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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0)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인문학] (오후) 본문

Report of Book/인문학

(2021-30)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인문학] (오후)

재도담 2021. 6. 15. 17:22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저, 동아시아, 300쪽. 

역시나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읽었을 때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다. 

점점 오후 작가에게 빠져든다. 

유익하고 좋은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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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세계에서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겠지만, 이곳에서 정화 의식을 치른 사람들은 신과 함께 살 것이다. - 소크라테스 
엘레우시스 밀교의 궁극적인 의도는, 우리가 내려온 원천적인 원리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며, 영적인 선을 완벽히 즐기는 것이다. - 플라톤

1527년 스위스 의사 파라켈수스는 1527년 아편 알칼로이드가 물보다 알코올에 훨씬 잘 녹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는 아편에 알코올을 섞고 한약처럼 온갖 특이한 약재들, 호박, 진주, 사향 등을 섞어서 '로더넘Laudanum'을 만듭니다. 로더넘은 이후 조금씩 변주되며 다양한 상품이 나오는데, 기본은 아편과 알코올입니다. 이런 상품들을 통칭해서 '아편팅크'라고 부르는데, 이 아편팅크가 전 유럽에서 대히트를 치게 됩니다. 그리스·로마시대의 마약처럼 아편팅크는 인류의 만병통치약이 됩니다. 이 약물은 20세기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습니다. 통증, 불면, 설사, 콜레라, 홍역, 천연두 등등 일단 걸리면 아편팅크를 사용했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부인도 이 약물의 중독자였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생리통에도 아편팅크를 처방했기 때문에, 상류층 여성 대부분이 중독에 빠져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16세기 이후를 배경으로 한 서양 시대극을 보면 귀족이나 왕족들이 향수병 비슷하게 생긴 병에 담긴 액체를 손수건에 적셔서 흡입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바로 로더넘, 아편팅크입니다.

외국영화에서 숟가락에 올린 다음, 불에 달궈 액체를 만든 뒤, 주사기에 넣고 고무 밴드를 팔에 두르고 톡톡 친 다음 주사를 하면, 헤로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편, 모르핀, 헤로인은 모두 양귀비가 기본 재료입니다. 양을 비교해보자면, 양귀비꽃 2,000개를 가공하면 아편 10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고, 이 10킬로그램을 화학 처리하면 모르핀이나 헤로인 1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동물 마취제로 사용하는 에토르핀, 감기약에 들어가는 진통제 코데인, 그 외에도 옥시코돈, 하이드로몰폰 등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중증 진통제가 양귀비 계열입니다.

코카나무의 잎도 인류에게 사랑받는 마약 중 하나입니다. 불행히도 코카나무는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만 자랍니다. 
코카잎은 과거 잉카인들의 허기, 갈증, 고통, 피로를 잊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코카잎을 씹어서 볼이 빵빵한 잉카의 조각상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죠. 
코카잎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코카인 성분은 1퍼센트뿐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비타민과 무기질입니다. 중남미 지역은 환경 특성상 비타민을 섭취하기 어려운데, 코카잎이 원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거죠. 지금도 남미 여행 중에 고산병에 시달리면, 현지인들이 예방 차원에서 코카차를 마시라고 합니다. 실제로 코카 차를 마시면 비아그라를 복용하지 않아도 고산병이 상당히 완화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마약 흡입 장면 기억나시죠? 흰 가루를 평평한 판 위에 올려놓고, 카드로 톡톡 쳐서 일자로 만든 다음에, 지폐를 말아서 코로 쏙 들이마시는, 이게 바로 코카인입니다.

합법적 마약인 술(알코올)과 담배(니코틴)의 경우 소프트드럭과 하드 드럭의 중간쯤 위치하지만, 하드드럭에 가깝습니다. 아편은 그 자체로 효과가 강하진 않지만, 같은 계열의 강한 마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하드드럭으로 분류합니다. 

분류   효과 종류
각성제(흥분제)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사람을 각성시킴 쾌락적 행복감, 도취감, 활발한 에너지, 흥분과 불안 코카잎 베이스(코카인, 크랙), 카트잎, 히로뽕, 니코틴(담배), 카페인(커피) 
억제제(진정제) 각성제와 반대로 중추신경을 억제  나른한 행복감, 편안함, 수면, 마취 양귀비 베이스(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 물뽕(GHB), 케타민, 대마초, 알코올(술) 
환각제 환각 경험. 신체적 의존성은 낮지만 정신적 의존성이 큼.  환각  LSD, 아야와스카, 엑스터시

음악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합법적으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마약입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음악은 마약이에요. 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뇌 속에서 도파민 활성이 촉진되는데, 도파민은 행복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대부분 마약도 도파민을 대체하거나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음악이 뇌에 작동하는 방식은 마약과 거의 같습니다. 
음악의 마약 효과는 자신이 잘 모르는 음악보다, 잘 알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더 극대화됩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뇌는 바로 그 음악을 알아차리고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음악에는 보통 클라이맥스 부분이 있는데, 우리의 뇌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클라이맥스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고대하던 클라이맥스가 오면, 뇌는 기다림을 보상받으면서 도파민을 폭발시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극단적인 쾌감을 맛보게 되죠. 

마약중독이 시민들의 삶을 파고들어가는 상황에서 자본가와 위정자들은 왜 시민들이 마약을 하고 술을 마시는지를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술과 마약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만을 걱정했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금도 괜찮지만, 노동생산성을 더 끌어올리려면 술과 마약을 통제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죠. 이는 당시 계몽주의, 이성만능주의와 맞아떨어지면서 술과 마약을 끊자는 절주운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금지 정책을 시행하면 수치상 경찰에 신고되는 범죄는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암암리에 벌어지는 범죄 수는 늘어나고 범죄의 질도 나빠지게 됩니다. 금주법 시대도 범죄를 줄이기는커녕, 도리어 미국 내에서 갱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금주법으로 술이 불법화되고 유통망을 점령한 갱들이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되죠. 불법시장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아무 규제도 없는 완벽한 자유시장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그 시장 자체가 불법이니, 내부 규제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자유시장이 그렇듯이 결국 제재가 없으면, 작은 기업들이 합쳐지고 먹히면서 몇몇 대형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즉, 기존의 영세한 갱들은 사라지고 초대형 마피아가 탄생하게 되죠. 

일부 범죄학자는 거물, 마피아, 카르텔만 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에 대해 뉴멕시코대학 정치학 교수인 피터 럽샤Peter Lupsha 교수는 이런 말로 반박했죠. 
선수가 바뀌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The players change, but the game continues. 

우리가 피우는 담배도 담배를 마르지 않게 하려고 화학약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이런 약품들이 담배 못지않게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러니 혹시 금연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못 끊겠다 싶으면, 기성 담배 대신 재료를 사서 말아 피워보세요. 담배의 유해함이 절반은 줄어들 겁니다. 

대부분 사람은 'DRD4'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약 20퍼센트의 사람은 'DRD4-7R'이라는 변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도파민에 둔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도파민에 둔감하니까 마약과 거리가 멀 것 같잖아요? 하지만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도파민에 둔감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합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향이 강해지죠. 여행, 익스트림 스포츠, 모험, 새로운 사업, 발명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정치지 성향도 진보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를 '모험 유전자' 라고도 부르죠. 그리고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마약에 호기심을 느끼고 도전할 가능성이 크겠죠?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우리는 안전을 보장하는 쪽으로 진화해왔죠. 그래서 사람은 대체로 보수적이고요. 하지만 이런 반대 성향의 유전자가 오랜 시간 살아남아 인류에 전해진 걸 보면, 가끔은 우리에게 모험과 도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네요. 

불법행위가 전혀 없는 유토피아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우리는 불법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한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금지하는 것보다 통제가 효과적이다. 

마약을 사용하는 원인에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만약 정부가 마약중독자에게 강제로 마약을 끊게 한다면, 그것은 그 중독자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약을 끊은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소프트드럭이 하드드럭으로 이어진다는 디딤돌 효과는 의학적으로 증거가 없다. 그러나 만약에 마약 사용자를 다 똑같이 취급해서 하나의 하위문화로 묶는다면, 소프트드럭 사용자들이 하드드럭 사용자들을 보고 옮겨 갈 수 있다. 그러므로 마약은 하나하나 따로 법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마약을 범죄화하면 마약 사용을 결코 줄일 수 없다. 장기적으로 모든 마약을 비범죄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일탈행위를 처벌해 낙인을 찍는다면, 일탈행위의 증폭 현상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일탈을 저지른 사람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그가 다시 일탈행위를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마약에 대한 네덜란드의 기본 태도는 '전쟁'이 아니라 '해악 감소(해약을 최소화하자)'입니다. 

우리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라도 거부할 수 있다. 금단현상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 부정적인 주변 환경이 우리가 금단현상을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 뿐이다. 

국가는 국민의 어떤 행위에 대해, 국가 권력이 생각하는 삶의 개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 유만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는 관점에 서서는 안 된다. 

마약과 관련한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 8편 : 
<해롤드와 쿠마>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아메리칸 메이드>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카르텔 랜드> 
<이카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