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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of Book/과학

(2016-25) 기생충 제국 [과학]

재도담 2016. 9. 6. 23:32

기생충 제국. 

칼 짐머 저, 이석인 역, 궁리. 


매우 재미있다. 기생충이 이렇게 희안한 생명체인지 처음 알았다. 

학교 다닐 떄는 왜 기생충학 시간이 재미있지 않았을까? 

얼마든지 재미있게 교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이라도 기생충의 재미있는 세계를 알게되어 기쁘다. 



갈고리촌충은 돼지를 중간숙주, 인간을 최종숙주로 한다. 성충이 인간의 몸 안에서 알을 까고, 알이 대변으로 배출되면 돼지가 그 똥을 먹고 돼지의 소장에서 부화해 유충이 되어 돼지의 근육에 꽈리를 튼다. 이 돼지를 인간이 먹으면 유충이 인간의 대장에서 수미터에 달하는 성충으로 자라나 수년을 살아간다. 이 촌충은 돼지와 인간에게 크게 해가 없으나, 사람이 바로 촌충의 알을 먹게 되면 인간이 비정상적인 중간숙주가 되어 근육, 뇌, 안구 등에 유충형식으로 기생하게 되면서 "낭미충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흡충. 알에서 부화, 형태가 없는 자루모양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왕노란벌레라고 불리는 유충이다. 이 유충은 달팽이의 몸체와 껍질을 덮은 점액을 뚫고 들어가 먹고 자란 다음 꼬리유충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살아간다. 이후 꼬리유충은 달팽이에게서 빠져나와 포낭을 형성하여 달팽이에 달라붙어 있다가 어떤 식으로든 양이나 다른 최종 숙주의 몸으로 들어가면 포낭을 뚫고 나와서 성숙한 흡충이 된다. 

말라리아원충. 사람이 중간숙주, 모기가 최종숙주다. 말라리아원충은 모기가 물 때 포자소체라는 오이처럼 생긴 모습으로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다. 포자소체는 간으로 이동한 다음 간세포 속으로 침투하여 한 마리가 4천 마리의 분열소체로 번식한다. 분열소체는 간에서 나와 적혈구를 찾아 나서는데 거기서 더 많은 수의 분열소체가 되고 수가 늘어난 분열소체는 적혈구를 터뜨리고 나와 더 많은 적혈구를 찾아 나선다.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설키어 있다. 기생충은 때때로 먹이사슬의 과정에 깊숙히 관여하여 종의 개체수를 조정하기도 한다. 최종숙주인 새에게 먹히기 위해 달팽이나 개구리에게 침투한 기생충은 중간숙주를 조정하여 새에게 잘 먹힐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새는 기생충의 도움을 받는 셈이다. 먹이를 쉽게 포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생충이 없다면 새는 먹이를 제때 구하지 못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어떤 기생충은 숙주의 몸에 침입하기 위해 숙주의 피부(점막)을 녹여서 투명인간처럼 그 안으로 침투한 후에 다시 숙주의 피부를 재생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의 표면은 어떤 손상을 받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기생충에 감염된 어떤 중간숙주는 정상적인 무리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기생충이 숙주의 뇌를 조정하는 것이다. 꼬리를 들고 춤을 추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물속 깊이 들어가야 할 동물이 물 표면이나 물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아직까지 어떤 경로로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조정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기생충이 동물들의 성분화에도 기여했다는 이론도 있다.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기생충에 의한 공격에 좀 더 다양한 변화된 형태를 만들기 위해, 암수의 DNA를 섞어서 자녀를 생산하는 방식이,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기생충과 숙주와의 관계를 보면, 동물들도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기생충에 감염된 숙주(동물)는 평소 먹지 않던 먹이를 찾아 먹음으로써 기생충의 장내 번식을 억제하거나, 금식을 통해서 기생충의 번식을 억제하기도 한다. 침팬지는 베로니아 나무의 수액을 선택할 때, 나무껍질과 잎사귀도 놔두고, 독성이 있는 부분도 피해서 오직 선충과 다른 기생충을 죽이는 스테로이드 클루코사이드 성분을 가진 부분만을 섭취한다. 

겸상적혈구빈혈은 인간과 말라리아 사이의 투쟁중에 생겨난 혈액 질환 중 하나이다. 그 유전자로 인해 말라리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수가 두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서 죽어 간 사람들의 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기생충을 완전히 박멸하는 항생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인간이 늑대로부터 개를 사육시킨 것이나, 당도가 높은 사과 품종을 키워내는 것처럼, 기생충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진화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접근 방법일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기생충의 박멸로 인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병이라고 보고있다. 이 병들은 기생충이 박멸된 지역에서만 보고되고 있고, 여전히 가난한 국가와 지역에서는 거의 보고되고 있지 않다. 장내 기생충이 면역계가 포악해지는 것을 막으며 온순한 종류의 공격을 유도하여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런 기생충의 진정효과가 없어지자 면역계의 공격이 너무 활성화되어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기생충이 인체의 면역계를 조절하는 데 사용하는 물질은 아마도 인류의 현대적인 삶에 보호장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소아마비 백신과 함께 기생충 단백질을 접종받아, 자신들의 면역게가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도록 훈련하게 될 수도 있다. 

기생충은 해충을 막는데도 쓰일 수 있다. 진딧물, 딱정벌레, 그외 다른 해충들이 기생충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 농화학 산업의 발달로 살충제와 같은 것들이 개발되고 농화학 산업의 번성으로 인해, 기생충을 이용한 생물학적 조절방법이 시들해졌었지만, 화학물질의 부작용으로 최근에는 다시 기생충을 이용한 생물학적 조절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카사바'는 아프리카의 주요식량원이다. 어느날 카사바진디가 생겨나면서 아프리카의 카사바들은 멸종해 가고 있었다. 이 진디는 카사바를 말라 죽이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번식해나가 아프리카의 주요식량원인 카사바는 멸종의 위기에 놓였었다. 그런데 이 카사바진디의 억제할 수 있는 기생말벌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하고 번식, 살포하여 멸종위기의 카사바를 구할 수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기생충의 사용이 실패한 예도 있다. 하와이에서는 노린재를 없애기 위해 기생 날벌레를 들여왔는데, 이 기생 날벌레는 토착 곤충인 코아 벌레에도 기생할 수 있어, 코아 벌레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또 농작물에 달려드는 나방을 조절하기 위해 기생말벌을 들여왔는데, 이는 토착 나방 종에도 퍼져나가 나방의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 나방이 줄어들자 나방의 애벌레로 새끼들을 먹여살리는 새들이 줄어들고, 새들이 줄어드니 새들을 통해서 꽃가루를 옮기거나 수정시키는 숲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되었다. 

코르디셉스라는 곰팡이는 곤충 속에 침투하여 꽃처럼 생긴 줄기를 곤충의 몸 밖으로 내뻗는데, 싸이클로스포린의 원료로 중요한 면역억제제이다. 구충은 인체의 혈액 응고인자를 완벽하게 걸어 잠그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한 생명공학업체가 외과 수술을 위한 혈액 희석제로 사용하려고 연구중이다. 진드기 역시 혈액을 빨아 먹기 쉽게 조작하는데, 사용되는 물질이 응고된 혈액을 녹일 뿐만 아니라 염증도 줄이고 상처로 들어가려는 세균도 죽일 수 있다. 주혈흡충은 면역계로부터 자신들을 위장하려고 인체를 이루는 성분을 훔치지만, 아직 그 방법은 모른다. 그 방법을 알아내면 장기 이식에 그 방법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생충은 때때로 공해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생태학적 파수꾼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생명체와는 달리, 생태계의 여러 단계를 지나기 때문에, 그런 여행중에 마주친 생태계의 손상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가 기생충 같은 존재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존재해 오던 유서 깊은 기생충 모임에 참여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명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기생충식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어울리지 않는 점이 있다. 기생충은 대단히 정밀하게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숙주를 변화시킨다. 중간숙주를 부모 세대가 살던 예전의 개울가로 이끌고 최종숙죽의 몸 속으로 옮겨가 성충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필수불가결한 손상만을 입히는 데 능숙하다. 왜냐하면 숙주가 너무 심하게 손상되면 결국에는 기생충 스스로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진화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기생충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우리는 훌륭한 선배인 그 대가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