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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사회과학] (오찬호) 본문

Report of Book/사회

(2022-09)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사회과학] (오찬호)

재도담 2022. 2. 7. 14:44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오찬호 저, 위즈덤하우스, 228쪽. 

절반은 공감되고, 절반은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세상은 그릇된 현실을 외면하면서 가능할 리 없다. 
새벽은 가난의 깊이가 언제나 사람의 상상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세상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오늘 힘들어하는 사람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의 불평등조차 낙관하라는 태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곳곳에 첨단 시설이 즐비해졌다는 팩트는 아무리 더워도 휴게실에 창문 하나 낼 수 없어 생을 마감한 '그' 노동자의 비극을 덮을 수 없다. 손가락 절단 사고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해서 허술한 안전장치 때문에 끔찍하게 죽는 '그' 노동자의 불행이 기쁨으로 둔갑될 수 없다. 모든 것이 다 배달되면서 개인의 편리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하루 열다섯 시간씩 배달하는 '그' 사람의 고충을 해결하지 않는다. 여성도 차별 없이 교육받는다는 변화된 통계자료가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 당사자의 불안한 마음을 줄여주지 않는다. (p.15)

다수의 비극이 소수의 희극에 덮이면 되겠는가. 우리는 결코 공평하게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 불행은 가장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삶부터 야금야금 씹어 먹는 굉장히 정직한 녀석이다. (p.37)

생활습관과 질병이 관련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평소 어떤 관심과 실천을 했느냐에 따라 개인의 건강이 달라질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아니, 확률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연관성을 절대적인 원인으로 해석하여 사람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설령 크게 상관이 있더라도 그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몸의 결점을 '사람의 결함'으로 이해하는 시선에 주눅 드는 개인의 모습이야말로 현대사회의 비극 아니겠는가. (p.65) 

"딸이 있는 엄마가 난민을 반대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질문 하는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당연하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편견이 전제된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없다고 했지요. 미국에서 온 백인 영어강사가 한국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는 종종 등장하지만, 누구도 '미국 백인'들을 경계하지 않습니다. (p.68) 

중립적인 교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건도 교사의 입을 통해 전달되면서 미세한 해석 차이가 생기지요. 학교 폭력으로 누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나 집중해!"라고 말하는 교사는 중립적인가요? 교실은 언제나 정치적이었어요. (p.103) 

여기까진 공감되는 내용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과 반론. 

학벌주의를 비판하는데, 기업 또는 회사가 그 사람의 성실성, 근면성, 끈기, 지능을 알아보는데 학벌과 성적 이외에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학벌이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주는 “절대기준”은 아니겠지만(절대기준이라고 말한 적 없다), 상대적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기준이 되는 것 아닐까? 성적과 학벌 이외에 그 사람의 성실/근면/끈기/일머리/이해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이 있다면 그걸 적용하면 될 일이다. 
학벌과 성적을 따는 과정이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 과정을 공평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면 될 일이지, 그것을 아예 무시하거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이 무슨 가치가 있나? 학벌과 성적이 적절치 않은 판단기준이라고 한다면, 다른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나? 그렇다면 그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준인가? 

대학의 민낯, 현실주의를 비판한다. 사람들이 왜 대학에 진학하는가?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함이 아닌가? 대학이 괜찮은 일꾼을 양성하지 못하면, 그래서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만 가르치면 어느 누가 그 대학에 진학하겠는가? 왜 현실을 무시하고 부정하나? 왜 이렇게 교조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