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연애 본문
연애의 목적은 결혼이 아니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라면, 결혼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연애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연애는 실패한 연애라는 결론에 이른다.
연애는 상대를 알아가고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이 정상적인 사춘기 과정을 겪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욕구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은 원래 처음에는 타인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로 인지한다.
실제로 어렸을 때에는 부모의 욕구에,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부모를 만족시켰을 때 본인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쁨을 느낀다.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신의 정체성을 분리시키는 과정을 겪지만,
대체로 사회 또는 대중이 좋게 평가하는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지내던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연애다.
연애는 다른 여타 인간관계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서로가 불편한 지점이 생겼을 때,
관계악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선다거나
그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연애는 물러설 공간이 그다지 넉넉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횟수를 줄이기도, 접촉의 깊이를 물리기도 쉽지 않다.
내 욕구를 숨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연애를 하다보면 내가 상대의 어떤 점을 못견뎌하는지, 내가 궁극적으로 상대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나 자신이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내 안의 상처가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된다.
때로는 정말 별 것 아닌 일에 화가 나기도 하고, 감정이 격앙되기도 한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고,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들은 연애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지혜이고,
이런 깨달음 없이,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연애를 통해서 자신을 점점 더 잘 알게 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타인에게 자신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알려 줄 수 있다.
연애는 단순히 서로의 호감을 확인하고 상대와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아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고, 상대를 파악하는 시간이다.
연애하는 기간, 이런 소중한 정보들을 제대로 습득하지 않는다면
운이 매우 좋은 특수한 경우에는 결혼 생활에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갖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연애를 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연애의 목표가 반드시 결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앞에서 서술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큰 아픔이다.
자신과 상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 좋지만,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만남과 이별을 계속해서 겪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이별로부터 큰 상처를 받는 동물들이다.
내상을 줄이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순서를 지켜나가는 것이 좋다.
연애의 순서에는 크게 내적인 진도와 외적인 진도가 있다.
내적인 진도란, 연애 당사자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를 말하고,
외적인 진도란, 외부(가족, 친구, 직장, …)에서 바라보는 둘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이 둘 사이에서는 내적인 진도가 외적인 진도에 앞서나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당사자는 서로를 호감 있는 사람 정도로 여기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둘의 관계를
결혼할 사이로 여기고 있다면 이것은 외적 진도가 내적 진도보다 앞서 나가있는 것이다.
둘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는 내적인 진도가 앞서있든, 외적인 진도가 앞서있든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둘 사이에 관계의 정비가 필요할 때는 외적인 진도가 앞서있는 경우 객관적인 판단을 흐린다.
타인의 시선이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와 상대의 결정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직하고 담백한 판단과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내적인 진도 안에서는, 이성理性적 진도, 정서적 진도, 육체적 진도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앞에서부터 차례로 이성理性적 → 정서적 → 육체적 진로의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성理性적 진도라는 것은, 서로가 갖고 있는 세계관, 가치관, 경제관 등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데 상대는 진보적이라거나,
내 꿈 중의 하나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을 돕는 것인데 상대는 그런 것에 아예 관심이 없다거나,
나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야 안전함을 느끼는데, 상대는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거나. 이런 경우들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연애 초기에는 상대방의 성향이 어떤 것인지, 또 나의 성향이 어떤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
정서적 진도란, 여러 가지 취향과 서로에 대해 이성異性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나는 락과 메탈을 좋아하는데, 상대는 클래식만을 듣는다거나,
나는 앉아서 조용히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상대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외에는 흥미를 못느낀다면
이 역시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마지막으로는 육체적 진도다. 이건 따로 때서 얘기해야 할 만큼 내용이 방대해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생략한다.
꼭 이 순서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순서를 지키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이별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상처가 덜하고, 헤어진 후에도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덜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 덧 붙이고 싶은 것은,
배우자를 고를 때, 평생의 친구로 삼을 단 한 사람을 정한다는 생각으로 배우자 감을 찾으면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이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애나 결혼 생활이 불행할 수도 있다.
그럴 땐 과감히 관계를 끝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나.
내가 나 자신을 모를 때도 있고, 상대가 의도치 않게 자신과 나를 속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성장해 있다면
그건 그대로 의미있고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한번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