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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담 2016. 10. 13. 09:17

그저께 저녁. 도담이 귀 밑에 원형탈모가 생겼길래, 집 근처 '헬로 동물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는데, 띵띠디 띵띵 띵똥띵똥~ 

"여보세요, 네 아버지" 

"아들~ 집이니?" 

"아니오. 도담이가 아파서 병원 데리고 왔어요." 

"아이고, 개가 상전이네. 그래, 다른게 아니고 아버지가 브니엘 신대원 체육대회에 참석했었는데..." 

"네." 

"체육대회를 마치고 경품 추첨을 하는데, 마지막 1등을 뽑는데 아버지 바로 앞에 사람이 딱 걸리는거라. 근데 그 사람이 체육대회 진행위원인가 그래서, 그 분이 자기는 민망해서 상품을 못받겠다고 무효로 해달라고 해서, 새로 경품을 뽑았거든." 

"네." 

"근데 다시 뽑은 거에서 아버지가 1등에 딱 걸렸다." 

"우와~~~ 진짜요?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근데 경품이 뭐에요?" 

"TV더라. 근데 이 TV를 우째하는게 좋겠노?" 

"아니, TV야 아버지 물건인데, 아버지 원하시는대로 하시면 되죠. 아버지 방에 놓고 쓰셔도 되고..." 

"아버지 방에 TV 있는데, 거기는 뭐할라꼬." 

"아버지 쓰실 거 아니면, 어디 기증하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고아원이나 양로원이나..." 

"예전에 내가 고아원에 많이 봉사를 하러 다녀서 이제 고아원에는 기증 안할란다." 

"(아니, 그럼 나한테 왜 물어보시는거야...)음... 글쎄요... 뭐 어디 생각해보시면 기증하실만한 데가 있을거에요. 아니며 누구에게 주시던지... 그냥 파는건 아마 돈이 별로 안될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지 않구요, 정 줄 데가 없으면 저한테 기증하셔도 되요, ㅎㅎㅎ." 

"맞제? 나도 니한테 주는게 좋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다." 

"아,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요. 저한테 안주셔도 되구요, 어쨌든 어머니랑 잘 상의해서 어디에 기증을 하시든, 아버지 원하는대로 처분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 알겠다." 

이렇게 통화는 종료. 

통화를 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다가 보니까 애시당초 아버지는 내게 주실 목적으로 전화를 하셨나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참 죄송하다. 

어쨌든, 어제 어머니에게 전화가 다시 와서 집에 TV 있으니까 찾아가라고 하셨다. 

퇴근길에 본가에 들러, 아버지의 경품을 얻어 왔다. 

아내와 다시 한번 이 TV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안그래도 기존 TV에 USB 단자가 없어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해 불편해하고 있던 터라 그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쓰기로 했다. 

안방 서랍장 위에 TV를 올리고, 다른 외부 소스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USB로만 간간히 영화를 보기로 했다. 

덕분에 어제 영화 한 편을 보고 잤다. 

앞으로 아내와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TV를 기증해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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