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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Gen's story

(2016-03) 프랑스 아이처럼 [육아] 본문

Report of Book/육아

(2016-03) 프랑스 아이처럼 [육아]

재도담 2016. 1. 11. 15:23

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 드러커맨 저. 이주혜 역. 북하이브.

 

진작에 읽었더라면, 아주 유익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을 기쁨으로 생각한다.


임신의 과정도, 아이를 기다리는 과정도, 출산도, 숭고한 희생이 따라야 하는 종교활동이 아니다.

아이를 키울 때, '잠깐 멈추기(라 포즈)'는 매우 중요하다. 갓난 아기는 약 2시간 정도 지속되는 수면 사이클 사이사이에 깬다. 아기가 이 사이클 사이를 연결시키는 법을 터득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칭얼대거나 우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것을 배고픔이나 스트레스의 신호로 해석하고 곧바로 뛰어들어 아기를 달래준다면, 아기 스스로 수면 사이클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각 사이클 말미마다 어른이 찾아아 달래줘야만 다시 잠이 들도록 '길들여지는' 것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스스로 수면 사이클을 연결할 수 없다. 그러나 약 2-3개월이면 그 방법을 터득한다. 물론 당연히 배울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만 그렇다. 아기들이 울면 수면 사이클 사이에 잠시 깬 건지, 배가 고픈 건지, 기저귀가 젖어서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불안에서 우는건지 파악해야 한다. '잠깐 멈추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아이에게 참을성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4개월 적령기'를 놓친 아기들에게는 '울리기'와 유사한 극단적인 처방을 할 수도 있다. 자야하는 시간에 아기를 눕히고, 어떻게 울어대어도 그냥 놔둔다. 절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의 일관성 부족이다.
'잠깐 울리기'나 '울리기'가 효과적이라는 걸 믿기 위해선, 우선 어린 아기조차 뭔가를 배울 수 있고 좌절에 대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신뢰해야 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잠깐 멈추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바탕에는 인내와 사랑과 아기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습관이 있다. 아기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아기의 리듬에 맞게 부드럽게 학습하면 좌절이나 장벽은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기가 잘 자도록 가르치는 것이 이후 위생습관, 균형 잡힌 식사법, 자전거 타는 법 등을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4개월부터 대다수 프랑스 아기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먹는다. 마시멜로 실험(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두배의 마시멜로를 얻는)을 보면 잘 기다렸던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의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착하게 굴라'는 말 대신 '현명해라(사쥬)'고 말한다. 아이에게 '착하게 굴어라'고 말하는 것은 길들여진 행동을 해야 하는 야생동물 취급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명하라'는 말은, 이미 아이에게 있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존중하라는 뜨싱다. 아이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를 믿는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에선 불안해하고 짜증내고 까다롭게 구는 아이보다 자제력을 발휘해 차분하게 있는 아이가 더 즐겁게 놀 수 있다. 프랑스 부모들도 아이에게 어른과 똑같은 인내심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통상 그들이 말하는 인내는 몇 분 혹은 몇 초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 짧은 기다림이 큰 차이를 만든다. 프랑스 아이들이 울고불고 심한 떼를 쓰지 않는 비결은 좌절감에 대처하는 내적인 원천을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혼자 놀 수 있는 아이는 엄마에게 덜 의존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아이가 제 일에 분주해 부모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끼어들고, 아이가 부모를 몹시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있어지지 않을 때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아이의 취향, 리듬, 개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모두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배워야 한다. 건강한 아이라면 울며 떼를 쓰지 않고 '안 돼'라는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으며, 조르거나 원하더라도 그걸 바로 움켜쥘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아이가 충동적 변덕(카프리스)을 부리면 차분한 어조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카프리스를 넘겨야 한다. 이 과정 내내 엄마는 아이를 안아주거나 눈을 맞추는 등 매우 친근한 상호작용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모든 걸 즉시 가질 수 없다는 걸 가르쳐주어야 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게 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좌절감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좌절감에 대응하는 것은 핵심적인 삶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태만한 부모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한계를 만나 좌절감을 느끼고 거기에 대응해나갈 때, 더욱 행복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좌절감을 접하는 하는 방법이 바로 아이로 하여금 약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전문가들은 '잠'과 마찬가지로 '안 돼'라는 반응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아동발달의 결정적인 단계라고 여긴다. 아이에게 '이 세상에는 내 요구보다 더 강력한 요구를 지닌 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다. 

프랑스 부모들은 '일깨우기'와 '발견'의 힘을 믿는다. 프랑스 육아 철학의 두 거장으로 '장 자크 루소'와 '프랑수아 돌토'가 있다. 루소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다양한 맛, 색, 소리, 풍경에 노출시킴으로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해야 한다. 또한 루소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데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은 쉽게 만족되는 만큼 끊임없이 커질 것이고, 조만간 부모는 무기력에 빠져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하게 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거절을 받은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보다 더한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고 했다. 교육은 단호한 틀(카드르)이고 그 안에 자유가 있다. 카드르의 핵심은 몇 가지 핵심적인 일에 대해서만 매우 엄격한 것이다. 돌토는 아이에게 최고의 이익은 무한한 행복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해라고 보았다. 돌토는 아주 어린 아기조차도 어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특별한 행동이나 반응을 보일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무슨 일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돌토는 아이에게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되, 아이에게 세상을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여겼다. 세상에는 많은 제한이 따르므로, 아이 스스로 그것을 합리적으로 흡수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프랑스 여성들이 죄책감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는 확신 덕분이다. 지나친 관심과 걱정으로 아이들을 짓누르고, 엄마와 아이의 욕망이 뒤얽혀 끔직한 관계의 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이는 엄마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내면의 삶을 일구어가야 한다. 

마테르넬(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의 핵심목표 중 하나는 모든 아이들이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것은 곧 분명하게 사고할 줄 아는 것과 상통한다. 어법을 익히면 관찰, 질문, 의문 등을 더욱 합리적으로 해내며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 논리적인 사고를 시작하면 추론의 맛도 알게 된다. 
봉주르에 대한 프랑스식 강박은 '아이란 그림자 같은 존재'라고 빋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사를 해야 그곳에 존재할 자격이 있다. 내 집에 들어오는 어른이 나를 인정해야 하듯, 내 집에 들어오는 아이도 나를 인정해야 한다. 아이에게 봉주르를 시키는 것은 어른들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 감정과 요구를 가진 사람이 자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선 모든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그 욕망은 오래 지속되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욕망이 사라진다면, 그 사람은 몹시 우울하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가 부부라는 우주에 침공해 들어와선 안된다. 가족이 균형을 이루려면 부부만의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일과에는 '어른(부부)의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아이들이 자러 간 후다. 이 '어른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등 친절하게 행동한 후에는 엄격히 취침시간을 강제한다. '어른의 시간'은 어쩌다 한 번 받은 보너스 같은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욕구다. 

프랑스에서는 채소나 과일을 맛보게 하는 것이 음식 교육의 첫걸음이자 맛의 풍요로움을 소개하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아기가 거부하더라도 그 음식을 계속 주라는 조언은 프랑스에선 거의 '의무' 수준으로 격상된다. 아이가 설령 특정한 맛을 선호하더라도, 각각의 채소가 가진 풍성하고 흥미로운 맛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그걸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프랑스 부모들이나 교육자들이 카드르를 만드는 중요한 방식은 우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와 함께 '어떤 일은 허용되고 또 어떤 일은 안 되는가' 대화한다. 아이들에게 제한을 둘 때, "때리지 마"라고 하기보다, "너는 때릴 권리가 없어"라고 하고, "하지 마" 대신에 "나는 네 행동에 동의하지 않아"라는 말을 잘 쓴다. 

프랑스 부모들이 말하는 '엄격'은 미국에서 말하는 엄격과 다른다. 굳건한 틀 안에서 '많은 자유를 허락한다'는 카드르의 모델이다. 몇 가지 중요한 일에만 엄격해야 부모가 더욱 합리적으로 보이고 그만큼 아이들도 부모의 말에 더 잘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절대 협상 불가'의 영역도 있는데, 이는 주로 '타인 존중'과 관련되어 있다. 봉주르, 오르부아, 메르시를 써야 하고, 부모나 다른 어른들에게 공손한 태도로 말해야 한다. 물리적인 공격성 역시 '접근금지' 영역이다. 부모가 권위를 가지려면 대부분의 시간은 '돼'라고 말해야 한다. 부모 권위의 요점은 아이가 뭔가를 못하도록 막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할 수 있게 권한을 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에밀》은 이렇게 말한다. 「기꺼이 주고 마지못해 반대하라. 그러나 거절은 취소할 수 없도록 결정적으로 하라. 어떠한 애원에도 움직이지 마라. '안 돼'를 한 번 내뱉었으면 아이가 대여섯 번 힘을 쏟더라도 철의 장벽처럼 버텨라. 결국에는 아이도 더 이상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아이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못하게 되어도 참을성 있게, 한결 같게, 차분하게, 체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고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 부모가 개입함으로 그런 기회를 박탈시키지 마라. 

2. 엄격한 틀 안에서 자유를 허락하라. 

3. 좌절과 타인의 욕구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라. 

4. 아이를 어른처럼 대접하라. 그들도 우리가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자유를 허락하고 대신 어른도 각자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 있음을 아이에게 설명해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