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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5)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사회과학/인문학] (김영민) 본문

Report of Book/사회

(2022-15)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사회과학/인문학] (김영민)

재도담 2022. 2. 22. 12:13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저, 어크로스, 304쪽.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삶이 그토록 고단한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는 타인의 삶이 쉬울 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데 있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10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 자기 아닌 것을 너무 갈망하다 보면 자기가 소진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자신이 왜소해진다. (...) 삶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데 있다. 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 한 무임승차자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낸다는 뜻이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11

인간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다 착하다고 우기지 않는 것이 정치의 도덕이다. 인간이 천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정치가 있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18

세상일은 단순하다고? 선과 악은 분명하다고? 권선징악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세상일은 간단하지 않다. 세상만사 귀찮아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이 인간이다. 타인이 꼴 보기 싫어도 외로움이 사무치는 것이 인간이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을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19

정치학 용어로서 자연 상태는 시골이나 전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질서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원초적 상태를 말한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35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다.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이 없었으면 가능하니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 
혼탁한 정치판을 바꾸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철저한 개혁이라고 중얼거려본들 정치판은 변하지 않는다. 권력이 있어야 소망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애써 선거를 치러 리더를 선출하는 것도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는 권력을 창출하는 작업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지 않으면 많은 일을 도모할 수 없다. 방역도 해낼 수 없고, 백신도 만들 수 없고, 치안도 유지할 수 없다. 권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도대체 해낼 수 없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 분산된 권력을 그러모아 집중시킨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53

사람들이 재현을 통해 원하는 것이 진실보다는 자기 욕망의 실현이라면 이미지를 볼 때 상상해야 할 것은 재현 대상이 된 원본이 아니라 그 재현물에 묻은 욕망이다. 원본은 여기 없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116

쉽고 확실한 답은 없다. 오히려 쉬운 답이 있는 것처럼,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문제 뒤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가 존재하고 그 음모가만 없애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문제의 원인만 쉽게 도려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다른 사람은 무관하다고 이야기하는 사 람, 막연하게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퉁치는 사람,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약을 파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대안은 그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사람, 기회비용까지 고려하고 있는 사람,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기에 다음 세대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양질의 선택지를 마련해주려는 사람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마 이미 소진되어버렸음을 인정하면서.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25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소위 선진국들마저 쩔쩔매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방역을 해나가는 중이다. 때마침 KBS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 사회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퍼센트가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대답했다(한국이 기존 선진국보다 더 우수하다고 본 응답자는 58퍼센트이고, 한국이 기존 선진국과 비슷하다고 본 응답자는 25.5퍼센트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응답자의 57.4퍼센트가 한국은 희망 없는 '헬조선'이라고 간주한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