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edGen's story

(2021-50) 어디서 살 것인가 [인문학] (유현준) ★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21-50) 어디서 살 것인가 [인문학] (유현준) ★

재도담 2021. 12. 1. 23:21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380쪽. 

너무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예전에 꿈꿨던 건축가와 도시공학의 꿈이 다시 떠오르게 만든 책이었다. 

건축과 도시디자인은 너무 매력적인 분야다. 다음 생에는 꼭 건축가로 살아보고싶다. T_T 

 

건축물의 진정한 의미는 건축물이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5 
창조는 다른 생각들이 만났을 때 스파크처럼 일어난다. 도시는 그런 우연한 만남을 가능케 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른 지방 출신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교류하면서 근대화가 가능해졌다. 도시는 다양한 생각의 융합을 만들어내는 용광로다. 11 
결국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전통적인 방법밖에 없다. 소통의 단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14 

학교의 전체주의적인 성향은 최근 들어 더 심화되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밥을 배급받아 먹는다. 학교가 점점 교도소와 비슷해져 가고 있다.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28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만날 기회가 없다. 지혜를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자연이다. 33 
현대인들이 TV를 많이 보는 이유는 마당이 없어서다. 마당에서는 사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하고 시시각각 다른 태양빛이 들지만 거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일하게 화면이 변하는 TV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유전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반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는 변화하는 환경인 '자연'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환경과 공간을 찾을 수 밖에 없다. 36
학생들에게 생겨나는 병리적인 사회현상은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비슷하다. 사람은 건축 공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학교에는 다양한 건물군과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어야 한다. 몇 발자국만 옮겨도 변화하는 마을 같은 풍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게 해 주어야 한다. 42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관계를 쌓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다. 43 
평등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획일화를 통해 평등을 이루려하면 안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인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학교 건물에서 공부한다고 평등한 세상은 아니다. 그런 세상은 북한 같은 전체주의 세상이다. 50
우리는 아이들을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도전의식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분동되어야 하고, 그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 공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대형 건물보단느 스머프 마을같은 느낌이 나야 한다. 방과 후 시민들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고 마을 주민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51 

3미터 이상의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공간에 각각 어떤 기능이 주어지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55 
현대 사회의 특징들은 TV 방송 매체에서 잘 드러난다. 바송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다. 대중의 요구는 곧 그 시대의 정신이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83 

과거에는 마당이나 골목길 같은 도시의 외부 공간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공유하며 여유롭게 살았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대문 앞에 앉아 이야기 나누고 마당의 꽃밭과 작은 연못에서 놀았기 때문에 집이 작아서 답답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89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단위 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뉴요커'의 삶이 그렇게 비참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을 걸어서 오가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91 사람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곳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분포되어야 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92 아무리 좋은 공원이 있어도 거리가 멀면 그 쓰임새는 줄어든다. 95 사람들이 걷고 싶어하는 성공적인 가로는 '지하철역과 공원 사이를 연결하는 1.5km 정도의 거리'다. 97 

사람이 어떤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거리의 '이벤트 밀도'가 높아야 한다. 이벤트 밀도란 1백 미터를 걸어가면서 내가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가게 입구의 숫자다. 120 
도시가 좋아지려면 성공적 상업 가로, 미술관, 공원 같은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한다. 127 
걷고 싶은 환경이 되려면 걸을 때 풍경이 바뀌어야 한다. 서울에서도 강북의 북촌이나 삼청동 같은 골목길이 많은 곳을 걸으면 우연한 풍경들이 계속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공간에서 걷기를 즐긴다. 137

로마는 벽돌을 이용해, 미국은 철근콘크리트와 강철을 이용해 건축과 역사를 이끌었다. 다음 건축재료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재료가 될 것인데, 어느 국가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면 역사를 주도하게 될 것인가. 174 
과시를 하려면 쓸데없는 데 돈을 써야 한다. 피라미드 같은 건축도 쓸모가 없어서 과시가 되는 것이다. 178 과시는 불안한 자들이 한다. 179 하지만 쓸데없는 과시가 무용한 것만은 아니다. 과시적 소비를 통해서 주위 사람들은 그 힘을 알아보고 쓸데없는 도전을 피한다. 현대 국가들의 국방비와 무기 실험도 고대의 피라미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181 

의미 있는 건축물 보존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건축물들이 우리로 하여금 과거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건축물을 보면서 그것을 만든 천 년의 역사와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오래 된 도시를 찾는다. 264 
서울은 6백년 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 치고는 너무 어려 보인다.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지만, 오래된 건물들도 적당히 남겨둬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은 곱게 늙은 얼굴의 주름과 같다. 지금 40년 된 건물 중에 좋은 건물들을 남겨 놓으면 백 년 후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남대문 같은 문화재가 될 수 있다. 

얼마나 큰 도서관이 있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작더라도 얼마나 촘촘하게 도시 내에 분포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5천평 짜리 도서관 5개보다는 5백평 짜리 도서관 50개가 더 좋다. 우리 주변에 작은 도서관들이 많아지면 걸어서 쉽게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고, 그곳은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291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돌을 쌓는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과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달랐듯이 인터넷 공간을 삶 속에서 완전히 체득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분명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308 젊은 세대의 우선순위는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만화 보고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즐기는데 있다. 이들에게 실제 공간을 소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대신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309 

생명체는 순환계가 먼저 발생하고 이후에 신경계가 진화, 발전한다. 그리고 신경계가 계속 발전하면 중추신경계가 나온다. 도시를 생명체로 본다면, 로마가 만든 상수도는 동맥 네트워크, 파리가 만든 하수도는 정맥 네트워크, 뉴욕의 통신망은 생명체의 신경계에 비유할 수 있다. 현대 도시는 이제 생명체의 진화의 단계로 본다면 중추신경계가 완성되기 직전이라고 보인다. 도시에서 중추신경계는 아마도 IoT와 5G기술의 결합이 될 것이다. 모든 기계가 서로 소통하는 사회는 IoT 기술의 목표다. 325-327 
사람은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기술 발전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하지만 그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그 때 다시 등장하는 것이 사람들의 협업인 정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이 시대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적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329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항상 등장하는 두 명의 건축가가 있다. 신대륙을 대표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유럽을 대표하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다. 건축가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주택이다. 주택은 모든 건축의 줄기세포이기 때문이다. 주택에서 방이 늘어나면 호텔이 되고, 거실이 커지면 미술관이 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은 '낙수장',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은 '빌라 사보아'이다. 

제대로 설계된 공간은 갈등을 줄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고, 건물 안의 사람과 건물 주변의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도 더 화목하게 한다.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370 
건축을 느끼면 다른 도시를 여행하거나, 식당을 고르거나, 카페에 가거나, 길을 걸을 때 인생을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