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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식하는 두 가지 부류 본문

Scribble

‘우리’를 인식하는 두 가지 부류

재도담 2022. 9. 17. 17:49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부류는 ‘우리’의 범위를 세분화해서 좁게 보는 부류다. 그들은 피부색깔로 사람을 구분하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자신의 집단과 구별하여 ‘남(또는 적)’으로 인식한다. 성별이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국적이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고향이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출신학교가 다른 사람을 구분한다. 직업이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사는 아파트의 이름과 평수로 남을 구분한다. 종교가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취향이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성적지향이 다른 사람을 구분한다.
아마도 이런 습성은 문명이 발달하기 전,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부족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타인을 경계함으로서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그런 차이를 경계선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같이 ‘우리’로 인식하는 부류다. 그들은 고향이 달라도, 학벌이 달라도, 직업이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성적지향이 달라도, 사는 모습이 달라도 모든 인간집단을 ‘우리’로 인식한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과 식물들도 지구상의 이웃과 친구로 인식한다.

두 가지 특성 모두가 생존에 다 필요한 것이겠지만, 호모 사피엔스를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만든 것은 후자의 공이 훨씬 크다. 인간의 다정함은 서로를 협력하게 만들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로 어우르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생존과 번영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다.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의 부류와 결이 맞지 않고, 후자의 부류를 좋아하고 친근함을 느낀다. 내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범위가 좁은 사람을 더 넓은 ‘우리’의 세계로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우리’로 만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