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24-27)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과학] (데이비드 무어) 본문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데이비드 무어 저, 정지인 역, 아몬드, 540쪽.
아주 간단하게 축약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 우리는 유전자를 설계도나 청사진과 같은 것으로 비유했으나, 그 비유는 더 이상 옳지 않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환경과 우리의 행동이 유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그 자체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표현형을 나타낼 수 있는 스위치와 같다.
이 스위치는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켜질 수도 있고, 꺼질 수도 있다.
그 요소는 인접한 세포일 수도 있고(모낭에 위치한 미분화세포는 모발세포로 분화된다거나),
경험일 수도 있고(어미로부터 신체적 접촉을 많이 받은 자녀는 스트레스에 강해진다거나),
음식일 수도 있다(특정 시기에 어떤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영구히 세포의 기능이 상실된다거나).
책의 말미에 있는 말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이 생물학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분투하라.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살피고 돌보아라.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구축하며, 지속적인 건강과 발달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중요한 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부 이것은 혁명일까
본성 대 양육 논쟁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인간의 특징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항상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모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요인 중 더 중요한 요인은 없다고 보는 것이 유용한 관점이다.
후성유전적 사건들은 DNA와 환경의 접점에서 발생하므로 이를 알면 우리의 특징들이 언제나 본성과 양육 두 가지 모두의 결과라는 것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이 항상 함께 작용하여 우리의 여러 특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형질은 우리가 한 개체로서 발달하고 생을 살아가는 동안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전자들, 즉 DNA의 분절된 단위들은 항상 맥락의 영향을 받으며, 어떤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최종적으로 그것이 나타내는 표현형 사이에 절대적인 인과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전자가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것이 마주한 맥락의 결과이다.
후성유전이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즉 발현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어떤 DNA 분절이 얼마나 활성화되는가는 그 분절의 후성유전적 상태에 달려 있고, 그 상태는 그 분절이 처한 맥락 등의 요인에 달려 있다.
후성유전적 과정들이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경험과 DNA가 함께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들었으므로, 우리가 지닌 특징이 미리 정해진 것일 수 없음을 뜻한다. DNA의 일부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서로 다른 세포 속에서 서로 다른 DNA 분절들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됨으로써 그 각각의 세포가 결국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로 발달하게 하는 후성유전 과정이, 생물 발생의 핵심임을 의미한다. 후성유전이 우리 몸속에서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은, 처음에는 서로 구별되지 않는 똑같은 줄기세포들이 각자 독특한 형태와 기능을 갖춰가며 다양한 세포로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포의 발달은 세포와 맥락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표현형을 결정하는 것은 내부에 있는 것 또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DNA 분절에는 많은 경우 모호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이런 정보를 사용하려면 먼저 맥락에 따른 편집과 재배열을 거쳐야 한다.
인간 유전체에서 발견된 모든 뉴클레오타이드 염기 중에서 뚜렷한 생물학적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생상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겨우 1.2%에 지나지 않는다.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DNA를 비부호화DNA라고 부른다.
DNA 분절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발현될 서열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엑손exon이고, 다른 하나는 엑손과 엑손 사이에 자리하되 생산될 단밸질과 관련한 정보는 담고 있지 않아 발현되지 않는 인트론intron이다.
세포분화 과정은 똑같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서로 다른 세포들이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일에 달려 있다. DNA 메틸화는 히스톤에 꽁꽁 감겨 있는 DNA를 침묵시키고, 히스톤 아세틸화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DNA 메틸화이든 히스톤 변형이든, 이 과정들은 DNA의 특정 분절에만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 다른 분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염색질의 서로 다른 각 부분은 각자 독립적으로 '열리'거나 '닫힐' 수 있다.
세포가 분화해도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에는 어떤 상실이나 되돌릴 수 없는 비활성화, 영구적인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포유류가 성체로 발달해도 그 동물의 유전정보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식물이나 개구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화가 끝난 성숙한 포유류 세포에도 동물 개체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는 그대로 남아 있다. 포유류의 분화란 거의 대부분, 세포핵과 변화하는 세포질 환경 사이 상호작용의 결과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표현형은 유전체가 결정한다기보다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 고로 유전적으로 똑같은 클론이라도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서로 아주 다른 모습과 행동을 보일 수 있다.
2부 후성유전학의 기본 개념들
쌍둥이들이 나이 들면서 각자 삶에서 서로 다른 경험이 쌓일수록 그들의 후성유전적 상태도 달라졌으며, 나이가 더 많고,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영위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쌍둥이게서는 유전체 전체에 나타난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에서 현저한 차이의 증거가 보였다. 우리는 모두 각자 서로 다른 여러 경험을 하며 그러한 경험은 몸을 이루는 세포의 조성과 화학을 변화시키는(그럼으로써 몸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준다.
환경이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발견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제기한다. 바로 환경 요인이 어떻게 '우리 내부로' 들어와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언제나 우리가 무엇을 경험했느나,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 몸, 세포, 기관, 유전자가 어떤 맥락에 처해 있는가다.
포유동물이 평소와 다른 빛파동에 노출되면 시계 관련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하는 히스톤들이 아세틸화되는데, 이를 보면 후성유전 메커니즘이 우리의 하루주기 시계 조절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포유동물은 매일 자신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조절함으로써 유전자 발현 리듬을 자연 세계의 리듬에 맞출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자기 신체 활동이 행동, 생리, 유전자 발현의 관점에서 조화를 유지하게 된다.
유전자는 환경과 후성유전 등 다른 비유전적 요인들과 협력하여 우리의 표현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단독으로 우리 특징들의 성격을 결정할 수 없다.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는 쥐의 자녀 쥐는 스트레스에 강하고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신체적 접촉을 적게 한다. 그런데 성격이 다른 그 자녀의 쥐를 서로 맞바꿔, 신체적 접촉을 적게 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쥐를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는 쥐 밑에서 키우면 스트레스에 강하고 신체 접촉을 많이 하는 쥐가 된다. 이렇게 물려받은 유전자와 상관 없이 출생 초기 환경이 쥐의 습성을 바꾼 것은, 부모로부터 신체적 접촉을 적게 받은(핥기와 털고르기 접촉을 적게 받은) 쥐들의 뇌의 특정 영역에 있는 유전체 영역에 메틸화가 더 많이 일어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유전자가 후성유전적으로 침묵하게 되어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단백질을 더 적게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초기 경험 역시 뇌세포 속 DNA의 후성유전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여러 해가 지난 뒤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세포에는 동일한 유전정보가 들어있으므로 유전정보에 접근하고 싶다면 아무 세포나 들여다보면 된다. 하지만 후성유전정보에 관해서 만큼은 볼 안쪽에서 가져온 세포와 뇌에서 가져온 세포가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줄 것이다. 경험의 휴성유전적 영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세포는 이전 경험에 반응하여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변경함으로써 경험을 '학습할' 수 있는 세포일 것이다. 이런 능력이 가장 큰 세포는 '뉴런'이다.
생애 초기 경험 뿐 아니라, 태어나기 전의 경험이나, 성인이 되어서 겪는 지배 서열 같은 사회구조적 요소나 스트레스도 DNA 메틸화나 히스톤 아세틸화 등을 통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 후성유전체 프로젝트는 사람의 주요 조직에 있는 모든 유전자에서 전체 유전체의 DNA 메틸화 패턴을 밝혀내고 분류하고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틸화는 외생적 영향(환경의 영향)을 받아 유전체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축적인 유일한 유전체 변수다. 메틸화는 유전과 질병, 환경 사이에서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주요 연결 고리로서, 인간의 거의 모든 병(의 기원)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널리 여겨지고 있다.
분화된 세포가 다른 세포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이유는 후성유전 상태가 반영된 특유의 유전자 발현 프로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화된 세포들이 분열할 땐 항상 그 특유의 후성유전 상태를 각자의 '딸세포'에게 전달함으로써 딸 세포들도 모세포와 동일한 유형의 세포가 되도록 한다. 예컨대, 간세포hepatocyte가 분열하여 두 개의 새로운 간세포를 만들 때, 간세포 안에서는 어떤 유전자들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어떤 유전자들은 활성화되면 안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세포분열이 이루어진다. 이는 바로 간에서 새로 만들어진 세포는 모두 반드시 간세포가 되고, 우연히라도 위 내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를 만드는 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새 세대 세포들 속 후성유전적 표지는 앞 세대 세포 속에 존재하던 정보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세포의 '정보 보유'는 일종의 세포 '기억'으로 볼 수 있다.
감각 뉴런들이 자극을 받아 장기기억을 형성할 때 그 뉴런들의 핵 속 염색질이 히스톤 아세틸화에 의해 후성유전적으로 변형된다.
맥락적 공포 조건화는 해마 속 DNA 메틸화에는 일시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만, 피질 속 DNA 메틸화에는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응고화에 참여하는 해마 메커니즘과 저장에 참여하는 피질 메커니즘으로 두 가지 다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두 메커니즘이 협력함으로써 해마 회로에서 신속한 응고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소성과, 피질 회로에서 기억의 장기적 유지를 촉진하는 안정성이 마련된다. 해마는 이후의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데 필요하므로, 해마의 후성유전 메커니즘은 해마가 제 역할을 다한 후에는 시스템이 재설정될 수 있게끔 가소적이고 추측된다.
장기적인 행동 기억은 후성유전체를 조절하기도 하고 후성유전체에 의해 조절되기도 한다.
우리 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며 자기 자신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며, 우리가 겪는 감정들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에 따라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NA 메틸화를 통해 서로 다른 표현형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대물림된다.
3부 대물림의 의미와 메커니즘
4부 숨은 의미 찾기
우리가 현재와 같은 존재인 것은 우리의 발달기 동안 조상에게 물려받은 다양한 자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때문이며, 발달이 일어나는 맥락도 그 자원의 일부다. 맥락에는 유전자 이외의 생물학적 요인들 그리고 삶을 영위하는 문화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도 포함된다. 이 메세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물려받은 유전적 소인 이외에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무엇을 하는가'가 우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주위 환경에 따라 반응하며, 그러므로 내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는 결코 내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 없다.
한 사람의 염색질은 DNA와 그에 결합한 메틸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메틸기들은 그가 아침으로 먹은 음식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그로기 그 DNA의 메틸화된 부분들은 DNA와 메틸기 각각이 아니라 서로 결합된 하나의 전체로서 지닌 속성에 따라 할 일이 결정된다. 이러니 DNA와 환경 요인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실험 연구들이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서 신경생물학적 가소성을 확인했으며, 이는 발달 초기에 역경을 경험했더라도 이후 생애 환경의 질이 그 결손을 호전시킬 만한 방식으로 상쇄하거나 발달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 과거의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이 우리의 현재 상태에 원인을 제공했고 그럼으로써 앞길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현재 우리 환경 속에는 언제나 발달을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할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유전된' 형질과 '획득한' 형질을 칼로 자르듯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일부 획득 형질들은 일관적으로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 있다.
경험 요인이 후성유전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염색질의 구조는 경험에 역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우리 각자의 유전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질적으로 변화 즉 발달한다.
당신이 생물학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분투하라.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살피고 돌보아라.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구축하며, 지속적인 건강과 발달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중요한 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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