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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에세이/인문학] (이주현) 본문

Report of Book/에세이

(2022-07)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에세이/인문학] (이주현)

재도담 2022. 1. 25. 14:10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이주현 저, 한겨레출판, 268쪽. 

조울병은 '사막'에 가깝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 별자리 읽는 법을 익히지도 못한 채 사막을 헤매는 것은 고립과 죽음을 의미한다. 

고통은 끝이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될 수 있다. 

조증이 되면, 생각과 감정, 에너지가 쉼 없이 넘쳐흐르고 예전에 하지 못했던 사고의 연상, 지적 호기심, 창의력, 추진력이 샘솟아 자신의 능력이 한층 고양됐다고 느끼며, 한두시간 가량 일한 것 같은데 10분 밖에 지나있지 않고, 타인과의 거리를 제대로 재지 못해서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경계를 마구 무너뜨리고 함부로 침범해버린다. 조증은 자신에 대한 몰입이자 스스로에 대한 황홀인 동시에 타인과 관계 맺음에 대한 몰입, 감정 투사의 남발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조울병의 범인은 아니지만, 후일 조현병이 발병했을 때 자기를 사로잡는 감정의 재료로 사용된다. 

우울은 슬픔과 다르다. 슬픔은 이유가 있다. '나'와 '잃어버린 것(또는 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이 슬픔이 끝나리라는 것을 안다. 슬픔은 위로하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우울은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 
우울증 초반의 두드러지는 증상은 우유부단함이다. 생각이 잘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일도 결정하기가 어렵다. 

불운이 피해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불행을 겪어야 한다. 불행에 물음표를 찍거나 저항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진실의 중요한 조각이다.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무조건적인 이해와 공감을 해주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도와주는게 더 중요하다. 또한 사리를 구별할 수 있는 상태의 환자에게 인간적 좌절감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 

돈을 지불할 가치는 충분했다. 선생님은 가족이나 친구들처럼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주는 이들과 달랐다. 공감보다는 객관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차갑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은 배를 움직이는 엔진이고, 이성은 갈 곳을 알려주는 방향타. 좌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의 축적 덕분이다. 
인지는 상황을 해석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왜곡된 논리와 부정적인 추론에 빠지지 않도록 인지하는 방법, 생각의 변화가 중요하다. 
의사가 환자를 돕는 방법은 재발이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환자가 위기에 봉착할 때 '모든 것'을 잃지 않고 헤쳐나올 수 있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가 이런 생각을 훈련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장려하는 것. 불행이 발생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이런 훈련을 계속한다면 극복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우리의 목표는 치료가 아니라 치유여야 한다. "잘 살고 있다는 느낌", "인생의 의미와 닿아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환자들이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치유로 향할 때 진짜 병이 나았다고 말할 수 있다. 질병에서 자유로워졌음은 아프지 않다는 게 아니라 행복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뇌를 비롯해 몸의 문제, 마음의 문제는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약을 먹고,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기 객관화를 하고 술을 자제하고 운동을 하며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의 균형이 맞을 때 좋은 삶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 몸음 마음의 집, 마음은 몸의 집이므로. 

스페인의 '까미노' 순례길은 인생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한 방향(죽음)을 향해 걷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회로나 곁길이 있지만 길을 걷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이다. 현실과 다른 점은 '함께'와 '따로'가 자유롭다는 것. "나는 오늘 혼자 걷고 싶어. 나중에 만나자"라고 말하더라도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고, 상대방도 그리 섭섭해하지 않는다. 
→ 왜 인생은 '함께'와 '따로'가 자유롭지 않을까? 그렇게 자유롭게 살면 안되는걸까? 

좋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란? 비지니스 관계도 아니고 개인적 관계도 아닌,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프로페셔널한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다. 동성이라 할지라도 의사와 환자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환자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 의욕만으로 환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지 말자. 환자에게 좋지 않다. 

질문 : 

1.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정신과 치료와 약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점이 있는가? 

2. 자신이 겪은 힘들었던 일들이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강점이 되기도 한다(p.212). 자신이 겪은 고난/역경으로 인해 자기 스스로가 성장하거나 타인에게 도움이 된 일이 있는가? 

3. 저자는 '좋은 의사'를 만났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의사란? 

4. 조증과 울증을 반복하는 대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삶 vs 모든 재능을 잃어버리고 조울증의 발작도 없이 평온한 삶. 당신은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가? 
→ 책의 말미에 나오지만, 제1형 양극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삶 자체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경우엔 (재능을 잃는다 하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5. 본인 스스로 병식이 없고 치료받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때, 타인에 의해 조울증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치고, 본인의 건강이 망가질 상황에서는 타의에 의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6. 조울증을 가진 천재들 중 많은 경우 조증삽화기간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성취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치료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 자신에게 비가역적인 손상을 남기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로 조절을 하면 자신에게 심각한 상흔을 남기지 않고 창조성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