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8-12) 아몬드 [문학-소설] 본문
아몬드
손원평 저, 창비, 236쪽.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18 원북원 부산 후보에 올라있어 도서관 가는길에 눈에 띄었는데,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알렉시티미아,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아이, 선윤재. 윤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갖고 있었다. 남들에 비해 현저히 작은 편도체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윤재였지만,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과 철저한 교육으로 그나마 큰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던 윤재는 16살 생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극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 무차별 흉기질에 외할머니를 잃고, 어머니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신세가 된 것이다. 눈 앞에서 엄마와 외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윤재였지만, 공포도 슬픔도 느끼지 못한 윤재.
어느 날 학교에 문제아 '곤이'가 전학을 오게 되는데, 모두들 곤이를 두려워하고 멀리하지만 윤재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유일하게 곤이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윤재. 그리고 윤재의 감정표현불능증을 교정해보려는 곤이. 둘은 시나브로 가까워지지만, 둘 사이의 간격은 너무나 멀기만 한데...
한숨에 다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감정표현불능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통해, 공감능력을 상실한, 또는 공감하는 척하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슬픈 척, 가슴 아픈 척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천인공노할 사건에 분노를 느끼면서 뒤돌아서서 잊어버리고 그런 사회를 교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감정표현불능증과 다를 것이 무언가.
가슴에 찔림이 있다.
힐링이 되는 느낌도 받았다.
때로 내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 분노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반대로 그런 사회현상을 보고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감정은 가슴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가 반응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슴의 따뜻함이 머리의 냉정함을 이긴다는 표현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책이다.
'Report of Book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16) 영어가 뭐길래 [문학-아동문학] (0) | 2018.03.12 |
---|---|
(2018-15) 어떤 소송 [문학-소설] (0) | 2018.03.12 |
(2018-11) 몽실 언니 [문학-소설] (0) | 2018.03.04 |
(2018-10) 미스 함무라비 [문학-소설] (0) | 2018.03.02 |
(2018-03)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문학-소설] (0) | 2018.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