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직업, 학벌, 나이가 주는 선입견 본문
성인이 되고 난 이후, 같은 직종의 사람들 외에는 친구를 사귈 기회가 거의 없어,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알고 싶은 흑심을 품고,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독서단에 가입했다. 어제 첫 모임이 있어 걱정과 두려움과 설레임이 혼재된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직접 모임에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겁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모임의 운영 규칙때문에 내가 깨닫게 된 것이었다. 모임에서는 -자기가 원해서 스스로 밝히는 것은 상관 없지만- 다른 멤버의 나이/직장/출신학교를 묻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나이도, 백그라운드도 모른 채 통성명을 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의 직업이나 전공, 나이로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갖고 살고 있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살면서 상대의 직업이나 나이, 학벌을 모르고 상대를 만났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직업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유추하고 상대를 미리 평가해버린다. 나보다 어린 사람을 대하는 방식, 나보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 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 이런 것들이 우리 속에 이미 고착화 된 느낌이 있다.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 때문에 인간 천재홍으로 평가되어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제 그 모임에서는 아무도 나의 직업과 나이를 모르고, 나 또한 그들의 정보를 몰랐다. 너무나 자유롭고 건강한 느낌, 순수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 나이 많다고 꼰대짓하는 사람도, 공부 좀 많이 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돈 좀 있다고 으시대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던가. 모두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관계가, 나이/직업/학벌을 떠나서 만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 상대에게 그런 정보를 묻지 않고 그냥 그 사람 자체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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