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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Gen's story

뉴질랜드 여행 감상 본문

Family Trip

뉴질랜드 여행 감상

재도담 2023. 3. 1. 20:43

이번 여행만큼 많은 내용이 담긴 여행기를 써본적이 없는 것 같다.

시작부터 정말 멘붕이었던 이번 여행에서, 멘붕이었던 순간들을 정리해본다. 

1. 뉴질랜드행 비행기 결항. 출발 전날 갑작스런 전화 받고 하필 그 날이 또 일요일이라 여행사도 비행사도 연락이 안되어서 정말 놀랬었음. 이게 결항이 되면 왕복 비행기 전체가 취소되는지 가는 편도만 결항이고 나머지는 이용이 가능한건지도 알 수가 없어서 비행기를 예약하는 과정부터 멘탈이 나갔었음. 자다 깬 비몽사몽 정신으로 급하게 비행기를 검색하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나중에 알고보니 비행기를 결항시킨 그 사이클론은 뉴질랜드 건국 이래 3번째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될 정도의 심각한 천재지변. 

2.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경유지에서의 상황. 급하게 준비한 비행기가 대만 타이페이와 호주 시드니를 거쳐 가는데, 그 두 곳에 대해서 아는 바도 전혀  없고, 준비한 것도 없어서 비행기 내리고부터 계속 당황의 연속. 대만 공항에서는 배 고파서 편의점 갔는데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아서 상당히 당혹. 
* 이번 해외여행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비접촉(NFC) 카드 단말기를 쓰더라. 안드로이드 폰을 쓰는 사람들은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되는데, 나처럼 아이폰을 쓰는데다 우리나라는 아직 애플페이가 안되기 때문에 정말 당황당황. 갖고 간 VISA 카드로 결제가 안되니까 이건 뭐 어떻게 해야 할 지... 

3. 호주행 비행기 티켓팅을 하는데, 호주 비자가 없어서 티켓팅 불가 소식 듣고 멘탈 완전 나감. 부리나케 호주전자비자 어플 다운 받고 비자 신청하고 게이트 닫히기 전까지 비자 나오기를 덜덜덜 떨면서 빌었음. 다행히 10여분만에 티켓팅이 되긴 했지만, 그 사이 10년은 늙은 느낌. 

4. 호주 도착했는데, 호주 돈 한 푼 없어서 우버 어플 깔고 이용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공항 밖으로 나가면 데이터가 안되잖아! 급하게 거기서 또 호주 e-SIM 신청하고 결제하고 사용. 이것도 미리 몰랐다면 완전 멘붕이었을 듯. 

5. 뉴질랜드 들어간 후, 교수님댁을 떠나서 더니든의 첫 숙소로 가는데, 모든 숙소 어플이 다 매진. 단 한 곳만 빼고. 다행이다, 생각하고 갔는데 와 진짜 도저히 사람이 머무를 곳이 아님. 혹시나 취소되는 숙소가 있으려나 아무리 기웃거려도 숙소는 나오지 않고, 에어비앤비로 검색되는 숙소는 메세지를 보내도 답이 없고. 결국 과감하게 더니든을 떠나기로 결정. 만약 그 때 더니든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었으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6. 남섬 여행 끝내고 북섬 오클랜드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데 도착 2km 앞두고 길이 끊겨있음. 길을 막고 있는 공무원(?)에게 얘기했더니 길이 폐쇄됐으니 돌아가란 말만. 지도를 보니 한 18km를 돌아가야 반대쪽으로 갈 수 있음.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돌아가야지. 그렇게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갔는데 헉, 이쪽도 4km 앞에 두고 또 길 폐쇄. (그 막힌 길들이 정말 산속 외길... ㅠ.ㅠ) 안되는 영어로 호텔에 전화했더니 길이 있다면서 메일로 보내준다는데 메일에 접속이 되어야 메일을 열어보지 이 사람들아!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고 하고 지도상에 막혀있는 제일 가까운 길로 갔더니, 결국 그 곳에서 숙소를 발견. 아 이건 글로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이 안됨. 그 때의 긴박하고 무서웠던 순간이... 여튼 사이클론으로 호텔의 양측 길은 다 폐쇄되었고, 혹시 또 비가 와서 호텔로 들어온 그 외길마저 끊기면 난 이곳에 완전히 고립되겠구나, 덜덜 떨면서 머물렀던 오클랜드의 Waitakere Resort... 

7.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날, 오클랜드 도맹을 구경하고 그 넓디넓은(우리 아파트 단지만큼 넓음) 잔디밭에서 눕고 앉고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사진 찍고, Mission Bay로 이동 중 차 기름이 다 떨어져서 기름 넣어야지 하는 찰나, 마침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껴서 그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 갔는데, 호주머니에 있던 카드가 없다?!?!?!?! 헉, 아까 그 잔디밭에서 흐른게 분명하다. 카드 없으면 난 이제 뭘로 결제하고 어떻게 사나, 심장이 덜컹! 미친듯이 다시 차를 몰고 다시 오클랜드 도맹으로 올라가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 유경이가 기적같이 내 카드를 다시 찾아줌. 유경이 아니었으면 난 정말... 와 생각만 해도 소름!!! 

8. 낮에 그렇게 카드 잃어버리고 저녁에 숙소로 들어와서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티켓을 확인하는데, 어?! 시드니에 10:40에 도착해서 12:20에 출발하는데 "수하물 자동연결 불가"?!?!?! 그럼 1시간40분만에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심사 하고(미성년자랑 함께라 전자여권심사도 안됨) 수하물 찾아서, 다시 티켓팅 부스로 가서 수하물 부치고 보안검색대 통과해서 비행기를 탄다? OMG! 그건 불가능해. 뭔가 이상해. 어떻게 이렇게 비행기 티켓을 팔지? 급하게 친구에게 전화하고, 트립닷컴에 전화하고, 아시아나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모두들 알아서 해결하라고만... 연결되는 비행기가 오클랜드-시드니는 에어뉴질랜드고, 시드니-인천은 아시아나라서 연결이 안된다고만... 이런 미친! 바로 비행기 취소, 다시 비행기 검색. 와 그래도 내일 한국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 급하게 손 덜덜 떨면서 예약. 그렇게 해서 한국 귀국 성공. 진짜 지금 생각해도 살 떨린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이벤트가 넘쳐났다. 

이렇게 힘들게 여행했지만 좋았던 순간들은 너무 많았다. 

일단, 뉴질랜드의 미친 듯한 자연환경과 깔끔함. 뭔가 몽골의 광활함과 지평선, 히말라야의 높은 산자락, 능선들, 일본의 깨끗함과 정돈됨이 함께 공존하는... 와 이거 뭐지? 어떻게 이런 곳이 존재하지? 그런 느낌. 핸드폰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오지인데도 도로는 정말 깔끔하게 아스팔트가 깔려있고, 끝없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다 볼 수 있고, 하늘인지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되는 파랑을 갖고 있는 나라.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초록, 초록, 초록이 펼쳐져 있는 곳. 친절하고 여유가 있는 곳. 어딜 가나 멍 때릴 거리가 있는 곳. 미세먼지가 0인 나라. 온통 청정인 나라. 그 곳이 뉴질랜드임을 느끼고 왔다. 

한편, 내가 영어가 너무 짧아서 한계를 많이 느꼈고 과연 그곳으로 이민을 간다 하더라도 완전히 자연스럽게 지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특별히 좋았던 것들을 꼽자면, 

1.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준형 교수님 댁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270도 뷰의 와카티푸 호수와 켈빈 페닌슐라, 그리고 세실 피크. 진짜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시각적인 정보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 전망. 

2. 푸카키 호수의 저 세상 풍경. 믿을 수 없는 옥색의 호수와 푸르디 푸른 하늘,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의 설산 마운트 쿡. 

3.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의 충격을 안겨준, 와이망구 화산계곡.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는듯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코끝을 찌르는 묘한 냄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호수, 그리고 호수의 주위에 주황, 갈색, 초록, 노란색으로 쌓여있는 다양한 침전물과 그것을 뚫고 뿜어져나오는 공기방울과 물줄기. 이 곳의 모습은 정말 신비 그 자체였다. 이 곳을 본 것만으로도 12시간의 비행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4. 그 외 사실 모든 것들이 다 너무 좋았다. 오클랜드 도맹의 넓은 잔디와 콘월공원의 큼직한 나무들, 미션 베이와 오카후 베이의 한적하고 넓은 해변, 에이번강가로 나와서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는 회사원들의 모습. 그 모든 것들이 다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