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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논쟁, 그 불편함의 끝

재도담 2017. 11. 24. 08:34

오랫동안 고민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들을 두고. 

내가 왜 이렇게 친구들과의 대화를 힘들어하나, 

그들이 하는 말을 왜 가만히 듣기 있기가 힘든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이렇게 맘이 불편해진다면 내가 너무 교만한 것이 아닌가, 

왜 나는 친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나, 

그들이 가난한 사람, 여성, 노동자들, 자기들과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정당, 한국인들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조롱을 할 때 

왜 나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흥분하게 되는가. 

왜 나는 이토록 편협한가. 

왜 나는 그 친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꼬리를 잡으면서 싸움을 걸고 있는가. 

내가 혹시나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다고 건방진 것은 아닌가. 

그들보다 스스로 잘낫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을 얕잡아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한 것을 넘어서서, 뾰족뾰족 가시가 돋아있어 그들을 찌르고 싶은 것은 아닌가.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그런 말들도 허허 웃으며 넘어가면 되지 않나. 

나를 공격하는 말도 아닌데 말이다. 

굳이 그들의 말꼬리를 붙잡고 분노하고 씩씩거리면서 싸우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망쳐가면서까지 이렇게 싸우고 있는 내가 정상인가. 

이런 고민들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 

친구들과의 논쟁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했고, 

내가 나쁜 놈이 아닌가, 교만한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마음은 늘 무거웠다. 

이제 그 모든 짐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그들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생각에 분노하지 않으면, 

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동료와의 불화를 두려워하고 좋은게 좋은 것이라며 넘어가는 것이 

당장은 편하고 좋을지 몰라도 

내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되도록 놔둘수는 없다.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저항하련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이제는 너희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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