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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7)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문학-소설] (황보름) 본문

Report of Book/문학

(2022-27)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문학-소설] (황보름)

재도담 2022. 4. 5. 10:08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저, 클레이하우스, 364쪽. 

영주는 일중독자처럼 숨가쁘게 살아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황증세를 겪고 모든 것을 버리고 서점을 오픈한다. 민준은 명문대를 나왔으나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던 중 어느날 구인광고를 보고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로 일한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던 승우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만, 과도한 업무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자신을 보고 책의 문장을 바로잡는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책을 쓰게 된다. 그리고 작가로서 휴남동 서점에서 저자인터뷰를 하면서 영주와 인연을 맺는다. 동네의 작은 독립 서점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갈등과 고민들을 들여다보고, 그 고민이 남이 아닌, 한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 재미있고 훈훈하다. 현실 문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독립서점을 하나 차리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램이 생겼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서점, 저녁이면 독서클럽 모임도 몇 개 가지고, 가끔 소규모의 음악회도 열고, 동네 주민들이 심심할 때면 들러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점에서 일하면서 오는 손님들에게 자신이 읽었던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그런 책방이 구마다, 동마다 하나씩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나라가 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 등장인물 : 
영주 - 서점주인 
민준 - 바리스타 
지미 - 로스팅업체 사장 
정서 - 단골손님, 수세미 
민철 - 무기력한 고등학생 
현승우 - 작가 
전희주 - 민철 母 
상수 - 독서클럽 리더 
창민 - 영주 전 남편 
태우 - 영주와 창민의 친구 
윤성철 - 민준친구, 영화평론가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p. 32)

일하는 재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일의 양이 얼마나 적당한가이다. (p. 53)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 보이는 거죠. 누군가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데 내 성공,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p. 55)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p. 132)

"제가 못 고치는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합리적으로 굴려고 해요. 상대방이 감정에 호소해올 땐 더 이성적으로 대응하게 되고요. 무지 빡빡한 스타일입니다. 저도 이런 절 잘 알아서 평소엔 조심을 하는데, 그땐 그게 잘 안 됐어요." (p. 148)

우식은 유급 노동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은 즐겁게 노동할 수 있고, 유급 노동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발언을 했다. (p. 182)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각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최적의 거리는 예의에서 비롯된 다고 생각했던 걸까. (p. 188)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그러니 너네도 너네가 뭘 할 때 즐거운지, 설레는지 꼭 찾아내야 해. 사회가 인정해 주는 일보단 너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 그 일을 찾으면 사람들 말에 덜 흔들리며 살 수 있을 거야. 다들 용기 내라. 알았지?" (p. 270)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 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p. 273)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p. 274)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러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274)

“아까 말했잖아. 솔직하게 쓰라고. 정성스럽게 쓰라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그렇게 쓴 글이 제대로 잘 쓴 글이야." (p. 276)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기.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실력이 늘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목표점을 낮추면 된다. 아니,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p. 278)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민준은 이 당연한 깨달음에 약한 전율을 느겼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p. 321)

“그러니까 나는 영화를 평론하는 영화평론가라는 말이야. 누가 이름 붙여줄 필요 없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럼 된 거 아니냐, 산다는 게.” (p. 323)

민준 씨가 나를 위해 일해줘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민준 씨 본인은 민준 씨를 위해 일한다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그래야 민준 씨 역시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p. 342)


발문 

1. 남에게 책을 추천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있을까? (p. 36) 

2.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p. 41) 

3. 만나고 싶은 작가는? 묻고 싶은 질문은? (p.55) 

4. 나는 남에게 좋은 사람인가? (p.102) 

5. 희주(민준母)는 왜 그렇게 속상해하나? 희주의 속상함이 민준에게 도움이 되나? 그녀는 누구를 위해 속상해하나? (p. 106) 

6. 민준은 왜 괴로워하나? 영주는 왜 꿈을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나? (pp. 130-131) 

7. 당신의 현재는 화음인가, 불협화음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p. 133) 

8.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일을 찾아야하나? (pp. 270-274) 

#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 : <호밀밭의 파수꾼>, <옳고 그름>, <세계사 편력>,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너무 한낮의 연애>, <쇼코의 미소>, <일하지 않을 권리>, <소유냐 존재냐>, <서 있는 여자>, <태풍이 지나가고>, <밤에 우리 영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