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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0) 10퍼센트 인간 [과학] (앨러나 콜렌) 본문

Report of Book/과학

(2020-50) 10퍼센트 인간 [과학] (앨러나 콜렌)

재도담 2020. 10. 30. 22:54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저, 조은영 역, 시공사, 480쪽. 

너무 훌륭한 책이다. 매우 과학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의학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앨러나 콜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머리말 나머지 90퍼센트 

인간의 게놈 2만1천개. 쥐는 2만3천개, 밀은 2만6천개. 인간의 몸은 유전자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100조 마리의 체내 미생물과 협력해서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 인체의 복잡성은 유전자 뿐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체내 미생물과 그들의 산물이 더해져 복잡성은 배가 된다. 미생물총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쉽게 지원되고 빨리 진화하는 특징이 있다. 
기존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는 배양에 의해 이루어져 어려움이 있었으나(혐기성균으로 대부분 산소 노출시 사망), 최근엔 DNA 염기서열에 의해 미생물의 정체를 밝힐 수 있게 되면서 매우 급격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 
충수는 특수화된 면역세포와 미생물로 가득 차 있고 생물막biofilm이라고 부르는 보호막을 형성하여 해로운 박테리아를 차단한다. 미생물을 보호하고 기쿠며 소통하는 면역계의 중추기관이고, 착한 미생물 세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안전가옥이다. 
초식동물은 미생물 없이는 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 장내의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해서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켜주어야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다. 
무균쥐를 통한 실험 결과, 미생물의 지휘에 따라 장내벽세포에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입자를 분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생물총의 변화는 장의 화학적 환경만이 아니라 장벽의 물리적 형태까지도 변화시킨다. 
대변 습윤 중량의 75%가 살아있거나 죽은 박테리아이며 식물성 섬유질은 17%를 차지할 뿐이다. 대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 박테리아 분류균은 의간균Bacteroides이다. 장 속의 박테리아 구성은 지문처럼 모든 사람에게서 다 다르다. 
진화를 통해 획득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능은 미생물을 통해서 아웃소싱한다. 뇌기능에 필수적인 비타민B12 같은 경우 클랩시엘라Klebsiella가 대신해서 합성해준다. 의간균은 장벽을 합성한다. 미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유전자를 진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다. 

1장 정상의 탈을 쓴 21세기형 질병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의학 기술의 혁신과 공중 보건 조치 덕분에 인간의 삶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예방접종, 병원위생(살균과 소독을 위한 손씻기), 정수 소독 기술, 항생제의 개발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평균 수명을 연장시켰다. 
(* 플레밍은 곰팡이가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즙을 분비하는것을 발견했는데, 이 즙이 페니실린이다.) 
감염성 질환들이 의학의 발전으로 거의 사라진 반면,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소화장애, 정신건강 질환, 비만 등은 과거에 아예 없었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질환들이었다. 이런 21세기형 질병은 젊은이, 부유층, 면역이 강한 사람들, 특히 여성이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2장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과거 100년간 인간의 유전자변이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비만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전적 소인과 비만이 상관관계가 거의 없음을 말해준다. 또한 섭취된 열량이 같은 경우에도 체중이 늘어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정원솔새는 똑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함에도 시기에 따라 체중의 변화가 엄청나게 크다). 살찐 사람들은 후벽균Firmicutes이 훨씬 많고 마른 사람들은 의간균Bacteroides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 몸에 사는 특정 미생물들이 우리가 음식에서 추출하는 에너지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가 음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영양소는 우리의 미생물 공장이 어떤 음식을 분해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미생물총은 에너지를 지방세포에 저장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늘릴 수 있다. 
렙틴Leptin은 체내에 지방이 충분히 저장되면 식욕을 감퇴시키는 호르몬이다. 정상적으로 몸의 지방세포가 적당한 수준으로 채워지면 자동제어장치가 꺼지면서 식욕을 감퇴시켜 지방의 저장을 막는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들의 뇌는 렙틴에 대해 내성을 보이고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그들의 지방세포는 병적으로 면역세포가 넘쳐난다. 마른 사람들이 에너지를 저장할 때는 지방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 소량의 지방을 저장하지만 비만한 사람들은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는 대신 세포의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지방을 쑤셔 넣는다. 
장에 서식하는 그람음성균의 세포 표면은 LPS(Lipopolysaccharide, 지질다당류)라고 부르는 분자로 코팅되어 있는데, 이 분자가 혈액으로 들어가면 독소로 작용한다. 비만한 사람들은 LPS 농도가 높고, LPS가 체내에서 지방세포의 분열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방이 기존의 지방세포에 용량을 초과하여 저장된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장내 미생물은 장 내벽의 두꺼운 점액질 막에 서식하며 장 내벽 세포를 설득하여 점액질을 충분히 생산하도록 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LPS가 장 내벽 세포를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이 세균은 체중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아커만시아의 수가 적을수록 체질량지수가 높다(뚱뚱하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변형된 미생물총을 지닐 뿐 아니라 시간에 따라 박테리아 그룹간에 개체 수 변동이 심하게 일어나 장내 미생물의 조성이 불안정하다. 

3장 뇌에 손을 뻗다 

미생물은 숙주를 조정한다. 흡충trematode은 달팽이의 몸에서 배출되어 올챙이에게 들어가 다리가 형성되는 팔다리싹으로 파고 들어가 낭종을 형성하고 다리의 정상적인 발육을 방해해서 기형 개구리가 되도록 한다. 이렇게 기형이 된 개구리는 왜가리에게 쉽게 잡아먹히게 되고 흡충은 손쉽게 왜가리를 자신의 숙주로 만들 수 있다. 흡충은 왜가리의 배설물을 통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달팽이를 찾아간다. 동충하초는 개미를 감염시켜 좀비로 만든다. 좀비가 된 개미는 무리에서 벗어나 나무위로 올라가 나뭇잎에 턱을 박고 동충하초에게 양분을 제공하며 서서히 죽어간다. 광견병에 걸린 개는 지극히 공격적이 되고,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는 빛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은 스스로 물에 들어가 자살한다. 
자폐아들에게서는 건강한 아이들에 비해 열 배 이상의 클로스트리듐Clostoridium속 박테리아가 검출되었다. 
톡소플라즈마 감염은 남성에게 사회 규범의 무시, 낮은 도덕성을 야기하고, 여성에게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증가시킨다(결국 남녀 모두 성적접촉의 기회를 높인다). 
서로 성격이 다른 쥐들(모험심이 강한 쥐와 소심한 쥐)에게 서로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했더니 성격이 바뀌는 결과를 보였다. 
유익균은 체내 면역계가 트립토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으로 변하는데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우울증이 생긴다.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전기적 자극은 행복감과 연관된다. 전기적 자극은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런 화학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부르고, 여기에는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도파민, 에피네프린, 옥시토신 같은 것들이 있다. 미생물총 역시 미주신경을 자극하고 뇌와 의사소통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프로피온산propionate는 단쇄지방산 중 하나인데(나머지는 아세트산acetate과 부티르산butyrate) 체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면 자폐성 행동을 보인다. 

4장 이기적인 미생물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아기들은 건강한 아기들보다 장내 미생물이 훨씬 다양하지 못하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박테리아를 먹어치우는 보병이고 기억B세포는 특별한 표적을 사살하도록 훈련받은 저격수다. 조력T세포(Th1/Th2)는 적의 침입을 다른 부대에 전달하는 통신병의 임무를 수행한다. 면역세포는 항원을 통해 적을 인식한다. Tregs(티렉스, 조절T세포)는 전반적인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Tregs는 면역세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Tregs가 많아질수록 면역계의 반응이 줄어들고 Tregs가 줄어들수록 면역계는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 Tregs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은 미생물총이다.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ilis는 PSA(다당류A)라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이 PSA는 작은 캡슐 안에 담긴 채로 박테리아 표면에서 분비된다. 대장의 면역세포가 캡슐을 집어삼키면 그안의 PSA가 방출되면서 Tregs의 활성을 유도한다. Tregs는 면역계가 이 박테리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세포를 진정시키는 메시지를 보낸다. PSA를 암호로 사용하여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는 면역계의 면역촉진반응을 면역억제반응으로 바꾼다.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를 비롯하여 장에 초기에 정착한 박테리아들이 분비하는 PSA 같은 암호물질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진정시키고 알레르기를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레르기를 가진 동물들은 Tregs가 부족하고 Tregs의 진정효과가 없으면 면역계가 질주하여 무해한 물질까지도 공격하게 된다. 
설사는 병원균과 면역계 모두의 전략이다. 박테리아에게는 설사가 숙주 밖으로 배출되어 새로운 숙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고, 면역계에는 장에서 병원균과 독성물질을 깨끗이 씻어내는 역할을 해준다. 비브리오 콜레라는 콜레라 CAI-1(자가유도인자1)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콜레라가 많아질수록 주위의 CAI-1 농도가 높아진다. 또다른 자가유도인자인 AI2와 함께 CAI-1 농도가 올라가면 콜레라는 자신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여 장벽에 들러붙게 하는 유전자를 꺼버린다. 그리고 조트zot라고 하는 독소를 분비하여 장벽의 세포간 치밀결합을 느슨하게 하여 물이 장안으로 흘러들어오게 해 설사를 유발한다. 인간도 스스로 조트와 같은 물질인 조눌린zonulin을 분비한다. 조눌린이 많이 생성되면 사슬이 느슨해지고 장벽 세포가 서로 분리되어 커다란 분자가 혈액 안팎으로 이동하게 된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미생물총이 있으면 장벽의 치밀결합은 단단히 붙어있다. 그러나 미생물총이 불균형 상태가 되면 약한 반응의 콜레라처럼 반응하여 면역계를 귀찮게 하고 면역계는 조눌린을 방출하여 치밀결합을 느슨하게 하고 장벽을 청소하게 되는데, 이때의 장벽은 틈이 생겨 이물질의 침입이 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LPS는 크기가 큰 분자라서 정상적으로는 장 내벽을 통과해서 관강에서 체내로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장의 투과력이 높아지면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수용체를 작동시켜 면역계에 경고를 보내서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 전달 물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놈들이 체내를 돌아다니며 경보를 울려서 몸 전체에 염증이 일어나게 된다. 대식세포가 지방세포의 내부에 넘쳐나고 세포를 분열하여 수를 늘리는 대신 크기가 커지게 된다.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들의 몸은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만성적인 염증 상태에 있다. 혈액 내의 LPS는 체중 증가를 유도할 뿐 아니라 인슐린 호르몬의 작용에 지장을 주면서 제2형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킨다. 
비만,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정신 장애 모두 심각한 수준의 장 투과성과 이에 따른 만성적인 염증을 보인다. 이 염증은 글루텐이나 락토스 같은 음식 분자부터 LPS 같은 박테리아 부산물까지 장벽의 경계를 뚫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불법 침입자들에 대한 면역계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균형 잡히고 건강한 미생물총은 장벽의 경계선에서 침입자를 걸러내는 게이트키핑의 힘으로 작영하여 장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몸의 신성함을 지켜준다. 

5장 세균과의 전쟁 

축산업자들은 가축들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항생제를 사용했다. 
무분별한 항생제의 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야기하고, 여러 부작용을 만든다. 특히, 항생제의 투여는 장내 미생물총의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간균Bacteroides은 식물성 탄수화물 분해 능력이 있고, 인간 신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actobacillus reuteri는 후벽균에 속하는 미생물로서,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어 반코마이신 복용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고, 박테로이신bacteriocin이라고 불리는 항균물질을 생산해 다른 박테리아의 재성장을 막아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한다. 
항생제를 직접 투여받지 않아도 육식을 하면서 가축에게 투여된 항생제가 인체로 흡수될 수 있고, 채소에도 동물의 배설물로 만든 비료나 거름을 통해서 항생제가 흡수된다. 
기면성 뇌염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병의 초기에 연쇄상구균에 감염되었고 이후에 기저핵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켜 기면성 뇌염의 증상을 일으킨다. 
문명과 접하지 않은, 아예 안씻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쁜 체취가 없다. 어중간하게 씻는 사람들에게서는 매우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비누로 매일 씻는 사람들에게서는 땀을 흘린 경우가 아니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체취의 대부분은 에크린 샘eccrine gland이 분비하는 암모니아 섞인 땀이 아니라 아포크린샘apocrine gland에서 유래된다. 원래 아포크린샘이 분비하는 땀은 냄새가 없다. 피부 미생물이 땀과 섞이면서 그것을 냄새나는 방향 물질로 전환해야만 냄새를 갖게 된다. 따라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우리가 어떤 미생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민감한 박테리아인 암모니아 산화균은 비누나 화학물질에 의해 쉽게 손상받는다. 암모니아 산화균은 땀을 통해 분비되는 암모니아를 아질산염이나 일산화질소로 산화시키는 데 반드시 요구되는 박테리아다. 산화질소가 없으면 우리의 땀을 먹고 사는 코리네박테륨이나 연쇄상구균이 거칠게 돌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지독한 체취가 발생한다. 비누와 데오도란트는 암모니아 산화균을 죽인다. AO바이옴이 개발한 AO+ 미스트 스프레이는 토양에서 배양한 니트로소모나스 유트로파Nitrosomonas eutropha가 들어있는데 이것을 뿌린 사람들은 자연적인 살냄새에 만족하고 남에게 좋은 향기를 풍긴다고 한다. 이 회사의 회장은 12년전부터 한번도 씻은 적이 없고, 회사 직원들도 가능한 비누나 데오도란트 사용을 자제하려고 한다. 비누로 씻지 않는다는 발상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비위가 상하는 일이겠으나, 실제 인간은 25만년간 비누의 존재를 모르고 지내다가 이제 100년 남짓한 기간 안에 매일 비누로 샤워하는 것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6장 먹는대로 간다 

부수고 섞는 믹서기 역할을 하는 위를 지나, 위와 췌장 그리고 소장에서 뿜어내는 효소가 커다란 음식 분자를 잘게 쪼갠 뒤 장 내벽의 세포를 통과해 혈액으로 운반된다. 단백질은 꼬이고 엉클어진 진주목걸이 같은 구조를 가졌는데 소화과정에서 각각의 진주알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이라는 짧은 사슬로 쪼개어진다. 탄수화물은 포도당과 과당이라는 단당류로 잘게 잘린다.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대장에서는 미생물 군집에 의해 합성된 중요 비타민을 흡수한다. 소장에서 분해하기 어려운 음식물은 대장으로 넘어가 미생물총의 소화효소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의 종류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인체는 어차피 스스로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변환해서 만들 수 있다. 섭취하는 총 열량이 체중과 비례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섭취하는 열량이 줄었는데도 체중이 늘고 비만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고섬유질식단을 섭취하면 비피도박테리아의 수가 증가하고 의간균Bacteroides의 수가 증가한다. 이는 장벽을 튼튼하게 하고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대신 수가 늘어나게 하며,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중 증가 속도를 느리게 한다. 비만은 섬유질 부족과 관련 있다. 
면역세포에서 정상적인 GPR43(G단백질수용체43)과 단쇄지방산이 결합하면 염증반응이 없는 건강한 상태를 보이지만, GPR43이 손상되거나 단쇄지방산이 없으면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단쇄지방산은 GPR43을 작동시키는 열쇠로 작용한다. 지방세포의 GPR43이 단쇄지방산과 결합하면 지방세포는 크기가 커지는 대신 분열하여 건강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포식 호르몬인 렙틴을 방출한다. 부티르산butyrate은 장벽 세포를 이어주는 단백질 사슬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장벽을 단단하게 유지한다. 섬유질을 잘게 분해하는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섬유질 분해 산물을 부티르산butyrate으로 변환시키는 피칼리박테륨 프라우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i, 로제부리아 인테스티날리스Roseburia intestinalis, 유박테륨 렉탈Eubacterium rectale과 같은 미생물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이 있으면 장벽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은 먹는 대로 간다. 한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미생물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 우리가 먹는 끼니마다 자신의 미생물을 생각하자. 

7장 엄마가 주는 선물

어미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건강한 미생물 세트를 선물하는 것은 거의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이다(코알라, 바퀴벌레, 노린재, 칡벌레, 조류, 어류, 파충류 등). 사람도 출산 과정에서 엄마의 변과 질에 있는 미생물들을 흡입함으로써 미생물을 전달받는다. 신생아의 장에서 증식하는 미생물들과 가장 비슷한 것은 엄마의 질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들인데 일반적으로 락토바실러스속과 프레보텔라속 박테리아들이 흔하다. 락토바실리는 요거트의 시큼한 맛을 내는 젖산을 분비함으로서 다른 박테리아에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어 병원균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박테리오신이라는 항생물질을 생산해낸다. 그리고 젖산균은 젖에 들어있는 락토스(젖당)를 젖산으로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한다. 락토바실러스 존스니Lactobacillus johnsonii는 대개 소장에 서식하며 담즙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산하는데, 임식 기간에 질에서 갑자기 증가한다.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감염, 알레르기, 자폐, 강박 장애, 자가면역질환, 1형당뇨, 셀리악병, 비만의 발병 확률이 더 높았다. 
최근에는 이렇게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에게 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같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특별한 방법이 쓰인다. 제왕절개 수술 약 한 시간 전에 작은 거즈 조각을 산모의 질 안에 넣어두었다가 절개를 시작하기 직전에 거즈를 꺼내어 멸균 용기에 보관하고 있다가 아기가 나오면 그 거즈로 아기의 입부터 시작해 얼굴, 몸의 나머지 부분을 닦아주는 것이다. 
나이에 따라, 거주지에 따라, 누구와 함께 사느냐에 따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미생물의 조성은 달라진다. 유년기에는 엽산이 많이 필요하므로 엽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수가 많고, 나이가 들면 비타민B12가 필요하므로 그것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수가 많아진다. 임신도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며, 임신1기와 3기의 질내 미생물의 조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모유수유를 통해서 130여종의 올리고당과 미생물이 아기에게 전달된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장내 미생물총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되나, 노년기가 되면 전반적인 건강의 변화와 더불어 체내 미생물 집단에 변화가 일어난다. 슈퍼유기체로서 인간의 미생물은 나이가 들면서 효율이 떨어지고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대개는 몇십년이나 항체를 비축해둔 면역 시스템에 책임이 있다. 나이 든 신체에 돌아다니는 면역촉진 전달 물질이 내는 지속적인 소음은 21세기형 질병에서 보이는 낮은 수준의 만성 질환의 반영이다. '염증 노화inflammaageing'라고 부르는 이런 만년의 의학적 특성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8장 제자리로 되돌리기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 유발 설사를 호전시키고, 미숙아들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 이미 몸 속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질환에 대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지만, 아토피나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고 과민성 장 증후군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또한 우리의 기분을 호전시키고 임신 중 당뇨를 예방하고 알레르기를 치유하고 체중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치료 목적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사용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낸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를 때는, 다양한 균주가 포함되어 있는가, 얼마나 많은 수의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는가, 어떤 식으로 포장(코팅)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락토바실러스는 다른 장내 미생물과는 다르게 호기성 균이라 배양이 가능하기에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제품도 많지만, 미생물 다양성을 위해서는 별로 쓸모있는 균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설사를 하는 코끼리나 침팬지는 다른 코끼리나 침팬지의 변을 먹고 치료한다. 위막성장염은 대변이식으로 치료된다.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도 대변이식으로 치료성공율이 높으나,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만성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대변이식을 받은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대변이식 후 다발성경화증이 나았고, 대변이식후 자폐가 치료된 사례도 있다.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사람에게 대변이식을 하고 인슐린저항성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들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킨 미생물은 부티르산을 생성하는 미생물군이었다. 부티르산은 비만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의 세포들은 부티르산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장벽 세포에 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단백질 사슬을 단단히 조이고 점액질층으로 장벽을 코팅한다. 
A 지역의 서구화된 식생활을 하는 그룹 (1)과 A지역에서 산업화 되기 전의 삶의 형태로 사는 그룹 (2), 그리고 A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B지역에서 산업화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그룹 (3)의 장내미생물을 비교해보면, (2)와 (3)은 매우 비슷하고, (1)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맺음말 21세기에도 건강하게 

21세기형 질병은, 선진국에서, 1940년대 이후로, 남녀노소 모두 그러나 특히 여성에게, 체내 미생물의 파괴로 나타나게 되었다.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는 세 가지로 위협받고 있다. 첫째 항생제 사용, 둘째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 셋째 아기에게 미생물을 전달하는 방법의 변화. 
채식은 착한 미생물들이 장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에 건강의 기틀을 마련하게 해준다.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라. 
가능하면 질식 분만고 모유수유를 하라. 
인체의 미생물이 우리의 일부이고 그들의 유전자는 우리의 메타게놈의 일부이다. 
사실 인간의 DNA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100조의 세포와 440만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나머지 90퍼센트,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와 함께 진화해왔고 우리는 그들 없이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