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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이와의 불화

재도담 2020. 12. 10. 11:10

며칠전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탄 냄새가 나길래, "이게 무슨 냄새야? 왜 이렇게 탄내가 나지?"라고 했더니, 

유경이가 "아 냄새 타령 좀 하지마."라고 해서 순간 욱 하고 화가 났다. 

내가 냄새 난다고 여러번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한번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냄새 난다고 누구를 비난하거나 투덜거린 것도 아니고, 그냥 타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유경이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내가 냄새난다는 말도 못하냐고 엄청 퍼부었다. 

그러는 중에, 아내는 나에게 애가 장난으로 한 말에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며 나에게 뭐라했다. 

어제는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손 씻고 양치하고 있는데 

유경이가 나보고 자기 샤워해야 된다며 나오라고 했다. 

나는 내가 먼저 욕실을 쓰고 있는데, 나보고 나와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쓰고 비켜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나와."하고 명령을 하는 아이의 태도가 못마땅해서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놀리듯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화가 난 유경이는 자기 분에 못이겨 울었는데, 그걸 본 아내가 또 다시 나에게 무슨 일이냐며 뭐라 했다. 

일이 커지는 것처럼 되자, 나도 화가 나고 이성을 잃었다. 

유경이를 불러서 따박따박 따지기 시작했고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그런 내가 무서웠는지, 유은이도 울고 아내도 울고 유경이도 울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그런 상황이 펼쳐진 게 더 열 받고 화가 났다. 

그런 상황을 만든게 모두 내 책임인 것 같고,

그런데 난 잘못한게 없는데 그런 상황을 내가 만든 것 처럼 돼버린 상황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화가 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 욕실에서 나오라고 한 유경이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화를 내어서 '나 vs 아내+유경+유은' 의 대결구도가 생기고, 

나와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과의 사이가 틀어져버린 것에 대해 화가 난다. 

그런데 그렇게 나와 가족들이 사이가 안좋게 된 원인은 내가 화를 낸 것인데, 

내가 아무런 잘못 없이 화를 낸 것이 아니란 사실에 또 다시 화가 난다. 

나는 내가 화 난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화가 날 만한 상황이라, 화가 난 것인데, 왜 내 잘못으로 가족들과 내 사이가 나빠져야 되는걸까. 

생각할수록 분하고 열 받는다. 

유경이가 지금 사춘기를 거치고 있는데, 이렇게 유경이와 나와의 관계가 영원히 멀어지게 될까봐 

겁도 난다. 

뭐가 잘못된 건지, 어제의 상황으로 내가 돌아간다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었을지, 

과거로 돌아간다해도 내가 이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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