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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

재도담 2013. 7. 1. 15:36

저는 단 한번도 북한정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북한의 지배구조를 옹호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북한인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독재의 모습으로 국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는 지배체제에 대해 

분노와 비판의 모습을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우습게도 저는 친구들에게 가끔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가 우리나라의 수구세력들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언제부턴가 "편가르기"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편가르기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역사적으로 편가르기가 언제나 있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그런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검역주권을 되찾자'라고 외치면 빨갱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필요한 토건 사업을 철회하고 자연을 있는 모습 그대로 지키자'라고 외치면 빨갱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전시작전권을 우리가 갖자'라고 외치면 빨갱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론과 사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라고 외치면 빨갱이가 됩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애국심이 가득한 보수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와야 되는 소리 아닙니까?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하면 당장 저에게 묻습니다. 

"니 빨갱이가?" 


이런 식의 진영논리나 편가르기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사람도 나의 의견과 다를 수 있고, 또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나와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도 사안에 따라서 옳은 주장과 논리를 펼칠 수 있습니다. 

제 가족이라도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한다면, 그것을 지적해주고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어주고 조언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진영논리에 빠져 있으면 그런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내 편이 주장한 것은 이유가 있고 더 현명한 결정이라고 믿어버립니다. 

그리고 상대의 주장은 아예 꼴보기 싫어집니다. 

거기에는 이유와 논리가 없습니다. 


최근 인터넷에는 '보슬아치'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수에 걸맞지 않게 많은 소비를 하며 남자들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여자들을 매우 천박하게 놀려대며 부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에도 편가르기의 교묘한 심리가 들어있습니다. 

자신의 분수에 걸맞지 않게 겉멋으로 과소비를 하는 사람이 비단 여자 뿐이겠습니까? 

그런 것이 잘못이라면 그냥 과소비의 풍토를 비판하면 될 것인데, 거기에 남여 프레임을 살짝 끼얹습니다. 

이 다음부턴 남여 대결구도가 됩니다. 

'과소비' 자체를 비난하면 남여의 구별없이 의견이 하나가 되거나 합리적인 결론의 도출이 가능해지나, 

'보슬아치'로 남여 대결 구도로 몰아가면 여론은 분열되고 사회적으로 남여의 대립이 지속됩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는 대결구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재특회와 같이 우경화에 빠져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예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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