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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Gen's story

(2023-08) 배움의 발견 [에세이] (타라 웨스트오버) ★ 본문

Report of Book/에세이

(2023-08) 배움의 발견 [에세이] (타라 웨스트오버) ★

재도담 2023. 3. 13. 17:03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 김희정 역, 열린책들, 520쪽. 

워낙 유명한 책이라,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16세가 될 때까지 부모의 독특한 세계관과 신념 때문에 공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타라와 그의 형제들이 겪은 일들은, 완전히 아동학대 수준이었다. 

타라는 단순히 몰몬교도인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것이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편집증과 피해망상, 각종 기괴한 망상적 사고까지... 

그의 그런 사고로 인해 가족들은 모두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수많은 부상을 당했다.

위험천만한 일에 내몰리며 안전장비 없이 일해야 했고, 다치거나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말도 안되는 윤리교육을 받아야했고, 조금만 노출되는 옷을 입어도 창녀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오빠의 권유로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녀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녀는 이제까지 알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배우게 되고, 그 속에서 큰 혼란을 겪는다. 

그동안 아버지가 말해왔던 세상은 망상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고, 

각종 훈계와 규칙들은 이 세상의 것들과 대비되며 사람의 인권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알게 되는 것이 바로 그녀를 구원해주지는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점이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으면, 그 지옥같은 곳에서 탈출하고 다시는 보고싶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자꾸 그곳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면서, 

사이비교주와 같은 아버지에게 회개하면서 들어가고 싶어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타라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소속의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타라의 아버지와 그의 오빠가 그녀를 학대할 때, 그 장면속으로 뛰쳐들어가 그녀를 대신해 변론해주고 싶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도 그녀가 과거 그녀의 어린시절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부디, 앞으로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순기능의 가정이나 공동체를 형성하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사야 벌린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말하는 부분이었다. 

소극적 자유는 외부적 장애와 제한으로부터의 자유, 적극적 자유는 내적 제한, 즉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릴 때 받았던 잘못된 교육이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성취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귀한 일이다. 

그릇된 메세지에 세뇌당한 사람은, 끊임없이 건강하고 올바른 진리의 메세지를 전해 들어야 한다. 

반복된 진리의 외침과 조건 없는 사랑이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책건문. 

타일러 오빠는 텅 빈 진공의 공간으로 발을 내디던 것이었다. 오빠가 왜 그렇게 했는지 나는 알지 못했고, 오빠 자신도 알지 못했다. 오빠는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확신이 불확실성이 드리운 어둠을 밝힐 정도로 밝게 타오르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빠 머릿속에서 울리는 음악, 우리는 듣지 못하는 희망에 찬 멜로디 때문일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오빠가 삼각함수 책을 살 때, 그 모든 연필밥을 모을 때 흥얼거렸던 그 비밀의 멜로디 말이다. 92 

돌이켜보면, 바로 그것이 내 배움이요 교육이었다. 빌려 쓰는 책상에 앉아 나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낸 그 긴긴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 내는 그 끈기야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109 

여자는 선지자가 절대 될 수 없는데, 타일러 오빠는 가장 위대한 선지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오빠가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내가 이해한 한 가지는 내가 나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것, 내 안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지자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그 무언가는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스스로 타고난 본연의 가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 말이다. 193 

내가 자각의 길에 들어섰고, 오빠, 아버지, 나 자신에 관해 아주 기초적인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넨 전통에 의해 만들어져 왔지만, 고의적으로 혹은 실수로 그것이 어떤 전통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오직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을 빼앗고,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담론에 목소리를 보태 왔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담론을 확대하고 그편에 서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 힘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287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깜둥이라고 수없이 불리고, 수없이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웃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그 단어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숀 오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오직 그 단어를 듣는 내 귀뿐이었다. 내 귀는 그 안에 담긴 농담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 들린 것은 시간을 관통해서 울리는 신호음이자 호소였고, 나는 거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으로 응답했다. 이제 다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에 내가 꼭두각시로 이용되도록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288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가요?」 나는 역사 기록학에 관한 이야기를 우물쭈물 꺼냈다. 역사 자체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은 홀로코스트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내게 근거나 기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고 절감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누군가가 과거에 대해 아는 바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부터 제한받게 될 거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히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잘못 알고 있던 규모가 너무도 커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세상 전체가 변할 정도였다. 이제 역사를 이해하는 길로 통하는 문을 지키는 위대한 문지기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무지와 편견을 해결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나는 그들의 저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 편견이 가 미된 주장들을 서로 교환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배운 역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역사와 다르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도 틀릴 수 있고, 칼라 일이나 매콜리, 트리벨리언 같은 위대한 역사학자들도 틀릴 수 있다. 그들이 논쟁의 불을 지핀 후 남은 재로부터 내가 살 수 있는 세상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발을 디딘 땅이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거기에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373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그 책들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만 했다. 두려움이나 숭배를 마음속에서 배제해야만 했던 것이다. 버크는 영국 왕정을 옹호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가 폭군의 하수인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집에 들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 쓰인 말들을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읽는 것은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그와 동일한 전율을 매디슨, 해밀턴, 제이의 글을 읽을 때도 느꼈다. 특히 그들의 결론보다 버크의 결론에 나 스스로 동조하게 될 때, 혹은 그들의 생각이 내용 면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고 단지 형식적으로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에는 대단한 가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책들은 사람을 속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가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375 

「그렇다면 이사야 벌린이 말한 자유의 두 가지 개념이란 무엇일까요?」 교수가 물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다고 말한 학생을 지목했다. 「소극적 자유는 외부적 장애와 제한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합니다.」 그 학생이 말했다. 「이 자유의 개념에서는 개인은 행동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해 받지 않는 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순간적으로 리처드 오빠가 생각났다. 오빠는 읽은 것은 모두 정확히 기억해서 암송할 수 있었다.
「아주 좋아요.」 교수가 말했다. 「두 번째는요? 」 
『적극적 자유입니다.」 또 다른 학생이 말했다. 「적극적 자유는 내적 제한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나는 그 정의들을 공책에 적었다. 그러나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교수는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설명해 줬다. 그에 따르면 적극적 자유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의미였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이다. 399 

피가 머리로 몰려들었다. 아드레날린과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느낌이 함께 밀려들면서 내 정신을 깨웠다. <여성의 본질에 관한 어떤 지식도 최종적 결론이 될 수는 없다.> 진공 상태, 지식이 부재하는 검은 공간에서 그만큼 위안을 얻어 본 적이 없었다. 밀의 선언은 <네가 무엇이든 간에, 네가 여성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404 

잠깐 멈췄다가 엄마의 글이 스크린에 더 올라왔다. 내가 꼭 들어야만 했던 말인 줄도 몰랐던 말들이었지만, 일단 읽고 나니 그것은 내가 평생 찾고 있던 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내 딸인데, 내가 너를 보호했어야 했는데.>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한평생을 다시 살았다. 그것은 실제 내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나는 다른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다른 사람이 됐다. 나는 마술 같은 그 말의 힘을 그때도 이해하지 못했 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엄마가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내게 되어 주지 못했다는 말을 한 순간, 엄마는 처음으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되었다.
<사랑해요>라고 쓴 다음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422-423 

케임브리지의 내 생활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신했다. 아니, 나 역시 그랬다. 나도 내가 케임브리지에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느껴 왔던 내 가족에 대한 수치심이 거의 하룻밤 사이에 자취를 감췄다. 평생 처음으로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는 내가 한 번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폐철 처리장과 헛간과 목장들과 함께 벅스피크가 어떤 곳인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줬다. 비상 용품으로 가득 찬 밀밭의 지하 저장고와 오래된 헛간 근처에 파묻어 놓은 자동차 연료에 대해서까지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424 

* 타라의 수치심을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 왜 타라의 부모들은 숀의 편을 드는 것일까? 
* 어떤 이들은 왜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나는 신이다'의 신도들이나, 에센셜 오일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처럼) 잘못된 믿음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 16년간 전혀 공교육을 받지 않았던 타라는 어떻게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었나? 그녀를 이끈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 당신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그런 미치광이들 속에서도 여전히 그들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아니 갈구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인 타라가 너무나 측은하다. 

미 해병 특수 부대가 빈 라덴을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랍어를 하는 드루는 그 뉴스가 보도된 후 우리를 안내하던 가이드들과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차가운 모래땅에 앉아 꺼져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둘러앉은 채 가이드들은 드루에게 <그는 이슬람교도가 아니에요> 하고 말했다. 「빈 라덴은 이슬람교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진정으로 이슬람의 가르침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지 못했을 거예요.」 482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492 

* 정신질환자의 가족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 역기능 가정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은가? 
* 기억이란 무엇인가? 서로 다른 기억을 어떻게 맞춰갈 수 있는가? 
* 서로 다른 메세지 중 우린 어떻게 진실(또는 진리)을 가려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