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edGen's story

(2016-17)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육아] 본문

Report of Book/육아

(2016-17)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육아]

재도담 2016. 7. 20. 21:54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윤태규 저, 보리. 


굳이 분류를 육아로 하긴 했지만, 꼭 아이를 지도하기 위해서가 아닌, 어른에게 적용해보아도 좋을 만한 책이다. 

정말 강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얼마나 일기를 잘 쓰는지,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1장. 일기 쓰기는 왜 실패하는가. 

글쓰기나 국어 공부를 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일기를 쓰면 글 쓰는 힘이 생긴다는 말은 맞다. 일기를 쓰다 보면 글자도 익히고 어휘 활용 능력도 늘어나서 국어 공부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 목표를 두어서는 일기 쓰기 자체에 굉장한 방해가 된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일기 싹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마는 무서운 일이, 일기를 국어 공부 수단으로 삼는 일이다. 아이들은 맞춤법이나 문법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일기를 써야한다. 

특별한 일을 쓰라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특별한 일이 일어난 날이면 오히려 일기를 잘 쓰지 못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기를 잘 쓸수 있다. 오히려 흔히 겪는 일들을 차분한 마음으로 쓸 때 일기를 훨씬 잘 쓸 수 있다. 

길게 쓰라고 하기 때문에. 길게 쓰라는 말은 어마어마한 짐이 된다. '길게 쓰자'가 아니고 '자세히 쓰자'고 해야 한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남이 읽어서도 궁금한 점이 없도록 소상히 풀어서 써야한다고 가르친다. '재미있었다'가 아니라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 '우스웠다'가 아니라 우스웠던 이야기를 무엇이었는지, '설쳤다'가 아니라 설치는 모습이 눈에 보이게 쓰도록 가르친다. 

잠자기 바로 전에 쓰기 때문에. 잠자기 바로 전은 피곤한 시간이다. 일기를 정성들여 쓸 수가 없다. 일깃감에 대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겪은 즉시 일기를 쓰도록 하되 일기 쓸 시간을 충분히 갖고 쓰도록 하자. 

반성하는 일기를 쓰라고 하기 때문에. 일기의 생명은 정직이다. 일기 끝에 반드시 다짐이나 반성을 쓰도록 한다면 그것이 또 하나의 틀이 되어 자유롭게 일깃감을 고르지 못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거짓글을 쓰게 만든다. 억울하면 억울하다, 미우면 밉다,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쓸 때 비로소 쌓이거나 억눌린 마음이 풀린다.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게 해서는 결코 바른 삶을 가꾸어 나갈 수가 없다. 정직한 글은 마음을 병들게 하는 찌꺼기들을 풀어 낸다. 이것이 참 삶을 가꾸는 일이다. 

사실만 쓰지 말고 생각이나 느낌을 많이 쓰라고 하기 때문에. 일기는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는 사실 기록이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생각이나 느낌을 꼭 써야 할 때는 쓴다. 중요한 것은 사실 기록 안에 들어있는 아이들 생각을 읽는 것이다. 겪은 사실을 쓰든지, 생각이나 느낌만 쓰든지, 겪은 사실과 생각을 섞어 쓰든지 어느 한 쪽으로 몰고 가지 않아야 한다. 

일기장에 있는 잡다한 틀 때문에. 날짜, 날씨, 일어난 시각, 잠자는 시각, 오늘의 중요한 일, 오늘의 착한 일 등등 일기장에는 많은 쓸데 없는 틀들이 있다. 이러한 틀이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을 가두어버린다. 일기의 길이도 제한시킨다. 어떤 날은 길게, 어떤 날은 짧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보통 공책에 일기를 쓰도록 하자. 

일기 검사 때문에.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게 맞다. 그런데 아이들 일기를 보지 않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 따위를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기를 보긴 보되 안 보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일기를 살펴보더라도 거리낌 없이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기 내용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겠다고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금방 믿음을 갖는다. 

숙제로 쓰기 때문에. 숙제는 누구나 싫어한다. 일기는 그냥 밥 먹는 일과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 주자. 

대신 써 주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떻게 커 나가는지를 느긋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끼여든다. 뻥튀기를 해서라도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빨리 크기를 바란다. 한두 달 안에 일기 쓰기 도사를 만들어놓고자 한다. 그게 일기 쓰기를 망치는 일인데도 말이다. 글은 말이다. 말을 대신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른들이 끼여들고 간섭한 일기는 재미가 없다. 아이 혼자 힘으로 쓰도록 지켜 보자. 어떠한 경우라도,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일기를 대신 써 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그림 일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림 일기를 쓰게 해 보면 생각한 것과 달리 그림과 글자가 서로 부족하고 서투른 점을 메워 주는 노릇을 하지 못한다. 그림 일기보다는 처음부터 글로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어른들이 일기 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몸으로 보여 줄 때 감동이 있고 힘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2장. 어떻게 시작할까. 

① 유치원 때는 그림일기로 시작하자. 글씨가 없는 그림만으로 자기 하루 일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그림 일기든 글로 쓰는 일기든 한동안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설령 쓰려고 하더라도 말린다. 대신 호기심을 잃지 않고 기대감이 가득하도록 만들어둔다. 

② 말이 곧 글이다. 1학년은 혼자서도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주자. 자기를 표현하는 길을 활짝 열어 주는 일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질문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 말을 부지런히 들어 주는 일은 말하기 공부는 물론 일기 쓰기 공부에도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③ 짧은 글 짓기 놀이. 주어진 낱말을 넣어서 문장을 만드는 놀이인데, 아이의 생활과 관련된 문장을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④ 일기 쓰기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갖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짧은 글 짓기 공부를 한 뒤에 어느 날 1학년 또래가 쓴 일기글을 미리 골라 두었다가 보여준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 아주 정직하게 쓴 글, 틀리게 쓴 글자가 들어가 있는 글, 환경이 비슷한 아이가 쓴 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를 쓴 글. 이런 조건을 갖춘 글을 골라서 아이가 읽고, 주눅이 들지 않고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글이면 좋다. 

⑤ 일기장 속표지에 붙여 둘 「꼭 알아야 할 일」. ▶ 일기는 오늘 내가 겪은 일을 쓰는 글입니다. ▶ 오늘 있었던 일 가운데 남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듯이 쓰면 됩니다. ▶ 오늘 있었던 일 가운데 실수한 일, 부끄러운 일도 좋은 일깃감입니다. ▶ 억울하고, 괴롭고, 답답하고, 속상한 일도 좋은 일깃감이 됩니다. ▶ 잘 모르는 글자는 동그라미를 하고 그 안에 아는 대로 씁시다. ▶ 언제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 밝혀 씁시다. ▶ 집에 가자마자 곧 일기를 씁시다. ▶ 자세히 쓰도록 합시다. ▶ 일기 끝에 쓰기 시작한 시간과 끝난 시간을 쓰도록 합시다. ▶ 내 힘으로 일기를 쓰도록 합시다. ▶ 적어도 30분은 앉아서 쓰도록 합시다. 

⑥ 중요한 것은 오늘 쓴 일기의 내용이 아니라 내일도 일기를 쓰려고 하는가 하는 것이다. 

3장. 무엇을 어떻게 쓰게 할까. 

① 많은 사람들이 일기에 '맑음, 흐림, 갬, 비, 눈' 이렇게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날 날씨를 적는다. 그런데 하루의 날씨를 그처럼 간단한 낱말 하나로 나타낼 수 없다. 날씨는 문장으로 쓰게 해야 한다. 날씨를 자세히 쓰게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자세히 살피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② 일깃감 고르는 세 가지 잣대. A:누구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인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가운데 부모님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 집에서 있었던 일 가운데 동무들이나 선생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좋은 일깃감이다. 아이가 학교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잘 듣고 있다가 일깃감으로 추천을 해 줄 수도 있다. B:실수한 일, 창피스런 일, 부끄러운 일, 잘못한 일, 비밀스런 일도 좋은 일깃감이다. 설사 아이가 비도덕적인 일을 일기에 썼더라도 그것을 읽고 아이에게 티를 내면 안된다. 아이는 이미 그 일깃감을 일기에 쓰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했을 것이 분명하므로, 그런 비도덕적인 일을 두고 따로 교육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C:억울하고, 답답하고, 괴롭고, 속상하고, 슬픈 일.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억울하다고 일기를 써야 한다. 억울한 이야기를 쓰면 당연히 비난도 하고 비판도 하게 된다. 이런 일기가 나오면 아이가 당당하고 바르게 자라는구나 하고 반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버릇없다고 나무라서는 안된다. 

③ 다시 겪기. 일기를 쓸 때 다시 한 번 떠올려 쓰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버릇이다. 떠올려 보지 않는 버릇이 굳어져 버리면 그만 떠올리기가 귀찮아진다. 자세히 떠올려 보지 않으면 글이 밋밋해진다. 재미가 없다. 일깃감에 대해 자세히 떠올려 보아, 그 당시의 분위기, 동무 얼굴 표정 하나, 대화 하나를 다 떠올린다. 이러한 겪어 보기가 완전히 버릇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귀찮지만 몇 번만 겪어 보기를 해 보면 이 방법과 친해진다. 재미있는 일이나 즐거웠던 일은 한 번 더 즐거움을 맛보게 되니까 더욱 그렇다. 

④ 아이들끼리 묻고 답하는 놀이를 하면 자세히 쓰기를 하는데 굉장히 큰 효과를 본다. "나는 어제 어머니에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왜 맞았나요?" "집에 너무 늦게 왔다고 맞았습니다." "몇 시에 들어갔는데요?" "캄캄할 때 들어갔어요. 7시는 넘었을 거에요." "무엇으로 맞았나요?" "손바닥으로도 맞고 책으로도 맞았어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아이가 어제 한 일을 두고 이야기해야지 겪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해서는 안된다. 

⑤ 자세하게 쓰지 못한 일기 끝에 질문을 써서 답하게 한다. 

⑥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게 하면서 관찰한 것을 일기로 쓰게 한다. 

⑦ 때와 장소를 자세히 쓰도록 가르친다. '나는 오늘'을 못쓰게 하라고 배웠지만, 그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레 없어질 수도 있고, 꼭 없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것보다 오늘 가운데서도 아침인지 점심인지, 몇째 시간 마치고 인지, 학원에 갔다온 후인지 등등을 자세히 쓰도록 가르치고, 장소도, 단순히 '집에서'라고 쓸 것이 아니라 안방인지 거실인지, '학교에서'가 아니라 운동장 어디, 교실 어디인지를 밝혀 쓰도록 지도한다. 

⑧ 주고 받은 말 쓰기. 무슨 글이든 주고받은 말이 많이 들어가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이 된다. 따옴표는 천천히 지도해도 된다. 주고받은 말을 그대로 옮기면서, '성질을 내며', '작은 목소리로', '큰 소리로'와 같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까지 알 수 있도록 쓰면 더욱 좋다. 강요해서는 안되겠지만, 지도는 필요하다. 

⑨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읽어 보게 지도한다. 

⑩ 일기를 쓰는 시작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기록하게 한다. 

⑪ 아이가 비밀일기를 쓰고 싶어할 땐, 일기를 쓰고 접어두게 한다. 접어둔 일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보지 않는다. 

⑫ 혹시 아이가 쓴 일기의 내용중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 있으면, 당장 교육 하려 들지 말고 기억을 해 두었다가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일기하고 전혀 상관 없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꼭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싶으면 다른 주제와 관련을 지어 이야기를 하는 방법도 좋다. 


뒤에 몇 가지 좋은 내용들이 더 있지만 요약은 여기까지. 유경이, 유은이와 함께 일기쓰기를 즐겁게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