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18-21) 바깥은 여름 [문학-소설] 본문
바깥은 여름
김애란 저, 문학동네, 272쪽.
월계수 독서단의 4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하나의 장편소설은 아니고 7개의 단편소설을 묶어놓은 책이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입동」을 읽으면서 세월호가 생각났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유족들이 안고 살아가는 아픔. 경제적 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상처받은 이들을 대하는 이웃들의 태도와 시선. 그들에게 받는 2차, 3차의 상처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이웃이 될 것인가?
「노찬성과 에반」을 읽고는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고통에 신음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까지 한 에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그렇다고 찬성이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스마트폰으로 교제하는 틈 바구니 속에서 친구들 사이에 끼어 함께 하고픈 마음은 스마트폰과 그 악세사리에 대한 소비욕구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본 기사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가정의 아이들이 고급식당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분노를 터트린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마저 억제당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까? 나의 욕구는 온전히 내가 만든 것일까, 사회가 만들어내고 유통시킨 것일까?
「건너편」은 이 시대의 슬픈 현실을 축약해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악착같이 노력해도 취업하기 힘든 현실, 그 속에서 자신이 좇는 꿈과 이상을 접고 사랑마저 보내줘야 하는 상황들. 신경림과 UMC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생각난다.
「침묵의 미래」에서 작가는 ‘언어’를 화자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쉽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곤 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근원은 언어가 아닐까. 우리가 가진 무형의 재산들을 보존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언어가 아닐까. 사유를 창조하고 인식을 만들어내는 근원은 언어가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사유의 근원인 언어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풍경의 쓸모」. 재미있게 읽었다. 모두 피사체가 되고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주변부로 밀려만 가는 우리들. 하지만 우리가 한숨 돌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은, 초점이 또렷이 맞춰진 중심부가 아닌,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배경에서다. 어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행지 태국에서조차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핸드폰. 그 핸드폰(스노우볼) 속 겨울을 벗어나 풍경 속으로, 여름에서 늘어질 수 있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리는 손」. 믿었던 내 아이가 왕따의 가해자가 되거나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 때,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읽고 나니 마음이 애잔해진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남은 이의 마음. 나를 두고 무책임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에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그 사람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까지.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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