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밥 본문
최근 면역과 관련된 책들을 읽다보니, 음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몸에 해로운 음식들을 피하고 몸에 좋은 식재료들을 먹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내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버섯의 유익한 점들이 떠올라
잽싸게 "CJ the Kitchen"이라는 어플을 검색해서 양송이를 식재료로 한 음식을 찾았다.
아내에게, '오늘은 내가 저녁을 요리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고 《양송이 수프 밥》의 레시피를 보고,
식재료를 골라 담았다.
집에 돌아와서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바로 요리를 시작했다.
워낙 게으른 탓에 평생 요리라고는 두세번 정도 밖에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냥 레시피만 읽어보면서 무작정 덤벼들었다.
양파와 양송이 버섯을 3mm 두께로 채썰어두고, 마늘도 편썰기를 한다.
버섯도 어떻게 다듬는지 몰라서 아내에게 물어보고 껍질(?)을 벗겼다.
베이컨은 1cm 크기로 사방썰기를 해서 중불에 살짝 볶는다.
양송이, 양파, 마늘을 해바라기유로 살짝 볶고,
수프를 따뜻하게 데워 모든 재료를 섞는다.
밥을 넣고 수프를 부어 먹으면 끝.
이렇게 적어놓으니 무척 간단한데, 막상 할때는 개수대가 난장판이 되었다.
어쨌든 실컷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는데, 아뿔싸...
두세끼는 먹을 분량을 만들고 싶었는데, 다 만들고 밥에 부어보니,
에계- 겨우 4인가족 한끼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한 술을 뜬다. 맛있다. 양은 불만이지만 맛은 만족스럽다.
그런데 속상하게도 아이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유경이는 버섯이 달팽이와 닮았다며 먹기 싫어하고,
유은이는 양파가 맛이 없다며 싫어한다.
이놈들아, 그게 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얼마나 키워주는 것들인데!!!
어쨌든 밥을 먹는데, 5분만에 식사가 끝났다.
장 보는 데 한 시간, 요리하는 데 45분이나 걸렸건만 식사는 단 5분만에 끝.
너무나 허무했다.
주부들이 느끼는 허무함, 그 텅빈 아픔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들을 보니 가슴이 갑갑해왔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그 허무함 때문에 괴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식사, 즉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단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고 삼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장만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
그리고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으로 개수대를 정리하는 것 까지,
그 모든 과정이 다 함께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요리를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깨달음이다.
단지 음식을 먹기 위해 앞뒤 2시간을 희생한다고만 생각하면 속상할 일인데,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모든 것이 뭉뚱그려서 하나의 큰 성체聖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종종 요리를 직접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다양한 일에 처해보고, 겪어봐야 한다.
덧, 채칼을 사야겠다. 그냥 조리하는 건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