 이인규 역, 민음사, 420+432쪽.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너무 매력적이다. 가난하고 약하고 박해받는 이들의 편에서 언제나 사랑이 구원을 줄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찰스 디킨스. 이번 소설도 그의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구빈원에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태어난 불쌍한 고아 소년 올리버는 탁아소와 구빈원에서 비참한 생활 속에 성장하다가 죽을 더 달라고 했다는 죄목으로 핍박을 당한 뒤 장의사의 도제로 팔린다. 장의사의 집에서 학대와 모욕을 당하던 그는 마침에 런던으로 도망치고, 거기서 범죄 집단의 손아귀에 빠지게 된다. 인정 많은 신사에게 잠시 구원되기도 하지만 곧 다시 범죄자들에게 납치된 뒤 결국 다행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선량하..
우주로 가는 계단 전수경 저, 소윤경 그림, 창비, 176쪽. 재난으로 모든 가족을 잃은 지수. 지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우주의 신비와 천체 물리학. 소설과 과학을 적절히 잘 섞어놓아서 아주 좋은 작품을 만든 것 같다.
욕을 삼킨 아이들 양은진 저, 수아 그림, 꿈꾸는사람들, 152쪽. 인싸와 아싸. 우리의 감정을 건전하게 풀고 소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속에서 남아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내면세계를 황폐화시킨다. 서운한 것, 불쾌한 것, 화나게 하는 것, 속상한 것들을 표현하고 뱉어낼 때 우리의 마음은 정화된다. 또래집단에게서 느끼는 소속감도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지 보여준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저, 김환영 그림, 사계절, 200쪽.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닭장에 갇혀 알을 품어보지도 못하고 낳자마자 주인에게 달걀을 빼앗기는 노쇠한 암탉, 입싹. 하지만 입싹은 닭장을 탈출해서 알을 품고 새끼를 부화시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해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보면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 자신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족제비와, 입싹을 구박하고 멸시하는 마당의 수탉과 암탉. 그리고 날개끝이 부러져 날지 못하는 현실에 안주해서 자기들만의 무리를 지어 남을 따돌리는 오리무리. 입싹은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지켜나간다. 꿈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에 맞게 또다른 꿈을 꾸고, 끝까지 자신의 영..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저, 문학동네, 444쪽. 친구는 둘, 셋, 넷 많은데 왜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이어야만 하는걸까?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이와 밥을 먹고, 테니스를 치고, 게임을 하고, 포옹을 하는건 괜찮은데, 아내가 다른 이와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해선 왜 안된다고 할까? 내 아이가 나 말고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에는 질투를 느끼지 않으면서, 남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면 왜 질투를 느낄까? 왜 우리의 사랑은, 이럴 때는 이런 모양, 저럴 때는 저런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나는 그 모든 것이 교육/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있다. 난 어떤 것을 특정하여 그것만이 옳은 것..
예쁜 얼굴 팝니다 선자은 글, 김무연 그림, 푸른숲주니어, 148쪽. 유경이가 같이 읽고 이야기 해보자고 해서 읽은 책. 주인공 단비는 스스로 예쁜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쌍꺼풀 없는 작은 눈에 납작한 코, 넓은 얼굴. 거기다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에게 못생긴 아이라고 놀림까지 당해 속상해하는 단비에게 마법사 같은 아저씨가 등장해 얼굴을 판매한다. 예쁜 얼굴을 갖게 된 단비는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생길꺼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학교에서 여자 친구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어 따돌림을 당하고, 좋아하는 남자도 자신의 예쁜 얼굴에 크게 호감을 갖지 않는 것 같다. 결국 본래의 얼굴을 되찾고 친구와 진정한 우정을 찾게 되는 내용이다. 오늘 집에 가서 유경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텐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기..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저, 성귀수 역, 문학세계사, 166쪽. 병용이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중간까지 읽을 때만 해도 '이게 도대체 뭔 헛소리야?'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놀라움과 재미가 엄청났다.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는 드라마. 재미있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 김승욱 역, RHK, 396쪽. 권일한 선생님에게 추천받은 책. 책을 잡자마자 빠져들어, 정말 빠르게 다 읽었다. 읽는 내내 윌리엄 스토너라는 주인공에게 동화되었다. 아내인 이디스가 불감증 환자 같은 반응을 보이고 스토너와 자연스런 교감을 하지 못할 때는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디스가 딸을 괴롭힐 때, 홀리스 로맥스가 찰스 워커에 대한 기괴한 애정으로 스토너를 괴롭힐 때는 분노로 몸이 떨렸고, 캐서린과 사랑에 빠질 때는 그 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스토너가 늙어감에 따라, 내 몸도 같이 노쇠해져 가는 것 같았고, 마지막엔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된 듯 했다. 우리의 인생은 무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아쉬..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 저, 정현종 역, 문학동네, 164쪽.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9] 오렌지 나무 속에 들어있는 햇빛을 오렌지들은 어떻게 배분할까? [13] 포도알들은 어떻게 포도송이의 정책을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영글게 놔두는 것과 따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힘든지 당신은 아는가? [18] 지옥 없이 사는 건 나쁘다: 우리가 그걸 재건할 수 없을까? [18]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22] 당신은 사과꽃이 오로지 사과 속에서 죽는 걸 보지 못하는가? 당신은 망각의 병들을 지닌 웃음에 둘러싸여 울지 않는가? [39] 당신이 잘 때, 당신 꿈속에서 당신과 사랑한 그 여자는 누구인가? [43] 나였던 그 아..
바꿔! 박상기 글, 오영은 그림, 비룡소, 200쪽. 유경이의 추천으로 오랜만에 읽은 아동소설. 아동소설이지만, 전달하는 메세지가 상당하다. 재미와 감동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미라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들을 챙기는 엄마. 서로의 몸이 바껴 그간 몰랐던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돌아보게 되는 내용인데, 너무 좋은 소설이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저, 마로니에북스, 170쪽. 박경리 작가가 써놓은 시들을 그의 딸이 모아서 출간한 시집. 어머니에 대한 못다한 효와 그리움이 묻어난다. 박경리 작가의 어머니와 본인의 삶의 철학, 가치관 등의 많이 묻어있는 시집이다.
붉은 집 살인사건 도진기 저, 황금가지, 348쪽. 고진 시리즈 1권, 붉은 집 살인사건.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그의 콤비 형사 이유현이 등장한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빌라를 배경으로 한 여자의 의문사를 추적해가는 고진의 추리. 복잡한 트릭을 풀어보는 재미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1 히로시마 레이코 저, 쟈쟈 그림, 김정화 역, 길벗스쿨, 148쪽. 유경이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오랜만에 읽어본 동화.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다. 읽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각자 어떤 과자를 먹고 싶은지, 왜 그런 과자를 먹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고,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유다의 별 1, 2 도진기 저, 황금가지, 388쪽, 388쪽. 한국 추리소설 중에 괜찮은 작품을 별로 못봤는데, 이건 정말 재밌다.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가 있고,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에르큘 포와로가 있다면 도진기에겐 진구와 고진이 있다. 우리나라에 드물게 시리즈물로 출간된 도진기 작가의 작품에는 크게 진구 시리즈와 고진 시리즈가 있는데, 이 시리즈물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이 몇 편 더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유다의 별은 고진 시리즈 4편인데, 다음부터는 출간된 순서를 따라서 읽어보는면 좋을 것 같다. 출간된 순서로 보면 붉은집 살인사건 (2010, 고진1)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2010, 고진2) 정신자살 (2011, 고진3) 순서의 문제 (2012, 진구1) 나를 아는 남자 (2012, 진구2)..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저, 김성미 역, 북플라자, 380쪽. 진짜 재미없다. 라디오 광고였었나?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딱 고기까지만 재밌다. 그 이후로는 개연성도 떨어지고, 몰입감도 떨어지고, 억지로 상황을 몰아가는 맛이 아주 진국이다. 하루만에 읽긴 했지만, 어쨌든 비추!!!
배금 호리에 다카후미 저, 김소영 역, 네오픽션, 248쪽. 조우성 변호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재밌다. 한 가난하고 평범한 청년이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게 되면서 일약 재계의 스타 CEO가 되어 화려한 삶을 맛보게 되지만, 이후 그를 조여오는 거대한 음모에 의해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 간단하게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만, 세세한 디테일들이 흥미롭고 흡사 내가 재벌총수의 자리에 앉았다 온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자본주의 세계의 일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설.
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저, 김희숙 역, 푸른숲, 96쪽.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단편.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으로 선정되었다. 아주 짧은 글이라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고, 몰입도와 재미가 상당하다. 이 책과 「나를 찾아줘」를 읽어보면 길리언 플린의 독특한 전개방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오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미로 읽기에 강추!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창작과비평사, 280쪽. 숙희, 숙자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동준이, 동수와 영호 삼촌, 그리고 명희 선생님이 괭이부리말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언가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은 생기는데, 정작 아는게 없으니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찌보면 사치스러운 나의 삶이 무척 부끄럽고 미안하다. 검소하고 착실하게,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들어 준 책. 과연 이 책을 계기로 내 삶이 변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