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7-46) 여행의 기술 [문학-에세이] 본문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역, 청미래, 328쪽.
중반부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잖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재밌게 읽었다.
확실히 드 보통은 우리에게 다양한 시각과 생각할 꺼리를 제공한다.
다소 음울하고 냉소적이지만, 유머감각과 통찰을 지니고 있는 그의 글은 사람을 즐겁게 한다.
밑줄 긋기.
삶은 우리에게 예술 이외의 것(키치)들만울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의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p.25).
아름다운 대상이나 물질적 효용으로부터 행복을 끌어내려면, 그 전에 우선 좀더 중요한 감정적 또는 심리적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요구들 중에는 이해에 대한 요구, 사랑, 표현, 존경에 대한 욕구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인간관계 속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몰이해와 원한이 갑자기 드러나면, 우리의 마음은 화려한 여행지의 즐길거리들을 즐길 수가 없다(p.39).
일반적으로 공동의 고립감은 혼자서 외로운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을 덜어주는 유익한 효과가 있다. 도로변의 식당이나 심야 카페테리아, 호텔의 로비나 역의 카페 같은 외로운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고립의 느낌을 희석할 수 있고,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독특한 느낌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p.72).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진행되어 간다(p.78).
이국적이라는 말을 좀더 일시적이고 사소한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외국에서 만나는 장소의 매력은 새로움과 변화라는 단순한 관념으로부터 나온다(p.101).
나는 나의 활동에 보탬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 하는 모든것을 싫어한다(p.146).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하거나 수심에 잠겨있을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p.201).
스스로가 작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보통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작다는 느낌이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p.205). 4억 년 전에 만들어진 골짜기를 통해서 느끼는 감정, 2300미터 높이의 화강암 산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 일련의 가파른 협곡의 벽에 표시된 수천 년의 침식 흔적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 이런 것들 옆에 있으면 인간은 그저 늦게 나타난 먼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숭고함은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의 약함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유쾌할 수 있고, 심지어 사람을 도취시킬 수도 있다(p.212).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장애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났을 때, 숭고한 풍경이 그 웅장함과 힘을 통해서 우리가 원한을 품거나 탄식하지 않고 그 사건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p.225).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능력은 예술에서 현실 세계로 옮겨질 수 있다. 처음에는 캔버스 위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발견하지만, 나중에는 캔버스가 그려진 장소에서 그런 요소들을 환영하게 된다(p.265).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다섯 가지 핵심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인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p.276).
데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러스킨은 그것이 데생을 잘하거나 화가가 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데생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단느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의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p.279).
러스킨은 영국의 시골을 여행하다가 제자들이 형편없는 그림을 제출하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해서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p.300)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팡세』단장136)(p.304).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 (…) 여행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가 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어떤 것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은 버리고 간다(p.308).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에서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파자마를 입고 자신의 방 안에 만족하면서, 우리에게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의 옆구리를 찌른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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