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Book] 그리스인 조르바 본문
2015 - 44
하... 이번엔 정말 오래 걸렸다.
게으름병이 심하게 도지면서 9월의 책도 다 읽지않고 넘어갔는데,
어쨌든 2번의 실패 끝에 3번째 도전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긴 다 읽었다.
물론 정독을 하진 못하고 대충대충 읽긴 했지만.
왜 조르바, 조르바 하는지 대충 감이 온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잠을 청하려고 애쓰며 생각했다. 내 인생은 한갓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걸레를 찾아 내가 배운 것,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깡그리 지우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진짜 알파벳을 배울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다른 길로 들어설 것인가! 내 오관과 육신을 제대로 훈련시켜 인생을 즐기고 이해하게 된다면! 그러자면 달음박질을 배우고, 씨름을 배우고, 수영을, 승마를, 배를 젓는 것, 차를 모는 것, 사격을 배워야 했다. 내 정신을 육신으로 채워야 했다. 내 육신을 정신으로 채워야 했다.
...
그는 남자나, 꽃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
그러면 과부는... 잘 들어요, 두목... 과부는 상을 주려고 할 겁니다. 들어가는 거예요... 두목, 내가 당신 뒤에만 타고 있다면 당신은 말을 탄 채 천국으로 들어가는 건데... 당신은 다른 천국을 찾고 있는 모양인데, 한심해요, 그런 건 없어요! 신부가 하는 말은 믿지 말아요, 그런 건 없으니까!
...
<하나님이 두렵지 않나, 이 이교도 풋내기야?> <내가 뭣 때문에 두려워합니까?> <이것 보게 여자와 잘 수 있는 사내가 자 주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거라네. 여자가 잠자리를 함께하려고 부르는데 안 가면 자네 영혼은 파멸을 면하지 못해. 여자는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도 한숨을 쉴 거고, 자기가 아무리 잘한 일이 많아도 그 한숨 하나면 자네는 지옥행이라네!>
조르바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나는 아마 지옥에 갈 겁니다. 이유는 그것뿐입니다. 내가 도둑질했거나 사람을 죽였거나 간통을 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요. 어느 날 살로니카에서 여자가 같이 자겠다고 기다리는데 안 갔다는 죄목으로 나는 지옥에 떨어질 겁니다.」
...
밖은 추웠고 바다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금성이 동쪽 하늘에서 까불락거리고 있었다. 나는 물가를 걸으며 파도를 희롱했다. 파도가 나를 적시러 몰려올 때마다 나는 달아났다. 행복에 겨운 나머지 나는 중얼거렸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 성탄절 잔치에 들러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 것... 그러다 문득,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
조르바가 고개를 저으면서 투덜거렸다.
「(전략)... 그러다보면 맛있는 음식을 배에다 잔뜩 집어 넣게 되지요. 그걸 다 똥으로 삭혀 내릴 수가 있습니까? 남는게 있어서, 그게 기분이 되고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말다툼이 되는 거지요. 그게 바로 부활이라는 겁니다.」
...
조르바가 한바탕 웃고는 말을 이었다.
「...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우리 대가리 속에 발성 영화기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 봐요. 」
...
조르바는 골이 났는지 목청을 돋우었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조르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 거요.」내가 오기를 부렸다. 조르바의 말이 정통으로 내 상처를 건드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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