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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of Book/인문학

(2018-26) 가족의 두 얼굴 [인문학]

재도담 2018. 5. 10. 15:40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저, 부키, 264쪽. 

가족은 우리 삶의 근원이고 출발지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아늑한 둥지,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모습이 가족에 대한 일반적인 심상이지만, 

역기능의 가정도 너무 많다.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인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흔하다. 

전이감정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들, 즉 '높은 전이감정 경향성'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가 크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를 돌보지 않고, 전이감정을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가족관계를 통해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형성하게 될 대인관계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되며 이것은 친구, 연인, 부부, 자녀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소속감의 부재는 사랑과 인정에 대한 결핍을 낳고 이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다. 

만약 학대나 비난, 방치하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환경에 처했을 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학대라고 하면 굉장히 심한 경우만 떠올리지만 사실 많은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학대를 일삼고 있다. 아이들에게 쉽게 핀잔을 주고, 필요 이상으로 비난하여 아이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여 아이가 스스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의 종류는 다양하다. 

개방적인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평적인 부부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하고 유연하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 치료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무엇보다 직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핵심은 가족의 따뜻한 배려와 공감, 적극적인 관심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 가족의 모습을 재현해 줄 사람에게 강하게 끌린다. 어린 시절 불행한 가족관계를 재현하려는 귀향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어린 시절의 가족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경험한 감정에 용기 있게 직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성년으로서 독립적 인생을 막 시작하는 젊었을 때의 좋은 조건이 반드시 중년과 장년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듯해 보일 정도로 잘 정비된 이들이 갖춘 조건이라는 것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목표에 따른 노력의 결실이라기보다는 부모의 기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범생이 같은 생활의 결과물이라면 그러한 우려는 더 커진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탄생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결혼한 두 남녀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분리되는 것이다. 부모와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분리와 독립을 이룩한 두 남녀만이 행복한 결혼이 가능하다. 분리와 독립은 부모가 자녀를 떠나보낼 때 가능하다. 부모로부터 분리와 독립할 때 그 열쇠는 부모가 쥐고 있다. 자녀로 하여금 건강한 분리와 독립을 가능하게 해줄 부모는 건강한 부부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이다. 

평온함 이면에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가족관계가 적지 않다. 분명히 무언가 있고 그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항상 느껴지지만 함부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일이 가족내에 존재할 때,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가족 비밀'이라고 말한다. 가족 비밀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며, 이렇게 세대 전수된 비밀은 원래 만들어졌던 세대보다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문제의 비밀은 숨기려 하면 할수록 의도와 달리 더욱 아래 세대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가족 비밀이 존재하는 가정은 건강할 수가 없다. 자녀들은 가족의 비밀에 대해 어렴풋이 감지하는 바가 있지만 집안 분위기는 이를 부인하거나 모르는 체 할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이것은 감정의 마비를 강요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지성적으로 가해지는 학대이다. 이렇게 지적으로 학대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 자신의 판단으로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 불안감을 갖기 쉽다. 
가족 비밀을 현재의 가족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즉자적 대응이다. 가족 시스템에는 일종의 관성이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가족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저항하려는 항상성 때문에 가족 비밀이 만들어지지만 그로 인해 가족 사이의 갈등은 증폭된다. 

어린 시절 생존하기 위해 부모의 사랑이 필요했다면, 성인에게는 주변의 인정이 필요하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일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생존 에너지다. 폭력과 분노를 표출하는 가장은 대부분 가정의 테두리 밖에서는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장해는 자신의 권력욕구를 만족시키려고 상대를 밀어붙이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애정 결핍보다 권력의 파워 게임이 더 큰 위협 요소라는 것이다. 

부모의 못 이룬 한을 해결하기 위해 한번 위임된 자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동기에 부모의 애정 결핍으로 고통받은 자녀가 부모가 되면, 자기 자신을 결핍으로 이끌었던 상황을 똑같이 재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에게 상처를 준 부모는 괴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처럼 그들 역시 험난한 세월을 살아왔고 부당한 가족관계에서 피해를 입었던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이러한 반복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늘 되풀이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풂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배우자의 배반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힘든 위기를 잘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또 사건을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하기보다 자기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녀를 끌어들이는 부부는 자아분화가 낮은 사람들이다. 

매력남들은 대개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버지를 존경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을 지닌다. 이런 존경과 열망은 아들에게 사회적 성취동기를 제공하며 유연하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길러 준다.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고 자율성을 막는 부모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까? 부모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장해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어떻게 독립과 자율을 얻었는지 탐색하면 도움이 된다. 부모 자신들이 독립과 자율을 어렵게 이룬 경우 자녀에게도 반복시키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 이 숨겨진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이뤄진다. 가족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강도가 누그러진다. 

인간의 뇌가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나눌 때라고 한다. 특히 상대방과 눈을 마주하면서 소통을 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사랑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포옹을 통해 전달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깨어진 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다음으로 진실한 소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왜곡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대상에 대해 애정과 증오,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갖는 양가감정이 드러나는 소통을 이중메시지 또는 이중구속double bind이라고 한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보통 한 개여야 하는데 두 개 이상, 그것도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혼란에 빠지게 된고 더 나아가 정신분열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는데 이기적이라는 경고를 받거나 아직 어려서 모른다며 무시당하거나 배척당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면 솔직한 표현을 거부하고 회피하며 마음과 달리 인위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자아분화라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내면 상태이다. 똑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자아분화가 어떠한가에 따라 반응과 대응 방식이 다르며 그 결과도 달라진다. 자아분화가 낮은 사람은 자기는 상대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를 냈노라고 남을 탓한다. 자아분화가 높은 사람은 사고와 감정이 균형을 이룬다. 

좋은 부모는 아이에게 거절과 좌절을 적절히 경험시켜야 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태도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병폐 중 하나다. 발달심리학자들과 사회심리학자들은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욕구 충족의 유예'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평가한다. 눈앞의 욕구를 당장 충족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다음에 얻을 보상과 결과를 위해 미룰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고 잠시 연기한다거나 때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일이 필요하다. 대신 거부의 경험은 아이에게 몹시 고통스러운 아픔이기 때문에 아이의 요구를 거부할 때는 평소보다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즉각적인 욕구를 누르고 통제하는 능력은 결국 부모가 아이를 적절하게 좌절시키는 훈련 속에서 만들어진다. 매사에 무관심하지만 즉석 만족과 즉흥적인 충동에 익숙한 아이들을 위한 치료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적정한 수준의 괴로움이다. 쉽게 저절로 얻어지는 평화나 기쁨, 행복은 없다. 건강한 가족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욕구의 유예, 고통과 불편함의 인내 모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