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모순 본문
1. A씨는 지구온난화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집에는 냉장고, 에어컨이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에서 나오는 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고 한다.
2. 우리나라에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과외나 학원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하는 공부로만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었으나, 요즘은 고액과외를 통해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훨씬 높다. B씨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안에서 자란 아이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고, 사교육 위주의 교육환경이 개선되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B씨의 직업은 학원강사다.
3. C씨는 불로소득, 즉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 얻는 소득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누구가 자기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C씨는 취미생활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예금을 통해서 수십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있다.
4. D씨는 자유시장경제 옹호론자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시장경제에 맡겨져야 하고, 정부가 주도하고 개입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은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고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D씨는 국가가 관리하는 초중고교 정규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했고, D씨의 자녀는 공립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5. E씨는 친구들과 만나서 대기업 총수가 횡령과 배임, 탈세로 구속되는 뉴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욕을 했다. 탈세와 같은 행위는 범죄 행위이며, 국가의 돈을 훔치는 매우 악질적인 범죄라고 분노했다. 그런데, E씨는 자영업자이고, 자신의 소득을 액면 그대로 신고하지 않으며 업무를 위해 사용하지 않은 돈도 전부 사업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A-E는 모두 언행일치가 안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가 A-E를 보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뭐 그럴수도 있지.' 또는 '저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뭐 저런 쓰레기같은 사람이 다있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기 나오는 A-E를 보고 다른 판단을 하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일까?
6. 며칠전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가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사고가 난 여행객들이 있었다. 그들은 비행기를 놓칠까봐 운전기사에게 최소한의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고, 119도 부르지 않은채 그 자리를 떠났다. 제 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한 운전기사는 사망했다. 이들은 비난받아 마땅한가?
7. 만약 6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정치인에 의해 어떤 정책이 펼쳐지고 그 정책에 의해 수십명 또는 수백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발언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 또한 비난받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