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9-75) 열한 살의 아빠의 엄마를 만나다 [문학-아동] (케빈 헹크스) 본문
열한 살의 아빠의 엄마를 만나다
케빈 헹크스 저, 강하나 역, 내인생의책, 164쪽.
왜 출판사가 책 제목을 이따위로 번역해 출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제가 훨씬 좋다.
Sun & Spoon.
비록 번역한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책은 아동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 인생도서가 되었다.
주인공인 스푼은 집안에서 둘째 아들이고 열한살이다.
위로 형이 하나 있고, 아래로 괴짜 여동생이 하나 있다.
최근에 스푼은 할머니를 여의었다.
스푼은 할머니를 잃은 슬픔, 그리고 하루 하루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할머니를 잊지 않기 위해 할머니의 유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내를 잃은 것에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할아버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할머니의 유품을 슬쩍(?)하는 스푼의 모습에서
아이다운 순수함과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떠올랐다.
스푼이 부러웠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슬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솔직히 말하면 누가 죽어도 그렇게 슬플것 같지 않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살아계신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그닥 슬프거나 내 삶이 힘들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런 사실이 오히려 더 슬프다.
나는 왜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슬퍼할 사랑의 대상이 없는가.
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또는 일종의 자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와 함께 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 슬퍼하고 그로 인한 상실감으로 괴로워질 정도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반대로 그만큼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사랑할만한 대상이 되자.
나로 인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자.
어쩌면 그렇게까지 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그 정도로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내 인생의 목표가 하나 생겼다.
케빈 헹크스에게 정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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