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7-21) 국화와 칼 [인문학] 본문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저, 김윤식·오인석 역, 을유문화사, 416쪽.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왜 이 책이 필독도서인지 알 것 같다.
읽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 밖에 못했을 것 같다.
일본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① 각자 자기에게 알맞은 위치가 있다는 인식과, ② 빚 진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위치'가 있으며 그 위치에 맞는 의무와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여론의 가장 혹독한 공격은 '나리킨成金'을 향한다. 나리킨은 일본의 장기놀이에서 온 말로, 여왕으로 승격된 졸卒을 의미한다. 나리킨은 아무런 계층적 권리도 없으면서, 거물처럼 장기판 위를 사납게 날뛰는 졸이다. 일본인은 끊임없이 계층제도를 고려하면서 사회의 질서를 다듬어나갔다. 가정이나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연령, 세대, 성별, 계급 등이 알맞은 행동을 지정한다. 정치, 종교, 군대, 산업에서는 각각의 영억이 신중하게 계층으로 나뉘어 있어,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자신들의 특권의 범위를 넘어서면 반드시 처벌받는다. '알맞은 위치'가 보장되어 있는 동안 일본인은 불만 없이 살아간다. '부라쿠'라고 불리는 마을 부락 단위에서 촌장의 직무가 정해져 있고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촌장의 명령에 순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촌장의 결정과 행동에 따라 마을의 명예가 좌우된다. '모든 것을 알맞은 장소에 둔다.' 이것이 일본의 좌우명이다.
일본에서 의義란 조상과 동시대인을 포함하는 거대한 채무의 망상조직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고 있는 크고 작은 모든 채무를 나타내는 말로 '온恩'이 있다. 사람은 윗사람으로부터 온을 받는다. 윗사람이 아니거나, 적어도 동등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온을 받는 행위는 불쾌한 열등감을 준다.
일본인은 이 땅에서 태어나 안락한 생활을 누리며 자기 신변의 크고 작은 일이 잘 되어간다고 느낄 때, 언제나 그것을 한 사람이 내려준 은혜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모든 역사 시대에 일본인이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그들이 소속하는 세계의 최고 윗사람이었다. 오늘날엔 그것이 천황이다.
일본인은 조상숭배의 대상을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최근의 조상만으로 한정한다. 자식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것이다. '온의 힘'은 항상 개인적 기호를 짓밟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인은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온을 받음으로써 보답의 빚을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교적 인연이 먼 사람에게 뜻밖의 은혜를 입는 것을 일본인은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다. 일본인은 이웃 사람이나 예부터 정해진 계층적 관계에서는, '온'을 받는 번거로움을 알며서도 기쁘게 그 번거로움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상대가 단순히 아는 사람이거나, 자신과 대등한 사람인 경우에는 '온'을 받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가능한 한 '온'의 결과에 휩쓸리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계층적 조직 속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나 자신도 쉽게 할만한 일이거나, 혹은 나를 숭배하는 사람일 경우에 한해서는 안심하고 '온'을 입으나 그런 조건이 아니면, 그 '온'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 된다. 부채가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그것을 불쾌하게 느끼는 것이 훌륭한 태도이다.
일본인의 의무 및 반대 의무 일람표
1. 온恩 : 수동적으로 입는 의무. 사람은 '온을 받는다', 또는 '온을 입는다', 즉 온이란 수동적으로 그것을 받는 인간의 입자에서 본 경우의 의무이다.
2. 온의 반대 의무 : 사람은 온진恩人에게 '부채를 갚는다', 또는 '의무를 갚는다', 즉 이것은 적극적인 갚음이란 견지에서 본 경우의 의무이다.
A. 기무義務 :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결코 그 전부를 갚을 수 없고 또 시간적으로도 한계가 없는 의무이다.
▶주忠=천황·법률·일본국에 대한 의무, ▶고孝=양친 또는 조상에 대한 의무, ▶닌무任務=자기의 일에 대한 임무.
B. 기리義理 : 자신이 받은 은혜와 같은 수량만을 갚으면 되고, 또 시간적으로도 제한된 부채.
① 세상에 대한 기리(주군, 근친, 타인, 친척에 대한 기리),
② 이름에 대한 기리
▶ 사람으로부터 모욕이나 핀잔을 받았을 때, 그 오명을 씻는 의무, 즉 보복 또는 복수의 의무.
▶ 자신의 실패나 전문적인 일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의무.
▶ 일본인의 예를 다하는 의무. 예의 범절을 지키고, 신분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하지 않고, 함부로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 등.
일본인은 양에서나 기한에서나 무제한적인 '온'에 대한 보답과, 받은 분량과 똑같이 갚고 특정한 기한에 끝나는 보답을, 각기 다른 규칙을 가진 별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채무에 대한 한없는 변제는 '기무義務의무'라고 불린다. '기무'는 부모에 대한 보은인 '고孝효'와 천황에 대한 보은인 '주忠충'라는, 두 종료의 의무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일본에서 훌륭한 사람은 모욕도 그가 받은 은혜만큼이나 강하게 느낀다. 어느 쪽도 그것에 보답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훌륭한 행위다. 그들은 서양인처럼 이 두 가지를 구별하여 한쪽은 침해행위, 다른 한쪽은 비침해행위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 어떤 행위가 침해로 인정되는 것은, 그것이 '기리의 세계' 밖에서 행해지는 경우에 한정된다.
현대 일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 행위는 자살이다. 일본인은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보다 자신을 죽이는 사건을 화제에 올리기를 좋아한다.
메이지유신의 정치가들은 자신의 임무를 결코 이데올로기적인 혁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했다.
일본인의 영원불멸의 목표는 명예이다. 타인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이 목적을 위해 쓰이는 수단은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취해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도구일 뿐이다. 일본인은 태도의 변경을 서양인처럼 도덕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인은 침략의 근거를 존경에서 구한다. 그들은 세계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강대국이 존경을 받는 것은 무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강대국에 필적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방침을 취했다. 일본은 자원이 부족하고 기술도 낙후되었기 때문에 서양 여러 나라 이상의 악랄한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비상한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그것은 일본인에게는 결국 침략은 명예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극단적인 의무의 변제와 철저한 자기 포기를 요구하는 일본의 도덕률은, 당연히 개인적 욕망은 인간의 가슴속에서 제거해야 할 죄악이라고 낙인찍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뜻밖에도 관대하게 오관의 쾌락을 허용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일본인은 육체적 쾌락을 좋은 것, 함양할 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쾌락은 추구되고 존경받는다. 일본에서는의무와 마찬가지로 쾌락을 배운다. 대부분의 문화에서는 쾌락 그 자체를 가르치는 일은 없다.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박한 육체적 쾌락의 하나는 온욕이다. 아무리 가난한 농부라도, 또 아무리 천한 하인이라도, 부유한 귀족과 다름없이 매일 저녁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하나의 일과이다. 그들이 매일 목욕을 하는 것은 청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수동적 탐닉의 예술로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 또한 일본인이 애호하는 즐거움이다. 그것은 일본인의 가장 완성된 기능의 하나이다. 피로회복이나 휴식으로서의 잠이 아니라 그들은 잠 자체를 즐기고, 방해하는 것이 없으면 기꺼이 잠을 잔다.
먹는 것 또한 온욕이나 잠과 마찬가지로, 즐기는 휴식인 동시에 훈련을 위한 수업이다.
로맨틱한 연애 또한 일본인이 함양하는 인정이다. 일본소설은 연애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프랑스 문학처럼 주요 인물은 기혼자이다. 그들은 아내에 속하는 영역과 성적 향락에 속하는 영역 사이에 울타리를 쳐서, 그 둘을 명확하게 구별한다.두 영역은 모두 공공연히 인정된다. 이 나라에서 결혼의 참다운 목적은, 아이를 낳아 집안의 대를 잇는데 있다. 이외의 목적은 모두 결혼의 참다운 의미를 왜곡할 뿐이다.
술에 취하는 것 또한 용서받을 수 있는 인정의 하나이다. 완고한 전통적 일본인은 음주와 식사를 엄중히 구별한다.
정신과 육체는 우주의 대립하는 2대 세력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인은 이 신조를 논리적으로 밀고나가 세계는 선과 악의 싸움터가 아니라는 결론으로까지 가져간다. 그들은 인간에게 두 가지의 영혼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서로 다투는 선과 악의 충동이 아니다. 그것은 '온화한 영혼'과 '거친 영혼'이다. 그들은 모든 인간의 생에에는 '온화'해야 할 경우와 '거칠'어야 할 경우가 있다고 빋는다. 이 두 영혼은 각각 다른 경우에 필요하며 모두 선하다. 일본에서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며 신뢰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나쁜 반쪽과 싸울 필요가 없다. 그것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만 마음의 창문을 깨끗하게 하고 경우에 따라 적합한 행위를 하는 것뿐이다. 만일 그것이 '더렵혀졌다' 하더라도 더러움은 쉽게 제거되며, 인간의 본성인 선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녹'은 칼의 녹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칼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자신의 인격이 녹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설사 녹이 슨다 하더라도 녹 밑에는 여전히 빛나는 영혼이 있고, 그것을 다시 한 번 갈아내기만 하면 된다.
일본인은 '인간의 의무'가 마치 지도 위의 여러 지역처럼 몇 개의 부분으로 명확하게 구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주', '고', '기리', '인정'등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고 저마다의 세계는 각각 특유하고 세밀하게 규정된 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선과 악이 싸우는 무대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생활을 어느 한 '세계'와 다른 '세계', 어느 하나의 행동방침과 다른 행동방침이라는 양자의 요구를 주의 깊게 비교 고찰할 필요가 있는 한 편의 연극으로 본다. 그들의 문학작품에는 선악의 대립보다는 모두 자체적으로는 구속력을 가진 의무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이들 의무는 모두 '선'이다. 어느 의무를 선택하는가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는 채무자의 선택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는 어떤 부채를 우선 상환하고 다른 부채는 무시한다. 그렇지만 하나의 부채를 상환했다고 해서 다른 부채를 면제받지는 못한다.
일본인은 죄의 중요성보다도 수치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러 문화의 인류학적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를 기조로 하는 문화와 죄를 기조로 하는 문화를 구별하는 일이다. '수치의 문화'에서는 인간에 대해서는 물론 신에 대해서도 고백의 관습이 없다. 행운을 기원하는 의식은 있으나 속죄의식은 없다. 일본인의 생활에서 수치가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를 심각하게 느끼는 부족 또는 국ㅁ니이 모두 그러하듯이, 각자가 자기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 마음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집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은 다른 집단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동안에 한정된다. 만일 외부 사람이 찬성하지 않거나 비난했다면, 다른 집단이 그 비난을 철회할 때까지 그가 속한 집단은 그에게 등을 돌려 징벌을 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른 어떤 사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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