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22-08) 섬에 있는 서점 [문학-소설] (개브리얼 제빈) ★ 본문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저, 엄일녀 역, 문학동네, 320쪽.
오랜만에 만난 너무나 맘에 드는 소설 한 편.
앨리스 섬에서 작은 서점(아일랜드 서점)을 운영하는 A. J. 피크리는 부인을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설상가상 고가의 희귀본 책을 도난당하고 자신의 서점에서 버려진 아기(마야)를 발견하게 된다. 마야를 며칠 돌보는 동안 그녀를 사랑하게 된 A. J.는 아이를 입양해서 책을 사랑하는 똑똑한 딸로 키운다. 아일랜드 서점에 영업을 하러 오는 나이틀리 출판사 직원 어밀리아 로먼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느끼게 된 A. J.는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마야는, A. J.의 동서형님인 한물 간 작가이자 바람둥이 대니얼의 사생아임이 독자들에게 밝혀지고, 대니얼-이즈메이(A. J.의 처형)부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대니얼은 사망한다. 이즈메이는 크게 다치지만 몸이 회복되고 난 후, 마을의 경찰 소장이자 북클럽을 운영하는 램비에이스와 결혼하게 된다. 마야는 훌륭한 작가의 소질을 가진 똑똑한 청년으로 크고 서점도 잘 운영되어 가지만 뜻하지 않게 A. J.에게 뇌종양이 발견되고 우여곡절 끝에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램비에이스-이즈메이 부부는 아일랜드 서점을 인수하고 나이틀리 출판사의 새로운 직원이 아일랜드 서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을 맺는다.
A. J. 피크리와 어밀리아(애밀리) 로먼, 마야 세 명의 가족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과 아일랜드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매우 위트 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소리내어 낄낄거리고 웃다가 마지막엔 눈물 흘리게 만드는, 그리고 너무 재미있어서 몰입도가 아주 높은 흡인력 있는 소설이다. 소설속에는 수많은 다른 작품들(소설)과 작가, 그리고 그들의 어록이 소개되는데, 이 소설의 작가가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소개하고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귀엽고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 좋은 소설을 만나서 참 기분이 좋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p.301)
"세상에 책 쪽 사람들만 한 사람들이 없더라고. 신사 숙녀들의 업종이지." (p.308)
질문.
1. 당신이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싫어하는 책의 장르는?
2. 취향이 아니었는데 좋아하게 된 책이 있나요?
3. 어떤 책은 읽을 때마다 책에 대해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p.57). 과거에는 별로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나, 과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안좋아진 책이 있나요?
4. 소설이나 영화에는 수많은 클리셰(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힌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 또는 표현)가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5. 「섬에 있는 서점」에서 언급되는 책들 중 읽어 본 것이 있나요? 또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나요?
6.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당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은?
공병오 형님이 주신 발제문.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섬이라는 것은 단순히 외로움이나 단절된 관계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더 깊이 들어가면 유한한 존재로서의 자기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데서 오는 고독한 실존적 존재가 지닌 보다 근원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그리고 서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외롭고 단절된 섬과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고독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관계를 맺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어떤 관계도 인간의 근원적인 소외와 고독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들 각자는 실존적으로 혼자라는 것이죠. 그러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소외의 고통을 사랑으로 승화함으로써 공유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애정이 깔려있는 공유만으로도 사람은 스스로의 외로움을 조금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진실한 사랑으로 맺어진 중요한 관계는 외로움이라는 울타리를 깨뜨리고, 한 개인에서 한 개인으로 섬에 다리를 놓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실존적 소외와 고독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면, 똑같은 고독한 존재로서의 타인에게 연민과 애정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애정이 있는 인간관계의 힘이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여기서 애정의 방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은 이렇게 하기가 힘들죠. 내가 주는 만큼 받고 싶은 욕구도 있고.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도 있고.
Q1: 가장 좋은 인간관계는 나와 관계를 맺는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는 형태가 되겠죠. 어머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처럼 말이죠. 하지만 정말 어떠한 것도 바라지 않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책에서 주인공 에이제이가 마야와 어밀리아를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서 절망적이었던 그에 삶에 애정이 살아나고 고독과 외로움을 극복했지만 그의 마야에 대한 사랑과 어밀리아에 대한 사랑이 정말 조건 없는 사랑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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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섬이 아니다
- 존 던
인간은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를 이루는 일부인 것을,
바닷물에 흙덩이가 씻겨 내려갈 때
전체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되고,
그대와 그대 친구의
영역 또한 그리될 지니
누군가가 죽으면 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
하여,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애써 알려고 하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나니.
우리가 지나친 개인주의를 지양하고 공동체주의를 지향할 때 언급하는 영국 시인 존 던의 시, '인간은 섬이 아니다'입니다. 섬에 있는 서점에서 섬은 개인주의를, 서점은 공동체주의의 은유라고 생각했어요.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는 음양의 법칙처럼 서로 상대적인 것입니다. 공동체주의가 차면 개인주의는 기울고, 그 반대의 현상도 일어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양극단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Q2: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의 적절한 조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코로나로 더욱 심해진 개인주의적 성향과 인간 개개인의 파편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서점과 책이 이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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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어머니가 자신을 아일랜드 서점에 두고 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일정 나이가 되는 모든 애들한테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아이들은 신발 가게에 남겨진다. 또 어떤 애들은 장난감 가게에 남겨진다. 또 어떤 애들은 샌드위치 가게에 남겨진다. 그리고 인생은 어떤 가게에 남겨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다. 마야는 샌드위치 가게에 살고 싶지 않다.
피보다 진한 혈육의 정은 끊어졌지만 모든 것에 서툴고 어린 엄마는 자기 아이(마야)의 미래를 생각했을거다. 엄마보다 못한 삶을 살지 않기를, 모든 차가운 날들에서 모진 선택을 하지 않기를......
그래서 마야를 책방에 남겼을거다. 어쩌면 엄마로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책의 일부 구절입니다. 위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마야는 어려서부터 영특함을 보이는 아이로 묘사되고 있어요. 아마도 그의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또한 그가 어린 나이에 서점에 남겨지게 되었고, 그게 그의 운명이랄까 인생 방향을 좌우하게 되었죠. 위에 있는 문장처럼 인생은 어떤 가게에 남겨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Q3 :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타고난 유전적 자질이 더 중요할까요? 아니면 어떤 가게에 남겨지느냐처럼 환경적 요소가 더 중요한 요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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