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21-06) 페스트 [문학-소설] (알베르 카뮈) 본문
페스트
알베르 카뮈 저, 최윤주 역, 열린책들, 424쪽
194X년 프랑스의 작은 도시 오랑에서 쥐들의 떼죽음이 목격된다. 그 이후 사람들에게도 발열과 임파선의 부종이 관찰되며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고 결국 시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의사인 리유는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왕진을 다니고, 장 타루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위험을 각오하고 자원 봉사대를 만들어 아픈 사람들을 돕는다. 도시가 폐쇄되고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신부 파늘루는 이 전염병이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설교한다. 파리 유명 신문사 기자인 레이몽 랑베르는 도시가 봉쇄되자 탈출을 시도하다가 다른 이들의 헌신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오랑에 남기로 한다. 시청 말단 직원인 그랑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소소하지만 자질구레한 보건대 업무를 돕는다. 범죄로 인해 구속될 위기에 놓이자 자살을 시도했던 코타르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도시가 제 기능을 상실하자 그 틈을 타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며 많은 돈을 벌다가 이후 페스트가 잠잠해지자 결국 경찰에 의해 연행된다. 새로운 혈청이 개발되고 약이 효과를 발휘하자 페스트는 점점 물러나지만, 페스트의 마지막 맹공에 장 타루와 리유의 아내가 사망한다.
소설 페스트는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는 Covid-19가 전세계에 창궐한 지금의 상황과도 너무 흡사하다. 차이점이라면 페스트는 오랑이라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Covid-19는 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결국 페스트도 Covid-19도 그들이 처한 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오랑과 지구) 똑같다. 내가 읽은 느낌으로, 카뮈는 두 인물(더 넓게 보면 세 명의 인물)로 자신의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명은 직접적으로 묘사했듯이 그랑. 어떤 역경과 환난이 밀어닥쳐도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 자질구레하게 공익을 위해 소일거리 봉사를 하는 사람. 그리고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더 크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 장 타루라고 생각한다. 사실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강력하게 나타내는 인물이 장 타루라는 느낌은 받는데, 그 주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아버지가 사형 판결을 내리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고 그게 무엇이건 인간이 타자의 삶의 결정권을 행한다는 것에 반대하며 타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속죄하는 그의 삶의 태도가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뮈가 소설을 쓴 시대상을 반영해 생각해보자면 그 어떤 옳다고 믿는 이데올로기도 거부하고 묵묵하게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근원적이고 소중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하는 것일까. 작가가 애정하는 또 다른 주제를 드러내는 인물은 의사 리유가 아닐까 한다.
작가가 드러내고 싶은 주제가 무엇이건간에, 나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가가 묘사한 오랑의 시민들이나 Covid-19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21세기 지구촌의 모습이 참으로 흡사하다는 것이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시민들의 절망감, 고독, 우울,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뒤로 하고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유지되고, 살아갈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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