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9-21) 플루언트 [인문학] (조승연) 본문
플루언트
조승연 저, 와이즈베리, 312쪽.
조혁래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정말 재밌다.
영어의 역사와 유래,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영어의 의미 등 등에 대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영어 파워의 근원은 다양하고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끼리 소통할 때 쓰이는 플랫폼 언어를 언어학자들은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라고 한다.
우리도 머지 않은 미래에 하나 이상의 링구아 프랑카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중국어가 부상하면 영어를 안 배워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중국어·영어는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영어로 감정 소통까지 하려면 적어도 매일 1-2시간씩 5-7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언어는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은 같은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다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성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는 표준어의 존재를 당연시 하지만 사실 표준어 개념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반기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말은 사람의 생각만큼 자유롭다. 문법이란 사람이 말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말하는 것을 규제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문법에 맞추어 말해야만 통한다고 믿는 것은 문법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 못 했다는 말과 같다. 외국어 공부에서 문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살아 있는 언어의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두는 것이다.
만약 하루에 1시간 정도 영어 공부를 한다고 치면 미국인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블로그에 게재한 글, 신문기사, 영·미 영화 감상에 30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영어는 펜 잡고 공부하기보다 테니스를 배우듯이 천천히 몸에 배도록 익혀 나가야 한다.
말을 통해서 하는 행위를 '스피치 액트speech act'라고 부른다.
수천 년 동안 한 민족이 갈고 닦으며 써온 언어는 깊은 감정 소통이 가능하고 형용사와 부사가 풍부하며 운율과 성어와 유머가 발달한다. 하지만 영어처럼 몇 개의 문화와 관습이 서로 다른 민족이 한곳에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최소 소통만을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언어는 감정의 깊이보다는 얼마나 적은 단어와 단순한 문법으로 실용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영어는 모든 명사를 일단 추상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물을 이야기하려면 단어 앞에 무언가를 표시해 줘야 뜻을 왜곡하지 않고 바르게 알아듣는다. 영어 사용자는 항상 '일반적인 개념'과 '특정한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추상적 사고'를 가졌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추상'과 '구체'의 차이에 대한 감을 기르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영어에 서툰 사람이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다 제거하고 최소한의 요소로 소통하는 영어를 '피진pidgi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어에 대해서 잘못 생각한 것은 피진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실상은 피진만으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누구든지 초보자 시절에 피진을 거쳐야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어떤 외국어든 처음에는 모든 거추장스럽고 어려운 것을 다 떼놓고 정말 골격만 한번은 써봐야 한다.
서양 언어는 동사가 앞에 높여 주어를 지배하고 목적어를 이끈다. 사용할 줄 아는 동사의 숫자가 많아지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정보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평소에 '주어+동사'로만 이루어진 영어 문장을 말하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해두면 동사 활용 기술이 늘어 영어로 말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고도화라는 것은 지식을 감각에 연결하는 것이다. 언어의 결이 머리에 깊이 인지되어 문장의 기본 구조가 눈에 저절로 들어오는 상태를 우리 전통 교육에서도 '문리가 트였다'라고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동일한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 간에는 말을 주고 받을 때 엄청난 양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말을 할 때 동원되는 지식은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주 접하고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독서, 주변 사람, 미디어 등을 통해 장기간 머릿속에 쌓여 그 문화의 지식 기반이 머리에 단단히 형성되어 있지만 스스로 '나는 이런 지식이 있다'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어 머릿속에 잠재된 지식을 학자들은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부르는데, 서양과의 공통문화가 거의 없는 동양인이 영어를 잘하려면 이런 서양 인문학 지식의 기반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공부해서 뇌에 새겨야 한다.
어떤 언어로 말을 주고받을 때 공감대를 이루는 문화 지식을 교육 학자들은 '문화 독해력cultural literacy'이라고 한다.
앨리스 설리번이라는 사회학자는 학생의 최종 학력에 부모의 교양 수준이 본인의 공부 분량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교양 있는 부모의 대화를 듣고 자란 아이는 뛰어난 문화 독해력을 기반으로 학과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언어는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담기에 불완전한 도구다. 듣는 사람이 행간을 채워주지 못하면 소통이 막힌다. 이것은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가 제안한 '의미론적 상호협동이론'이다.
세상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있고, 제대로 된 영어 공부는 10억 명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Report of Book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31) 생각의 지도 [인문학] (리처드 니스벳) (0) | 2019.06.12 |
---|---|
(2019-26) 피터 드러커의 생각을 읽자 [인문학] (손기화) (0) | 2019.05.28 |
(2019-16)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인문학] (홍춘욱) (0) | 2019.04.08 |
(2019-09) 가치관의 탄생 [인문학] (이언 모리스) (0) | 2019.03.21 |
(2019-02) 12가지 인생의 법칙 [인문학] (조던 B.피터슨) (0) | 2019.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