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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재도담 2022. 10. 14. 12:19

부부인 두 남녀와 따로 만남을 가진 적이 있는데, 

두 사람 다 푸념처럼 자기가 사기결혼을 당했다고 하더라. 

결혼하기 전에 상대방의 명품차, 명품백을 보고 잘 사는 사람인줄 알고 결혼했는데 

결혼해서 살다보니 실상은 모아놓은 돈도 없고 부모님도 그렇게 넉넉한 형편이 아니더라는. 

재미있는건, 두 사람 모두 자기가 사기결혼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자신이 한 행동은 상대방을 속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을까. 

명품차를 몰고 명품백을 들고 명품옷을 걸치고 럭셔리 피트니스를 다니며 자신의 겉모습을 꾸며서 

좋은(?) 배우자를 물색한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어차피 결혼해서 살면 나의 벌이와 경제적 수준이 다 드러나게 된다. 

탄로나기 전까지 가슴 졸이고 살고, 탄로나면 이혼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스펙을 속여가며 나보다 상위 클래스(?)의 사람을 만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면, 

나중에 상대가 느끼게 될 분노와 허탈함과 자신에 대한 멸시를 어떻게 견디고 살 것이며, 

운 좋게(?)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났다면 서로 사기결혼 당했다며 억울해 할 것이 아닌가. 

배우자가 자신의 벌이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물건을 사려고 하면 당연히 못마땅해 하고 말릴 거면서, 

왜 결혼 전에 상대가 명품을 들고 있으면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득 수준을 알고 있는데 

명품을 가지고 있다고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살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고, 

실제로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작 써야 할 곳엔 돈을 못쓰는(안쓰는) 사람이다. 

당연히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부를 해 본적이 없을 것이고, 

친구들과 밥 먹고 차 마실 때도 절대 자기 지갑을 먼저 꺼내는 일이 없으며,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할 줄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끌해서 어렵게 마련한 물건으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고,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다. 

그런 사람들과는 애시당초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명품은 그것을 선망하는 사람 앞에서만 빛을 발한다.

나같이 무식한 사람은 명품을 보여줘도 그 값어치를 모르기 때문에 흥이 안난다. 

결국 명품을 동경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 

가끔 분에 넘치게 비싼 물건을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나는 이상하게 부러운 마음 대신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걸 얻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허리띠를 졸라 맸을까. 

재물이 사랑의 척도인 경우, 명품백과 명품 차키에 마음이 자석처럼 끌리겠지만, 

나는 내 딸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피곤할 때 서로의 몸을 어루만져주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추어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돈 얘기 말고는 이야깃거리가 없는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보다, 

청바지에 에코백 들고 다니는 육체적/지적 관능미를 갖춘 사람이 훨씬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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