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9-31) 생각의 지도 [인문학] (리처드 니스벳) 본문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저, 최인철 역, 김영사, 248쪽.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밝혀주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1장 - 서양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동양은 관계를 중시한다. 서양은 사물의 본질 자체에 관심을 두고 동양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둔다. 서양은 단순화를 통해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려 하였고 이것이 과학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반면, 동양은 세계를 지나치게 복잡한 관계로 이해했기 때문에 이를 단순화시키지 못했다.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중국인의 일상에서 개인의 권리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권리 중 자신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중국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을 인간 관계를 해치는 위험한 요소로 간주했다. 그리스 철학은 이데아만을 참된 실재로 여겨, '단단한 물체'보다는 '단단함'이라는 속성 자체를 논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었다. 객관성은 주관성에서 비롯된다. 사람들마나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세상은 그러한 각각의 인식들과는 무관한 객관적인 실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그리스인들이 '자연계'의 개념을 발견하면서 과학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중국인들이 과학을 일찍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호기심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인간계와는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자연계'라는 개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2장 -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둔다. 그들은 자신이 내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매우 유사하다고 느끼고, 그들을 외집단 구성원보다 훨씬 더 신뢰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자신과 내집단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며, 내집단원이나 외집단원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보편주의적 행동 원리를 따른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사회에서 개인의 과제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 혹은 '더 독특하다'라는 평가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서 화목을 유지하고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비판이 필수적이다. 동양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남들과 마찰 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만, 서양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친다.
동양인들은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self)를 전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지만, 서양인들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를 전체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여긴다. 동양인들에게 있어서 성공과 성취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광을 의미하나,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개인의 업적을 의미한다. 동양인들은 인간 관계 속에 조화롭게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지만, 서양인들은 개성을 중시하기 떄문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동양인들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 관계의 조화를 추구하지만, 서양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인간 관계를 희생해서라도 정의를 추구한다. 동양인들은 위계 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집단의 통제를 수용하지만, 서양인들은 형평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를 선호한다. 동양인들은 모순과 논쟁을 회피하지만 서양인들은 법률, 정치, 과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논쟁을 끌어들인다.
3장 - 서양인은 개별적 '사물'을 보고 동양인은 연속적인 '물질'을 본다. 서양은 직선적인 관점, 동양은 순환적인 관점을 취한다. 동양인들은 작은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사물과 전체 맥락을 연결시켜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전체 맥락에서 특정 부분을 뗴어내어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낯설어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사물에 초점을 두고 주변 맥락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다.
4장 - 서양은 개체의 내부적 속성에 관심을 두고, 동양은 주위 상황과 맥락에 관심을 둔다. 동양은 상황을, 서양은 본성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인은 단순성을 추구하고 동양인은 복잡성을 추구한다.
5장 - 서양인은 동일한 규칙에 의한 범주화에 익숙한 반면, 동양인은 표면적 유사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동양인들은 세상을 '관계'로 파악하고 서양인들은 범주로 묶일 수 있는 '사물'로 파악한다.
6장 - 문명 세계의 양극단인 동양과 서양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논리학의 지위에 있다. 동양 철학에서는 명제의 진실성과 도덕성을 구분 짓지 않는데 이는 논리학의 발전에 있어 치명적인 실수였다. 동양에서 논리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주된 이유는 어떤 논리적 주장의 '내용'은 무시하고 '형식'만 고려하는 탈맥락주의를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서양은 논리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주장을 거르려하고, 동양은 모순되는 주장도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크다.
7장 - 동서양 사고 방식 차이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서로 다른 생태 환경이다. 중국은 농경에 적합하였고,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유리하였다. 농경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화목한 생활이었다. 특히 쌀농사의 경우에는 공동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리스는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그리고 무역에 적합했다. 그리스의 토양과 기후는 농경보다는 포도주와 올리브유 생산에 더 유리했다. 중국인은 '자신'을 사회적 의무와 인간 관계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네트워크 속에서 파악했다. 그리스인들은 사물 자체에 초점을 두었고, 사물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의 규칙을 범주화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회의 생태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왔고, 이 경제적인 차이는 다시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차이는 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과 육아 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환경의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의 방식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낳고, 이는 다시 지각과 사고 과정(인식론)의 차이를 가져왔다.
'Report of Book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45) 호모데우스 [인문학] (유발 하라리) (0) | 2019.08.22 |
---|---|
(2019-35)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인문학] (김정운) (0) | 2019.06.28 |
(2019-26) 피터 드러커의 생각을 읽자 [인문학] (손기화) (0) | 2019.05.28 |
(2019-21) 플루언트 [인문학] (조승연) (0) | 2019.05.15 |
(2019-16)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인문학] (홍춘욱) (0) | 2019.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