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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독서단 독서 감상문「어떤 소송」을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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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독서단 독서 감상문「어떤 소송」을 읽고

재도담 2018. 3. 13. 14:49

미래 사회. 국가는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건강'을 추구하기 위해 개인을 통제한다. [방법]은 그 사회의 최고 사법기구이자, 행정기구이고 집단이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다. '방법'은 국민들에게 정해진 운동을 시키고, 유해한 물질과의 접촉을 금하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의 체액을 모니터링 한다.

이런 전체주의적인 시스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던 20대 청년 모리츠 홀은 어느 날 여인과 데이트를 하려고 나갔다가 그 여인을 변사체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뜻밖에 그녀에게서 모리츠의 정액 DNA가 발견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범인이 된 모리츠는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랑하는 동생을 갑작스럽게 잃은데 충격을 받은 누나 미아 홀은 일상생활에 혼란을 겪게 되고,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된 그녀를 '방법'은 다시 법정으로 불러낸다. '방법'이 이 세상을 질서 있게 유지시키고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 줄 최선의 시스템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언론인(?) 하인리히 크라머는 미아 홀과 공방을 펼치게 된다. 미아 홀을 변호하는 변호사 로젠트레터 또한 모리츠 홀과 같이 방법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는데, 미아 홀을 변호하기 위해 그녀와 이야기하던 도중 모리츠 홀이 어렸을 때 백혈병을 앓았고 치료를 위해 골수 이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젠트레터는 법정에서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방법에 큰 허점이 있음을 주장한다. 사망한 여인을 살해한 범인은 모리츠가 아닌, 그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람이며, 따라서 모리츠는 방법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임을 주장한다.

자신이 철저하게 신봉하고 있는 시스템 방법의 허점이 드러나자 크라머는 방법이 최선의 시스템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수호하기 위해 미아 홀에게 누명을 씌운다. 이 모든 사건이 방법하에 있는 국가 시스템을 전복하기 위해 동생을 희생양으로 삼은 거대한 음모라고 주장하며, 미아 홀을 내란죄로 기소하고 미아 홀은 처벌을 받게 된다.

 

작가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작가는 이 소설을 SF소설로 분류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작가가 제기하는 문제들, 즉 공익을 위해 국가라는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일은 현재에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상당 부분 작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무 자르듯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일에 대해서 국가가 법적으로 강제력을 가지는 데에야 어느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겠지만, 꼭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 경우에도 질서의 유지를 위해 국가가 강제력을 가지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한다거나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외국으로 나갈 수 없다거나, 초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이 마저도 국가의 억압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건강을 위해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것이다. 소설속에서는(작가의 무지에 의해 벌어진 해프닝일수도 있겠지만) 적합 자손을 위해서 배우자마저도 국가가 허락해야 하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 가타카 영화에서 선천적으로 유전적 결함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나, 나치의 인종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한 때 우생학이 과학적 우위를 차지하면서 우월한 유전자를 육성하거나 반대로 열등한 유전자를 도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처럼 여겨졌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볼 때 특정 유전자가 더 우월하다고 여기는 생각은 매우 무식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구라는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월하다고 생각되는)특정 유전인자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전인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건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이데올로기에 함몰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것인지를 말하는 작가의 시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여러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사려깊게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자기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희생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심사숙고하여 내린 그 결정이 진리가 되어버리거나, 내가 지지하는 세력이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괴물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사회는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지금의 옳음이 언제든 불의 또는 불합리한 것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열린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