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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6)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사회과학] (안톤 슐츠) 본문

Report of Book/사회

(2023-26)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사회과학] (안톤 슐츠)

재도담 2023. 6. 24. 10:10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안톤 슐츠 저, 문학수첩, 272쪽. 

읽는 내내 저자의 생각이 너무 반가웠다.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너무 비슷한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게 된다. 
한국인이 아니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제대로 사랑하는 그가 있어 참 고맙고 기쁘다. 


우리 사회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우리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냉철하고 용기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배려와 어울림은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갈등을 무조건 회피하려는 자세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주변에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당신과 나, 우리가 모든 문제에 동의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10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려면 그 일에 마음을 담아야 한다. 마음을 만난 사람들은 다시 자기 마음을 나눠 주게 된다. 28 

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일의 타이틀이 아니라 일을 하는 마음과 자세다. 34 

누군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일한다면,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마음은 전달된다. 누가 내 노력을 알아줄까 싶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 (...)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38

예술가에겐 책임이 따른다. 예술가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나 역시 실패보다 성공이 좋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글을 쓰거나 음악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예술가라고 말할 수 없다. 46 

놀면서 행복을 만끽한 아이야말로 훗날 어른이 되어 ‘지옥 속의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아이’를 상상하고 염원하지 않을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나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59 

부유하든 가난하든 죽음의 숙명 앞에서 유일한 차이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이다. 달리 말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았는가 하는 물음이다. 성패와는 상관없이 시도해 보았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는 인생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71

여행이든 인생이든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얼마나 여유롭 게 나눌 수 있느냐 하는 마음가짐이다. 81 

이사 간 집에 가구나 짐 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연다. 옛집을 떠날 때도, 새 집에 들어올 때도 친구와 함께한다. 첫날을 친구와 함께한 집은 언제나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만의 집이 아닌, 친구들을 향해서도 열린 공간이 되는 셈이다. 113 

서울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것들이 참 많다. 가장 높은 빌딩이 있고, 서열이 높은 대학들이 있으며, 웬만한 기업의 본사들이 자리 잡고 있어 그 덕에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문화 생산과 소비 활동의 기회도 많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지는 의문이 든다. 행복이라는 가치보다 돈,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116 

독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다. 유명한 기업체들의 본사들도 소도시에 있다. 기업의 70~80퍼센트 정도가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117 

내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 공간을 보여주는 일도 괜찮을 것 같다. 음식점에서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 힘들여 요리를 하고, 뒷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하는 일을 번거롭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학력, 직업, 재산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재단할 것인가? 나의 집에 초대해서 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낯설지 않고 편안한 일상처럼 느껴진다면 우리 집도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좋을 것이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곳이 바로 집이다. 125 

마음의 문이 열려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 '이방인은 위험한 존재'로 스스로를 각인시키려는 그 마음이 우리 사회의 적이다. 집은 나와 가족의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때론 도움이 필요한 이방인에게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137 

아이는 신나게 놀아야 할 의무가 있다. 152 

시험을 치른 다음에는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언어가 아닌 그 무엇을 공부하더라도 결국 의미 없는 행위일 뿐이다. 오히려 공부한 만큼 시간만 소비해 버리고 만다. 161 

학생 스스로 고등학교 마지막 2년 동안 치르는 시험 과목을 정할 수도 있다. 전혀 관심이 없거나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은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물론 영어를 제외하는 대신 다른 언어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수학을 빼는 대신 물리학이나 화학중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 원칙이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 과목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 167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은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교육은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 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고 그 힘들을 모아 더 나은 사회를 도모할 수 있다. 그것이 없다면 사회는 힘 있는 사람과 복종하는 사람으로만 나뉠 뿐이다. 181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생각이라도 거부당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이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토론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은 우리 아이들을 잠재적인 선동가들, 잠재적인 독재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토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악질적인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불필요한 트렌드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토론 교육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든다. 서열에서 벗어나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건강한 생각들을 키우고 발전시킨 사람들은 결국 건강한 사람들을 만들고, 건강한 사회는 갈등과 반목의 름을 메우는 데 공헌할 것이다. 186 

어미 새는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대신 날아줄 수는 없다. 189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누군가보다 나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지우고 없앤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졌고, 벌어진 사건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 역사는 잊을 뿐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역사를 잊는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자행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같다. 206 

과거의 유물은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해준다. 첫째, 역사적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일러준다. 둘째, 그를 기념하기 위해 남긴 동상이나 조각을 통해 당시 왜 그런 유물을 만들었는지, 그 시대가 따르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현재 인식을 알 수 있다. 과거 한 시대의 영웅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혹은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다. 207 

스스로가 도덕적 진화의 정점에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그 착각을 근거로 과거를 향해, 타인을 향해 삿대질하는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210 

사람들, 심지어 유명한 예술가들 역시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할까? 물론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놀라운 작품까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장작더미 위에 올려져야 할까? 결정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진심으로 숙고해 봐야 한다. 만약 그 작품 들이 불타도록 내버려 둔다면 우리 앞에 남겨질 세상은 기껏해야 창백하고 살균된 세상이지 않을까? 215 

자신의 솔직한 의견보다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제 의견인 양 떠들어 대는 사람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비방과 비난을 일삼는 악플러들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민주주의를 기대 할 수 없다. 220 

나는 한국처럼 불의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자살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228 

평화를 사랑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자신을 순수한 피해자, 스스로 문제를 개선할 수단이 없는 무기력한 희생자로 인식하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실제와 다르게 포장하고 인식하면서 외면하는 것은 정녕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자기 때문이라는 고백은 별로 듣지 못했다. 헌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나 자신이 빠져 있다면 그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233 

나는 어느 정도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놔두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의욕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격한 규칙이 버리고 있는 사회에선 누구나 헐거운 구멍을 찾아 빠져나가려고 한다. 245 

인생의 주체가 자신이며, 선택과 결정은 자신이 하며,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자신의 몫이라는 걸 인식하는 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250 

로자 파크스 사건은 법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법을 어기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옳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법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때론 무고한 사람이 아닌, 살인자를 보호 하는 법을 지키는 것이 이치에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차별적인 법들, 이를테면 젠더 이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거나 전쟁 폭력에 반대해 병역을 거부하고 평화적인 복무 선택권을 주장하며 법에 대항하며 싸우는 행동이 옳은 일일 수도 있다. 259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 천국과 지옥은 같은 곳이라는 점.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 세상의 어둡고 부정적인 것만 확인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은 지옥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곳 같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천국을 누리고 있다. 인식을 바꾸고 깨달은 사람에겐 지옥도 천국이 된다. 262 

그들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열거하며 ‘포기 세대’의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다르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는 행운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쟁의 공포나 정치적 박해의 두려움 없이 살고 있으며 최소한의 의식주 외에도 많은 것을 소유한 풍요 속에 살고 있다. 사실 한국의 기나긴 역사를 볼 때 이 나라와 국민들이 지금처럼 안전과 번영을 누린 적은 없었다. 263 

인간들이 막 걷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인간은 자신들이 걸어야 할 대지가 날카로운 가시와 돌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걷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신발을 만들어 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땅을 부드러운 가죽으로 뒤덮는 것이었다. 신발을 신는 것은 발에 신발을 착용해야 하는 변화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두 번째 방법은 아무런 변화 없이 원래대로 걸어다니면 되었다. 
"이 세상 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 세계가 가죽으로 뒤덮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돌아오는 실망과 체념밖에 없다.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