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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Gen's story
한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것이 밥이라면 정신을 북돋우는 것은 인정認定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있는 '홀로'이다. 그러므로 '하나 속의 둘'이다. 반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모든 타인들에 의해 버려진, 그야말로 하나다. 외로움과 달리 고독은 나를 둘로 나누어 대화하게 만든다. 한 인간이 '개별화'되려면 '고독화'를 겪어야 한다. 개별화,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약하고 보잘것없는 자아를 완강하게 주장하여 그가 세계라 여기는 바로 이런저런 것에다 자신을 펼쳐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화란, 오히려 개개의 인간이 그 속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모든 사물의 본질적인 것에 가까이 이르게 되는, 즉 세계의 가까이에 이르게 되는 그런 고독화이다.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황동규 부동산은 없고 아버님이 유산으로 내리신 동산動産 상자 한 달 만에 풀어보니 마주앙 백포도주 5병, 호주산 적포도주 1병, 안동소주 400cc 1병, 짐빔Jim Beam 반 병, 품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잿빛 양말 4켤레,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가족 모두 집 나간 오후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 입고 잿빛 양말 신고 답답해 전축마저 잠재우고 화분 느티가 다른 화분보다 이파리에 살짝 먼저 가을물 칠한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실란蘭꽃을 쳐다보며 앉아 있다. 조그맣고 투명한 개미 한 마리가 실란 줄기를 오르고 있다. 흔들리면 더 오를 생각 없는 듯 멈췄다가 다시 타기 시작한다. 흔들림, 멈춤, 흔들림, 멈춤 한참 후에야 꽃에 올랐다. 올라봐야 별볼일 있겠는가,..
장례식 블루스 W.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춰라, 전화를 끊어라, 기름진 뼈다귀를 물려 개가 못 짖게 하라, 피아노들을 침묵하게 하고 천을 두른 북을 쳐 관이 들어오게 하라, 조문객들을 들여보내라.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 신음하며 돌게 하고, 그가 죽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휘갈기게 하라. 거리의 비둘기들 하얀 목에 검은 상장을 두르고, 교통경찰에게는 검은 면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동쪽이고 서쪽이며 남쪽이고 북쪽이었다, 나의 평일의 생활이자 일요일의 휴식이었고,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대화, 나의 노래였다, 우리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으나, 내가 틀렸다. 별들은 이제 필요 없다, 모두 다 꺼버려라, 달을 싸버리고 해를 철거해라, 바다를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버려라, 이제는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사람은 무엇을 경험했냐에 따라 세계관, 가치관이 다르게 형성된다.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지만, 그가 경험한 삶과 내가 경험한 삶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는 굉장한 격차를 가질 수 있다. 세대별 핵심 가치는 "사회에 처음 들어설 때 무엇이 가장 결핍됐는가"로 갈린다. 6070대 - 생존과 성장. 전쟁과 절대빈곤을 겪고 박정희식 발전국가 안에서 성년이 됐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도덕이었고 "성장이 곧 선"이라는 발전주의를 내면화했다. 가족 부양과 물질적 안정이 최고 가치인 이유다. 50대 - 정의와 명분. 광주(1980)와 6월 항쟁(1987)을 청년기에 통과하며 권위주의에 맞선 집단적 저항을 경험했다. 그래서 거대담론·도덕적 대의·공동체가 가치의 중심에 놓인다. 40..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있다. 연인을 대하는 나와, 부모를 대하는 나와, 어릴 적 친구를 대하는 나와, 힘든 시기를 함께 겪은 친구를 대하는 나는 각각 다르며, 나는 그 모든 페르소나의 집합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신이 존재함으로 인해, 당신과 관계 맺는 내가 존재할 수 있고, 그런 나로 살수 있게 해 준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없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나도 사라진다. 당신을 잃는다는 것은 당신을 통해 생성된 나의 페르소나를 잃는 것이고, 당신과 관계를 맺는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다른 힘든 관계들 속에서 내가 견디고 버틸 수 있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