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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2)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회] (김원영) ★ 본문

Report of Book/사회

(2021-42)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회] (김원영) ★

재도담 2021. 8. 13. 12:53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저, 사계절, 324쪽. 

읽기가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약간은 딱딱한 논문 형태의 글과 자주 접하지 않는 어휘들이 있어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을 이어가는 논리적 전개가 너무 부드럽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이다. 

글의 내용도 너무 좋고, 약간은 딱딱할법한 내용을 위트있고 유려하게 표현한 부분들도 참 좋았다. 

약간은 쫓기면서 읽은 탓에(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글의 내용이 완전히 머릿속에 들어오진 않은 느낌이라, 

다음에 다시 한번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 


우리는 수평적 정체성을 가진 다른 존재들과 연결될 때에만 정상성의 결여로서의 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인 자신을 인식하는 정신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다. 128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장애가 있는 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지는 신체를 수용했다고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혐오나 피해의식에 기초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이 세상이 구축해놓은 외모의 위계질서에 종속되지 않으며, 앞으로의 삶을 외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억압, 혹은 피억압자로서의 의식과 트라우마에 짓눌리지 않은 채 살아가겠다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입장)'를 수용한 것이다. 144

장애라는 정체성이 어떤 산물이라기보다는 장애라는 경험에 맞서 한 개인이 작성해나가는 '이야기' 그 자체라면, 우리가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일은 하나의 국면이 아니라 긴 삶의 시간 동안 그것을 '써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의 수용이란 결국 우리가 철저히 자발적으로 장애라는 정체성을 작성해나가는 일을 의미하게 된다. 149 

우리가 과거 인생을 돌아보며 구축한 가상의 자아는 그 이야기의 일관성,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우리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0 

장애인이 자신의 이동할 권리를 발명하고, 이를 법제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이동해서 거리로 나와야 했다. 이는 권리가 법제도 안에서 국가권력의 힘을 통해 인정되어야만 실질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 자신의 신체나 정신 혹은 처한 사회적 상황의 문제를 권리의 언어로 표현하고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법제도 안으로 진입시켜 실질적인 힘을 갖도록 정치적, 도덕적, 헌법적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 자체가 '잘못된 삶'들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과정이다. 231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더는 가진 자들의 은혜적 배려가 아닌 전 국민이 함꼐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사회적 책무로서 막연히 예산상의 이유만을 들어 그러한 의무를 계속적으로 회피할 수는 없다. … 모든 인간은 자신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일생생활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일상생활에 있어 아무런 제약이 없어 비장애인에게는 그 존재의 가치조차 논의하지 않는 이동권이 단순히 예상상의 이유만으로 제약을 받는 것은 이 시대의 모순일 수 밖에 없는 바, 이러한 모순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결할 문제로서 조그만한 노력과 비용의 부담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므로 더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 시기를 늦출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초적인 이동권마저 비장애인과의 형평성 및 예산상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그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