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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비문화

재도담 2013. 6. 1. 23:44

현대 사회는 소비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자들이라면 명품백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고,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은 차를 타고 싶어합니다. 좋은 가방을 사기 위해, 좋은 차를 타고 다니기 위해 

수개월간 돈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카드 할부로 빚을 얻어서 그런 물건들을 삽니다. 

TV 드라마를 보면 결혼을 하면서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저당 잡히고 빚을 얻는 황당한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것이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소비를 넘어 분에 넘치게 소비생활을 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채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의 소비를 하고 그것을 갚아나가기 위해 

정작 본인은 인생을 즐기지도 못하고 빚의 노예가 되어 살아갑니다. 카드빚과 마이너스 통장을 갚아나가기 위해 

일의 노예가 되고, 여가 생활도 못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합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고, 

카드빚과 마이너스 통장이 내 삶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끊임없이 돈을 갚아나가야만 합니다. 


왜 이런 소비문화가 만연하게 된 것일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거대기업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거의 활동하는 시간 내내 다양한 광고를 

접하게 됩니다. TV 광고든, 라디오 광고든, 전광판 광고든 우리가 보게 되는 대부분의 광고에서는 해당 상품을 

사게 되면 우리가 행복해지고 삶이 만족스럽게 된다는 내용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광고 뿐 아니라 

각종 쇼 프로,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도 소비를 통해, 구매를 통해 우리의 삶이 더욱 윤택해진다는 메세지를 

우리는 끊이없이 주입받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사지 않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고 

나 혼자 과거에 사는, 또는 능력없는 루저같이 보입니다. 정말 필요한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소비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소비를 하는 사람만을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무엇이 정당한 소비이고 무엇이 과한 소비인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피상적인 인간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는 예전과 같이 서로를 잘 알지 못합니다. 윗집 사람이 누구인지, 

옆집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지냅니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관계는 짧은 시간, 짧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런 만남을 통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이고, 어떤 성정의 사람인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그 사람이 걸치고 있는 옷, 그 사람의 가방, 그 사람의 차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합니다. 

예전 같으면 좀 허름하게 입고 다녀도, 저 분은 인품이 훌륭하고 배울게 참 많은 분이야,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런 인격적인 판단을 하기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라도 자신을 

피력하고자 노력합니다. 여기에는 자라면서 겪은 환경의 탓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예전에는 하교 후, 집에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부모에게 자신의 모습을 인정받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요즘은 가족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고 부모로부터 건강한 자존감을 부여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고 자기 내면에 어떤 것이 자리하고 있는지 고민할 기회가 많지 않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대변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더 멋진 상품들로 자신을 치장하여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더 낫게 보이려 노력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 번째 이유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우리나라의 인습과 관련된 것인데, 허례허식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두 번째로 말씀드린 것과 유사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부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 번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사업이 번창하는 것처럼 보이려 노력하고,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그 조직에서 중요하고 대단한 

일을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고 자신의 명예와 경제력을 

한껏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더욱 더 과소비 문화가 조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이유는 카드문화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빚 지는 것을 엄청 두려워하며 혐오하시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빚을 권하고 있습니다. 카드는 사용하는 즉시 빚을 지게 됩니다. 사회의 메트릭스는 카드를 쓰는 것을 

빚 지는 것으로 여기지 않게끔 포장하고 덮어두려 하고 있지만, 실상 카드를 쓰는 것은 그 즉시 카드회사에 빚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카드를 쓰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자기가 한 달 사이에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통장에 돈이 있으나 없으나 카드는 사용 가능하므로 사람들은 자기가 사고 싶어하는 물건을 별 고민없이 

살 수 있습니다. 또한 현금은 우리가 지불하는 즉시 어떤 상실감이 들지만, 카드를 사용할 때는 카드를 줬다가 다시 

돌려 받습니다. 이런 행동은 우리의 뇌로 하여금 불안과 죄책감을 덜 들게 만들고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다는 생각을 덜 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금으로 살 때보다 카드로 살 때 우리는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이런 카드 문화가 우리로 하여금 

쉽게 소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과소비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야 할까요? 

첫째로,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소비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소비를 생존소비와 과시적 소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삶에 필요한 것만 사면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떤 물건을 사기전에 이것이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과소비를 줄이는 첫걸음이라 

여겨집니다. 

둘째로,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나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님을 자각하고 자녀들에게도 그러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걸친 옷, 내가 사는 집, 내가 타고 다니는 차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내가 어떤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느냐가 말해줍니다. 누군가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닌다고 그 사람을 무시해서도 안되고, 

누군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자녀들에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닌, 그 아이 자체만으로 사랑받을 만한 아이이고, 존귀한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셋째로, 가능하면 카드 사용을 줄이고,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카드회사가 내미는 

달콤한 여러가지 혜택에 흔들리지 말고 과감히 카드 사용을 포기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소비에 의해 자기 스스로 힘들어지는 일 없이 건강하고 담백한 소비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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