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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재도담 2015. 9. 16. 10:55

며칠 전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재벌의 횡포를 다루는 것을 보았다. 

주식회사를 경영하는 CEO가 회사의 돈을 자신의 개인 돈인냥 

제멋대로 유용하는 것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방송 중, PD가 너무 용감무쌍하게 재벌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하고 취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 PD는 오늘만 살고 마는가?, 보복이나 후환이 두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아마 방송을 보았던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알게 모르게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 CEO의 갑질보다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은, 

그 PD를 나도 모르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회가 정의롭다면, 불의를 파헤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그의 행동이 

그저 당당하고 아름답게만 비치면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를 걱정하고 있는걸까? 

그것은 이미 우리 과거사를 통해서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들이 

무참히 깨어지고 부숴지고 추락하고 파멸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법보다는 주먹이, 정의보다는 금력이 더 강하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듣고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주먹과 돈이 곧 법인 세상을 경험한 이들이 

정의는 잠시 제쳐두고 돈과 권력을 쌓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마냥 손가락질 할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가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은 거대한 규모의 경제성장이나 부동산이 아닐 듯 하다. 

인류가 생존해오면서 함께 진화해 온 우리의 도덕적 진화산물인 정의라는 것을 

우리 후대에 물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더욱 비참한 삶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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