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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Gen's story

(2021-54) 아무튼, 비건 [에세이] (김한민) ★ 본문

Report of Book/에세이

(2021-54) 아무튼, 비건 [에세이] (김한민) ★

재도담 2021. 12. 27. 23:30

아무튼, 비건 

김한민 저, 위고, 174쪽. 

이 책은 타자에 관한 책이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타자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타자는 더 이상 타자가 아니며, 대신 우리라는 신기한 집합이 탄생한다. 
타자화란 뭘까? 나와 남, 우리와 남을 가르는 행위다. 내가 동일시하고 공감하는 우리와, 내가 멀리하고 싶은 남을 구분한 후, 남을 우리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행위다. 
타자화의 대척점에 '연결'이 있다. 아이들의 세계에선 낯섦과 익숙함의 구별은 있어도, 차별은 없다. 그러나 사회는 아이들에게 타자화를 가르치면서 타고난 연결감을 말살해버린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 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건강도 당연히 미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몸과 마음, 자아와 타자, 나와 환경… 균형의 문제이다. 균형을 잃고 추구하는 건강은 빈축을 사며, 그래도 싸다. 
나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나의 몸과 영혼, 자연의 건강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 vs. 최소한 나라도 저 문제에 기여하고 싶지 않아, 최소한 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공헌하는 습관만은 관두겠다 
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9%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도 임계점 10%에 도달하면 갑자기 주류의견이 된다. 

최소한으로 지키고자 하는 선이 있어야 때때로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어도 ~는 하지 않겠어." 
원칙과 도그마는 다르다. 원칙은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준이고, 도그마는 개별 상황에 대한 검토와 수정을 불허하는 아집이다. 
'비건적'인 작은 노력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비건은 소수자 운동을 넘어서서 정말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비건 운동의 전략도 보편적이고 단순하다. 때로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수의 사람을 적으로 만들어서 얻을 게 없다. 오히려 다수가 조금씩이라도 비건-친화적 생활방식을 도입하는 길이 가장 효과적이다. 
비건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고 큰 고생을 하는 것 같지만, 고통받는 동물들과 지구를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고생. 보람이 훨씬 크다. 내가 자연과 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다. 

인간끼리 소유하는 제도가 노예제였다. 이 부적절한 소유 관계는 철폐되었다. 당신이 먹는 동물은 사실 당신의 것이 아니다. 
한 사회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 이들을 통해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윤리와 공중보건과 지구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당연히 공적인 비판과 감시, 규제의 대상이 된다. 개별 사안만 보면 개인의 선택이라고 해도, 이것이 모여 전체적으로 끼치는 결과가 공공 영역의 안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탁은 공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딱 한 달만 해보자, 해보고 좋으면 계속하자. (VEGANUARY) 
고기 없는 주말, 고기 없는 평일. 
내 돈 주고 사 먹지는 말자. 
3끼 중 2끼 비건. 
페스코 베지테리언.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덜 먹기, 적당히 먹기'란 말은 처음엔 듣기도 부담 없고 문턱이 낮아 편한 듯하지만, 그만큼 아무 기준이 없어 결국 지켜지지 않는다.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완벽주의로 가기보다는 비건 친화적인 공동체를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 급선무다. 
절망은 길고 꾸준하고, 희망은 파편적이고 멀리서 명멸한다. 파졸리니가 묘사한 반딧불처럼 잔존한다. 
진지한 비건의 심정은 되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것은 노예제 사회에 살고 있는 노예 반대론자들의 심정, 홀로코스트 시대를 살던 쉰들러 씨의 마음이다. 

인간의 몸은 초식동물에 훨씬 가깝다. 치아의 90%가 어금니처럼 식물성 음식을 먹기 위한 맷돌형 치아다. 구강구조도 초식동물처럼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육식동물은 장이 굉장히 짧은 반면에, 초식동물은 장이 세 배 이상 길다. 인간은 후자에 가깝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영장류들은 모두 채소와 과일만 먹는 비건들이다. 유일한 잡식동물 침팬지도 97%는 채식이고, 나머지도 어쩌다 곤충류나 작은 포유류를 먹는 정도다. 
고릴라, 코끼리, 코뿔소, 하마, 소, 말... 힘이 센 것과 육식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읽고 함께 생각해 볼 문제. 

1. 비건에 대한 인식과 태도,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나요? 

2. 비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비건을 추구하나요? 이유는요? 

3. 비건의 삶을 좇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비건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있을까요?) 

4. 스스로 비건의 삶을 추구하는 것과 남에게 비건의 삶을 권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강제하는 것은 각각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과 법으로 강제하는 것,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보신탕, 공장식축산, 비건) 

5. 혹시 이 책을 통해서 결심하게 된 나만의 '적어도 ~만은' 이라는 기준이 있을까요?  

6. 비건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라는 행위가 미치는 영향도 육식과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직하고 건강한 소비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7. 지구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비건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