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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인문]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16-01)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인문]

재도담 2016. 1. 4. 12:40

2016 - 01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저. 이세진 역. 부키. 


예전에 제목을 보고 사두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다가 최근에 다시 꺼내서 읽게 되었다. 

제목은 참 매력적인데, 책장은 그렇게 술술 넘어가지 않는다. 

이야기식으로 풀어놓은 책이 아니라, 수백개의 논문과 실험들의 결과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부분이 많아서 

흡입력이 있거나 몰입감이 높지 않고, 

의역이 아닌 직역이 많아, 어렵지 않은 문장인데도 바로 꿀꺽 삼켜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저자가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놓는 능력이 좋았더라면 이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훨씬 매력적인 책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선과 악'을 '좋고 나쁨'과 동일시하고 타인의 행동이 사회적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만 볼 때가 너무 많다. 

인간은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별하여 취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도덕성이 사회 전체의 평균을 웃돈다고 평가한다. 집단 속에서는 자의식이 약해지고 평소의 개인적 신념과 모순되는 행동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탈개체성(개인적 정체성의 약화)은 집단이 가져오는 익명성에 근거한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상에 대한 선망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내가 포함된 집단이 나를 어떻게 인식할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규범의 기원인 동시에 규범이 규범으로서 지켜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사회집단의 기본적 규제 수단이 강요와 위협이라면 그 집단은 오래가지 못한다. 억압적 통제는 대개 사회의 권위가 바닥을 쳤을 때 나온다.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속감과 자발적 동의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더 도덕적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사실 찾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은 타인을 동물 취급함으로써 파괴적 행동을 사후에 정당화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그러한 의식 구조가 먼저 자리 잡았기에 타인을 침해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피터 싱어는 '종 차별주의'가 다른 종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종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도덕규칙의 적용 범위가 점직적으로 확장되었음은 분명하다. 개인은 동물이라는 범주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배제하는 가치를 독차지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것을 자신의 자존감을 북돋우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사회집단과의 심리적 유대는 구체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유대는 법을 존종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전 세계 수십명의 '야생 아이들'을 살펴본 결과, 아이들은 부분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듯 보였지만 사회적 관습이나 깊이있는 자기의식은 결코 습득하지 못했다. 어릴 때 부모나 또래와 상호작용을 나누는 것은 인성발달의 필수 요소다. 영장류의 신피질 크기는 그들이 형성하는 집단의 규모에 비례한다. 집단구성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피질이 발달한다. 
'다수'는 두 가지 유형의 압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개인이 갖지 못한 타당한 정보를 다수가 갖고 있다는 압력이고, 다른 하나는 다수의 입장에 대적함으로써 거부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압력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집단의 영향력을 덜 받지만, 권위적 성격의 소유자는 그런 영향력에 더 많이 휘둘린다. 

학습은 개인의 행동을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긍정적 강화(선물, 보상...)든 부정적 강화(체벌...)든 외재적 동기는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외재적 동기는 내재적 동기를 소멸시키는 경향이 커서 체벌이나 보상이 사라지게 되면 도덕적 행동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개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힘의 행사(협박, 완력의 사용...), 둘째는 애정의 철회(무시, 대화철회...), 셋째는 유추(아이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설명)이다. 힘의 행사는 도덕교육에 해가 될 뿐이고, 애정의 철회는 별 효과가 없으나, 유추는 아이의 관심을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결과로 집중시킨다. 그리고 부모의 개입이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다른 기법들에 비해 불안감을 덜 주며, 도덕규범의 내면화에 도움을 주고 공감능력을 신장시켜 준다.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할수록 재범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제안한다. 회복의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범죄자, 피해자, 집단이 포함되며 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게끔 도와주고 지지할 것을 강조한다. 또 범죄자가 피해자 앞에서 상대의 회복과 복원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끔 인도한다. 
인간을 도덕적으로 교화한다는 것은 도덕규범이 자발적인 위력을 지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보상과 처벌의 한계가 있다. 보상과 처벌은 지엽적인 효과가 있을 뿐, 도덕규범의 학습에 진정으로 이바지하지 못한다. 

개인은 관찰을 통해 새로운 행동방식을 습득하고 이 관찰에 근거하여 인지적 추리를 펼친다. 이로써 다른 상황들에 대해서 행동을 일반화할 수 있고, 나아가 도덕 영역에 속하는 다른 행동들까지도 가닥을 잡는다. 모방은 행동 규범의 강력한 습득 기제다. 

타인의 시각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느냐는 도덕적 발전의 결정적인 전제조건이다. 여기에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타인의 의도를 추정하는 능력도 보조를 같이한다. 사회적 관습은 아이가 성장하는 사회집단 내에서의 암묵적 지시들을 통해 알게 되지만 도덕규칙은 경험 그 자체, 특히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논리적으로 도출된다. 개인의 문화적 배경은 그 사람의 도덕적 평가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잘 잊는다. 피해자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그들을 개별적으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한 남자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스탈린 체제에서 처형당한 100만 명은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다. 

밀그램은 개인이 어떤 사람인가보다 그가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느냐가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친절하고 순리대로 움직일 줄 아는 사람들, 사회에 나무랄 데 없이 편입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밀그램 모형과 가까운 상황 안에서 불복종을 꺼려했다(타인에게 전기충격 등의 위해를 가하는데 거부감을 덜 나타냈다). 우리가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고립된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더 커진다. 집단이 어떤 개인을 적으로 규정하면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상호 인력과 결속이 개인에 대한 폭력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집단은 고립된 개인보다 훨씬 더 처벌의 힘이 강하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감옥의 학대사건은, 미군들의 학대를 개인적인 가학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런 짓을 하게 만든 체제의 힘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부그라이브 감옥 사건과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은 콘텍스트를 초월하는 인격적 악, 즉 '악인' 개념을 파기했다. 우리는 권위에 대한 복종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곧잘 '나라면 이 실험참가자들처럼 행동하지 않을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도덕성에 뭐낙 결여된 점이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면서까지 권위에 복종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황적 원인보다 행위자의 의도를 더 따진다. 개인의 의지보다 행위를 둘러싼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지적으로 더 수고스럽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 타인에 대한 생각, 사회 구조 속에서의 자기 위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 힘으로 안 되는 것, 자신에게 저항하거나 자신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든 악으로 몰아가는 수법을 쓴다. 모든 유혹은 시험이고 함정이다. 유혹은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규범을 타락시키고 어긋나게 하지만, 이따금 우리의 신념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이 자기조절능력을 웬만큼 소진하고 난 후에는 충동에 굴복하기 쉽다. 자제력은 쓸수록 발달한다. 성실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수록 권위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은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성실성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강도 높은 전기충격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한 바는 인간의 선행과 악행, 그 모든 행동의 첫번째 동기를 인간의 사회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호모 모랄리스'의 진정한 동기이다. 게다가 그러한 행동이 인간에게 심리적 충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도덕의식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저자는 도덕적 사유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개념들을 정리했다. 그 중 가장 지배적인 개념들에는 사회적 통제에 대한 민감성, 소속에 대한 욕구, 관찰에 의한 모방 기능과 학습 능력, 정의와 공감이라는 차원에서의 반성적 능력 등이 포함된다. 또한 도덕적 평가가 우리의 명증한 의식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에 휘둘리기도 한다. 상황이 생각지도 못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도덕적 사유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 책에서 다루었다. 
우리는 우리가 동질감을 느끼는 집단의 도덕적 척도에 따라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함으로써 그 집단에 더욱 단단히 결속된다. 또 도덕성이 전혀 상반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때, 즉 '선'과 '악'이 가끔은 관점의 차이에서 나온 부실한 근거의 '선포'에 지나지 않으며 이기적인 의도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도덕성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품기보다는 명철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그것을 바라볼 때 우리의 도덕성은 더욱 완전해질 것이다. 
타자야말로 인간 도덕성의 근원이자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