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22-49) 운명의 과학 [과학] (한나 크리츨로우) 본문
운명의 과학
한나 크리츨로우 저, 김성훈 역, 브론스테인, 344쪽.
너무 신기하게 이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의 퍼즐이 맞추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보았던 김주환 교수의 <감정을 지배하는 법> 강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최근 들어 계속 관심 있었던 '신경가소성'과 '명상'도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2023년도 계획을 세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의 뇌에 대해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누릴 수 있다.
1. 자유의지냐 운명이냐
우리는 자유의지와 온전한 의식을 갖추고 있는 주체인가, 아니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자기도 모르는 구동장치로 움직이는, 미리 프로그램된 기계에 가까운 존재인가?
뇌는 유입되는 신호를 유전자에 의해 배선된 회로를 통해 처리한다. 그런 복잡한 과정이 생각, 결정, 선택 같은 형태로 그 결과물을 내놓는다. 의사 결정과 일상적 판단의 상당 부분은 그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운명이라는 개념에서 운명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비극적인 암시를 덜어 내고, 도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종착지라는 개념으로 운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 중 상당수는 의식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자동적 과정의 결과다. 이런 과정은 타고난 생리학에 의해 결정되고 유전에 의해 빚어진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부분이 대부분의 사람이 상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어떤 것이든 그 '원인'이 다원적이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뇌가 구축된 방식 때문에, 그리고 평생에 걸쳐 뇌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 쉬운 성향을 갖게 된다.
행동 중에서 좀 더 개성적인 측면이라 생각하는 부분, 직감적으로 느끼기에 분명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인 산물이고, 그래서 의식적 통제 아래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사실은 우리가 갖고 태어나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강화된 선천적 요인에 의해 깊숙한 수준에서 형성이 된다. 성격, 자기 자신과 세상의 작동 방식에 대한 믿음, 위기에서 반응하는 방식, 사랑, 위험, 부모 역할, 사후세계에 대한 태도 등등 대단히 추상적인 의견과 성격적 특성들은 어느 것이든 뇌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의해 깊숙한 곳에서 빚어진다.
2. 발달 중인 뇌
뇌의 정보 처리의 기본 구성 요소인 뉴런, 즉 신경세포는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안에 주로 만들어지지만 모든 뉴런들을 연결하는 복잡한 과정은 대략 처음 3년 동안 일어난다. 생후 처음 3년 동안에는 시냅스들이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정신의 회로판인 커넥톰connectome의 토대를 만들어낸다. 이 회로판은 외부 세계에서 온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 반응을 밎어낸다. 따라서 인생 초기에 뇌를 다듬는 과정은 말 그대로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아기와 어린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도약은 바로 기존의 뇌 구조물에서 일어나는 이 '배선'때문이다.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은 서로 다른 기술을 학습하는 특별히 민감한 시기가 따로 있다. 경험을 통해 어느 회로를 유지하고, 어느 회로를 지울지 지시함에 따라 '가지치기pruning'도 적은 양이나마 동시에 일어난다.
청력에 장애가 없는 아기들은 모두 성숙한 달팽이관을 갖고 태어나기 때무에 음의 높이와 크기를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모든 언어를 아우르는 세계 시민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떤 언어에서 사용되는 음소phoneme라도 듣고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모국어에 노출됨에 따라 아기는 자신의 환경에서 나타나지 않는 음소를 듣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효율성 추구라는 이유 때문에 아기의 뇌는 자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말소리에 맞추어진다.
무언가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경험은 뇌로 하여금 정보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측면들만 걸러 내어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버리도록 길들임으로써 우리의 지각을 조정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은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지시한다.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거나,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자각함에 따라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신경 연결이 강화되어 학습이 기억으로 응고consolidation된다. 그 기억을 되풀이해서 끄집어내면 그 기억은 뇌 속 전기 신호의 기본 설정 경로default route가 된다. 이렇게 해서 학습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사용되지 않는 신경 연결은 결국 가지치기를 통해 소실된다.
가지치기는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데, 이것이 일어나는 속도가 청소년기에 더 가속된다. 청소년은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에 대단히 예민해지지만 충동 조절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10대의 뇌 발달 과정에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청소년 커넥톰의 개선을 도와 자잘한 수많은 가지로 구성되어 있던 시스템을 그보다 숫자는 적지만 고속의 신경로를 갖춘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10대가 충동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험의 레퍼토리를 더 크게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험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앞이마겉질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미래의 의사 결정 과정과 사고과정이 정해진다.
뇌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미 시도를 통해 검증이 된 신경로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나이 든 뇌는 귀, 눈, 기타 감각기관을 통해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보다는 기존의 경험과 예상을 더 중시한다.
신체 활동은 뇌에 새로운 세포의 탄생을 유도한다. 운동이 신경발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줄기세포들로 하여금 완전한 뉴런으로 유도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어 기존의 신경망을 보호하는 데 확실히 도움을 준다. 코르티솔 수치가 오랫동안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세포 연결cellcomnection이 죽기 때문이다. 운동은 엔도르핀endorphin, 도파민 dopamine, 세로토닌Setrotonin을 비롯한 뇌 화학물질의 생산도 증가시켜 준다. 이런 것들은 기쁨, 보상, 동기부여 등의 느낌 및 정신건강 개선과 관련된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기본적으로 운동은 천연의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뇌를 보호하는 팁 : 30분간의 신체활동, 충분한 수면, 사회활동, 건강식, 꾸준한 공부, 감사일기
3. 배고픈 뇌
우리는 먹을 것을 찾고, 그것을 먹고,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동기를 얻도록 진화했다.
행동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습관이 견고해짐에 따라 바꾸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의지력에만 의존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 우선 의지력은 모두가 똑같이 갖고 있는 불변의 도덕적 성질이 아니다. 한 개인의 자제력은 다른 성격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선천적인 신경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산물이고, 수십 가지 맥락에 따라 요동친다.
성체가 되어 학습한 새로운 기억이 어떻게 세대를 건너 전달될 수 있을까? 정답은 후성유전학적 수정epigenitic modification이다.
음식을 먹는 것처럼 수준이 낮아 보이는 행동조차 유전된 선호도, 인생 초기에 학습한 선호도, 후성유전학적 피드백루프, 그리고 고칼로리 음식을 찾아서 계속 먹으려는 오랜 본능 등이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서 나오는 행동이다. 모든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도울 한 가지 행동 변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특별한 욕구에 따라 식욕을 느끼는 존재지만 시간을 들어서 자기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면 변화가 불가능하지 않다.
4. 보살피는 뇌
우리의 뇌는 로맨스, 애착, 사회적 유대 등을 갈망하며, 이 모든 것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내몬다. 인간이 섹스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려는 욕구, 그리고 쾌락에 대한 기호 때문이다.
여성들은 면역계가 자기와 아주 다른 남성의 체취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주조직적합성복합체 major histocompatbility complex, MHC로 알려진 100개 정도의 유전자 때문에 생긴다. MHC는 면역계가 병원체를 비롯한 외부 이물질을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단백질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당신 몸에서 나는 체취를 결정하고, 당신의 면역계 구성을 결정하는 두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자신과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배우자를 만나면 거기서 나온 자손은 감염에 대해 훨씬 광범위한 저항능력 을 갖게 되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에게 그냥 오늘 하루 어땠느냐고 물어보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에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유대감 형성 과정을 촉발하고 강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우정은 단일 요인으로는 건강과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고 함께 교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다. 한 연구는 심장마비 이후의 회복 여부를 말해 주는 최고의 예측인자는 하루 한 갑씩 태우는 흡연 습관을 끊느냐, 혹은 콜레스테롤이 뚝뚝 떨어지는 감자튀김을 끊느냐 등의 여부가 아니라 자신을 뒷받침해 주는 인적 네트워크와 우정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 주었다.
어떤 사람은 눈앞이마겉질의 부피가 더 크다. 이런 사람을 '외향성extrovert' 라고 부르자. 이들은 그 부피에 비례해서 더 넓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이런 사람들은 개개의 인간관계에 헌신하는 시간을 아껴 인간관계의 질은 조금 희생해서 사람을 얕게 만나는 대신, 거기서 아낀 역량을 더 큰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투자한다. 반면 '내향성introvert'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유지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포함된 각각의 우정은 더욱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 사이가 더 가까운 내향성 사람에 의해 형성된 작은 집단은 사회적 응집성을 갖춘 안전한 집단을 만들어 내고, 외향성 사람들은 이런 무리들 간에 다리를 이어 주어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게 해 준다.
5. 지각하는 뇌
지각은 단순한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모든 신념 체계 구축의 밑바탕이다.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하고 심오한 것까지 우리가 참이라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물리적 대상이든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든 자기 밖에 존재하는 것을 지각하고, 그 입력을 처리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달려있다.
객관적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은 제각각 세상을 살짝 다른 방식으로 지각한다. 모든 사람은 뇌의 독특한 왜곡, 내재된 필터와 인지편향 등, 자기만 갖고 있는 뇌의 특성 덕분에 자기만의 맞춤형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것은 전에 무엇을 보고 살았는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지각의 차이는 대체로 맥락, 기존의 경험, 기대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감각은 구성된 것이다. 서로 다른 개인이 경험하는 현실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잠재력은 막대하다. 당신이 매일 매일 경험하는 하루는 모든 감각을 통해 뇌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막대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뇌가 세상을 "정확하게" 보지 않고 근사치를 제공하는 이유는, 뇌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일부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정보는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뇌는 지속적으로 기존의 경험을 끌어들여 자신이 지각하는 것에 대해 가정을 하고 있다. 이것은 생존에 크게 기여한 중요한 기술이다.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빠른 추론을 내리고 엄청난 정보가 홍수처럼 입력되는 상횡에서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은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구성물이다. 심지어는 합의가 이러우진 부분 안에서도 모든 사람이 무한히 많은 독특한 버전으로 지각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런 독특한 버전의 조합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뇌는 지식을 습득하면 세포 간의 연결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생각의 경로를 만들어낸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뇌는 평생에 걸쳐 유연성과 역동성을 유지한다.
새로운 개념과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선천적 기질은 지각의 결함을 완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지만, 환경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성향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뇌는 우리에게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최신 업데이트된 생존 매뉴얼을 제공해준다. 그 덕에 우리는 세상을 항해할 수 있다.
감각을 추구하는 유전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는 비밀은, 어쩌면 삶을 모험으로 가득 채워 새로운 경험을 자극하고 예상치 못했던 얘기들을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활동성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장기적인 뇌 건강에 중요한 부분이다. 스릴을 추구하는 사람이든 집돌이나 집순이든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인간은 운동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몸짓이나 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번식한다.
6. 믿는 뇌
인간의 신념은 사람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신념들은 자아감의 핵심부에 호소하고 선택, 판단, 의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우리를 어떤 경험에는 다가서게 만들고 어떤 경험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만든다. 의식이 작동해서 만들어 낸 궁극의 산물이라 생각하는 신념조차 의식적 자각 없이 일어나는 뇌의 작동에 의해 대체로 결정된다. 신념 형성은 인지 기능 사이에서 등장하는 사치품이 아니라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도구상자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신념이 체계적이고 관습적인 특성을 띠게 되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경이로울 정도로 강력해진다.
뇌를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지속적으로 의미를 추출해 내려 애쓰는 '신념 엔진'이라 생각할 수 있다. 뇌는 자기가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 입력을 분류하고 상호참조해서 패턴을 생성함으로써 이것을 해내고 있다. 대체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이 작업의 목표는 의식적 인지로 하여금 미래를 예측하고 계 획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보통 일단 누군가가 똑같은 맥락에서 똑같은 경험을 두세 번 정도 겪게 되면 그 사람은 이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기꺼이 주장하게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현실을 모형화한다. 그리고 이 예측 과정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도와준다. 이것은 '직접 경험 경로 direct-experience pathway'라는 것을 통해 행동을 빚어내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직접 경험 경로에 덧붙여 사회적 경로social pathway도 존재한다. 이 경우 정보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된다.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평가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세계관에 포함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데 인생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뇌는 이런 신념에 빠져들어 그와 모순되는 정보들은 무시하고 그 신념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만 찾아다니면서 강화해 나간다. 그렇게 해서 미래의 현실은 그 신념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깊은 신경학적 수준에서 보면 뇌는 신념을 바꾸기보다는 유지하는 쪽에 매몰되어 있다. 의식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고, 모순을 일으키는 이 새로운 생각을 위해 새로운 신경로를 까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노력은 그냥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신념, 가족이나 종교적 신념처럼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신념이라면 특히나 그렇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핵심 신념에 의문이 제기되면 기존의 관점에 새로운 정부를 끼워 맞춰보고 그것이 용이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묵살하고 기존의 인지 모형을 재확인하려 한다. 이런 과정동안 편도체와 뇌섬의 활성은 폭주한다. 이는 새로운 정보가 있을 때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감정 반응이 중요한 역학을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뇌 건강을 북돋우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상황에 대해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게 하려면 운동, 성찰, 휴식이 필수적이다. MAP(mental and physical training) 훈련은 일정 시간은 초점 주의 명상을 하고, 일정 시간은 30분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7. 예측 가능한 뇌
회복력은 역경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인생관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회복력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전자 중 하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다. BDNF가 높은 사람은 뇌가 아주 튼튼하다. 이런 사람들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평생에 걸쳐 태어나는 몇 안 되는 뇌 영역인 해마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크다. 이것은 새로운 기억을 쉽게 만들고 저장하며,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내고,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상황에 대처할 때 사용하는 전략 중에는 유전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잠재적으로 유용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도발이 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능력,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는 것을 피하는 능력 등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긍정적인 사건을 인식하고 정확하게 지적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고, 그 능력을 가꾸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를 보면 운동,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사회적으로 어울릴 기회 등은 적절한 수면과 마찬가지로 BDNF 수치를 높인다. 높은 자부심도 회복력의 한 요소다. 그리고 든든하고 긍정적인 가족과 친구 집단도 마찬가지다.
8. 협동하는 뇌
장고의 세월에 걸친 진화의 산물인 뇌가 종의 전체적 특성에 예속되어 있지만, 자기 고유의 유전적 청사진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인생 초기에는 부모가 창조해 놓은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을 굳혀 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성향도 애초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현실은 그 전에 일어났던 일이 눈덩이처럼 증폭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습관적 행동을 바꾸기가 개인 수준에서는 쉽지 않다. 그러나 법률 제정, 개입, 정책 입안 등을 통해 환경을 바꿈으로써 거시 수준의 변화가 만들어진다면 특정 행동 쪽으로 우리를 집단적으로 유도하고 유지해서 집단 수준에서 큰 변화를 일구어 낼 수 있다. "넛지 이론"의 핵심 원리는 사람들이 '인지적 저항'을 줄임으로써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타적 행동은 공감empathy에서 시작한다.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고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나는 연민이 공감의 실용적인 버전이라 생각한다. 연민은 그냥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민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강력한 욕구도 포함되어 있다. 연민은 이타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통에 빠진 타인을 도우면 공감에 따라오는 고통스러운 기분을 진정시킬 수 있다. 이는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타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공감을 경험하는 사람이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행동임을 말해 준다. 이타적인 행동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어느 정도의 이기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연민과 이타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워 그 내용을 긍정적으로 타인과 소통한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입으로 표현하기만 해도 당신의 뇌속에서는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긍정적이고 자신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② 자신과 타인을 향한 연민의 명상을 한다. 자신의 결점을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에게 연민을 보인다. 연민의 명상은 마음챙김, 행복,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의 감정, 걱정의 감소 등을 불러일으킨다.
③ 타인의 연민에 감사한다. 다른 사람의 이타적인 행동을 목격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해 낙관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자기도 타인을 돕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 이것은 도덕성을 고양해 준다.
④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⑤ 연민에 초점을 맞추는 부모가 된다. 시간을 내어 자기관리를 하는 부모를 둔 아동도 그와 유사하게 장기적으로 그에 따른 혜택을 입는다고 한다. 건강하게 잘 먹고,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라. 그리고 취미생활을 통해 긴장을 풀고 명상을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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