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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5)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인문학] (김정운)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19-35)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인문학] (김정운)

재도담 2019. 6. 28. 18:28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저, 21세기북스, 284쪽. 

아주 약간의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역시 그닥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와닿았던 구절들.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자! 자신의 '좋은 것'이 명확지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 거다.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기는 힘들어도, '나쁜 삶'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좋은 것'을 추상적으로 정의하고, 각론의 부재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나쁜 것', '불편한 것'을 제거하자. 

불안과 공포야말로 인간 문화와 예술의 기원이다. 

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냉소적 이성'을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냉소적 이성'은 아주 비겁하고도 위선적이다. 스스로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가치를 근본적으로 신뢰하지도 않고, 주장하는 대로 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위선적 가치는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의 비난에만 사용될 뿐이다. 냉소적 이성을 극복하려면 살아온 대로 말해야 한다.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말들을 제대로 기억할 때 이 무책임한 냉소주의가 극복된다. 

프로이트의 '콤플렉스'와 더불어 현대인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면 마르크스의 '소외'다. 자신이 만든 생산물과는 아무 관계 없이, 그저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 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노동의 결과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삶을 마르크스는 '소외된 삶'이라 했다. 사무직에서 일했던 사람일수록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인생에는 노동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해야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말과 글로 먹고 산 사람일수록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을 해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자의식은 공간의 통제감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공간이 있어야 주체 의식도, 책임감도 생긴다. 은은하게 조명을 밝히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쭉 늘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긴다.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멀리 봐야 한다. 자주 올려다봐야 한다. '저녁노을 앞에서의 하염없음'과 같은 공간적 오리엔테이션의 변화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생각'이란 '내적 언어'라는 뜻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기호'와 '상징'을 매개로 내면화된 결과가 '생각', 즉 '내적 언어'라는 것이다. 책은 이 같은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다. 내 공간충동의 최종 목적지는 '자신과의 내적 대화', 즉 '생각'이다. 여기서 담보해야 할 것이 있다. '외로움'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외로움을 담보로 해야 '책을 매개로 한 내적 대화'가 진실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더 느낀다. 다들 그 외로움을 피하려고 '관계'로 도피한다. 그러나 세상에 어리석은 일이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고통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나온다. 차라리 외로움을 견디며 내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이 옳다. 진짜 외로워야 내 스스로에게 충실해지고, 내 자신에 대해 진실해야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